[인터뷰] 쿨펫 구길주 원장 "반려동물을 장난감처럼 살 수 있는 게 문제"
[인터뷰] 쿨펫 구길주 원장 "반려동물을 장난감처럼 살 수 있는 게 문제"
  • 최정범 기자
  • 승인 2020.11.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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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보호와 입양은 사람의 의지가 행동으로 실천되는 것"

[베이비타임즈=최정범 기자]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 캠페인을 진행하는 베이비타임즈는 반려동물 분양을 반대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반려동물 등록을 알리고 유기동물을 후원하고 있는 동물병원 쿨펫 구길주 원장을 만나 반려동물 복지와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자신을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개업 수의사’, ‘생계형 영세 전문직’이라는 두 문장으로 소개를 대신하겠다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구길주 원장의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원장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구길주 쿨펫 원장은 자신을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개업 수의사’, ‘생계형 영세 전문직’이라며 두 문장으로 소개를 대신 하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수의사다.
구길주 쿨펫 원장은 자신을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개업 수의사’, ‘생계형 영세 전문직’이라며 두 문장으로 소개를 대신 하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수의사다.

저는 수의대(건국대) 졸업 후 개업 수의사로 현재 양천구 소재 쿨펫 동물병원 원장입니다.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개업 수의사’이며, ‘생계형 영세 전문직’이라고 할까요?

Q 반려동물이 증가와 함께 병원비에 대한 불신 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수의사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물병원 검사, 수술, 약제 등 진료비가 천차만별 다른 이유는 반려동물의 경우 진료비 ‘표준수가제’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고, 이를 위한 논의조차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반려동물의 품종과 체중 등 근본적인 ‘개체식별’에 대한 표준도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반려동물 의료에는 사람보다 더 많은 장비와 공간 등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비용이 존재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녹이느냐가 관건입니다.

현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적인 위기까지 닥쳐서 사람 살기도 힘들다 보니 반려동물 의료는 또다시 미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 의료 문제는 직시해야만 할 과제입니다. 이 부분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과  공존은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Q 수의사, 그래도 아직 할 만하다. 언제 보람을 느끼십니까? 
제 경우는 반려동물이 이런저런 이유(병원 잘못이 아닌 경우)로 사망한 후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일부러 병원을 찾아오셔서 그동안 반려동물을 잘 보살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거나 종종 지나다 들러서 잘 살고 있냐며 안부를 물어 주실 때 수의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날은 피곤하지가 않아요. 또 멀리 이사 간 고객이 굳이 우리 병원까지 들러 사료도 사고 키우는 강아지 이야기도 전하면서 “구 원장님만한 의사가 없더라” 할 때는 내가 헛살지는 않았구나 하며 안도합니다.

구길주 쿨펫 원장은 자신을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개업 수의사’, ‘생계형 영세 전문직’이라며 두 문장으로 소개를 대신 하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수의사다.
구길주 쿨펫 원장이 반려동물을 진료하면서 서비스 차원에서 직접 발톱 정리를 하고 있다.

Q 수의사로서 언제 가장 힘들다고 느끼나요. 

힘들다기보다는 안타깝고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수술상담과 수술까지 마치고 병원비 결제하려는 순간 갑자기 수술비 할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 저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비용문제는 여러모로 민감해서 의사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병원은 제가 직접 설명하고 상담합니다. 그리고 진료비나 수술비 설명을 할 때 제가 직접 만든 문진표에 항목과 비용을 볼 수 있게 써드리기 때문에 진료나 수술 전에 문의나 변경을 할 수 있거든요.

또는 병원비 내면서 서비스로 간식이나 제품을 달라고 하거나,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 제가 진료하면서 직접 서비스로 해드리는 발톱 정리를 진료도 받지 않고 당당하게 그냥 해달라고 하는 경우 등. 이런 경우 내가 배려받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구길주 쿨펫 원장은 자신을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개업 수의사’, ‘생계형 영세 전문직’이라며 두 문장으로 소개를 대신 하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수의사다.
구길주 쿨펫 원장은 유기견 후원 모금함을 비치하고 모금을 하고 있다.

Q '유기·유실동물 입양' 원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동물을 돈 주고 구매하는 게 우리나라는 너무 쉽습니다. 생명을 장난감처럼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엄격한 제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유기·유실을 막기 위해서 동물(우선 개, 고양이)을 입양하면 동물등록을 해야 하는데, 우리 병원 기준으로 등록률이 50% 이하입니다. 과태료(벌금)가 있지만 누가 단속하겠습니까?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 강력한 법 집행이 있어야 하고, 지키지 않는 보호자들한테는 현실적인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동물등록 하지 않은 반려동물은 매년 2차례(봄, 가을)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광견병 백신 접종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과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에 입장하지 못하는 불편함 말고는 없습니다.

우리 병원은 제가 직접 반려동물 등록에 관한 설명을 스티커로 큼직하게 제작해서 약봉지에 붙여드립다. 한 번이라도 보고 생각하시라는 뜻에서요.

그리고 유기동물에 대해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몇 년 전부터 제가 직접 만든 유기견 후원 모금함을 비치해서 작게나마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일회용 비닐봉지 판매금액 등을 모금하는 방식입니다. 적은 액수지만 보호자들도 동물등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도 할 수 있고, 고객들에게 유기동물에 관해 설명도 할 수 있으니 제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몸은 바쁘지만 한 통씩 나무 모금함이 채워지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모금함을 뜻을 같이하는 동물병원들과 공동으로 비치해서 투명하고 적절하게 고객들의 마음이 담긴 모금액이 사용될 수 있는 기획을 만들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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