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앵란 “30~40대 엄마들, 뭐든 좋은 것은 내가 먼저, 다음은 가족”
엄앵란 “30~40대 엄마들, 뭐든 좋은 것은 내가 먼저, 다음은 가족”
  • 안무늬
  • 승인 2014.07.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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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에 영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올라선 스타가 있었다. 몇 년 전, 남편의 외도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며 마음 고생이 심했을 법도 하지만, 그는 그 사건 이후로 더욱 TV에 모습을 많이 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했다. 바로 배우 강신성일의 아내이자 6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엄앵란이다. 

심지어 강신성일은 외도도 모자라 국회의원 선거에 두 차례 출마, 그의 집에는 온통 빨간 딱지들이 붙게 됐다. 이처럼 힘든 결혼 생활을 했던 엄앵란이 100여 명의 여성들 앞에 강사로 나섰다.

3일 오후 서초구민회관서 제 19회 여성주간(7.1~7.7) 기념행사로 마련된 이 특강에서 엄앵란은 ‘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라는 주제로 열띤 강연을 했다. 엄앵란은 100여 명의 여성들 앞에서 자신의 파란만장한 결혼 생활 가운데 인생선배로서 교훈이 되는 여러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뭐든 내 입에 먼저 넣어라

 


엄앵란은 우선 ‘100세 시대’로 말문을 연 뒤 "아내, 엄마들의 노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면서 "특히 ‘음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엄마들이 30~40대에는 뭐든 좋은 것은 아이들과 남편에게 먼저 주는 것이 습관화 돼 있다. 정작 자기 입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며 이제는 엄마들이 더이상 희생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엄앵란은 “뭐든 내 입에 먼저 털어 넣기로 다짐하고 나니 그땐 이미 늦었다. 어느새 나는 물에 밥 말아서 오이지와 먹으면 그냥 끝”이라며 “입맛도 늙는 대로 바뀐다”고 말했다.

실제로 엄앵란은 “요즘은 고기도, 기름기 있는 음식도 다 싫다. 건강할 때 맛있는 것을 먹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뭐든 내가 먼저고, 그 다음이 가족”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나는 내 결혼에 책임을 졌다

 


사실 엄앵란의 결혼 생활은 남들이 보기에 부러워할 만한 생활은 아니다. 자서전에서 자신의 외도 사실을 밝힌 남편 강신성일 때문에 엄앵란은 국민적 ‘불쌍한 여자’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처럼 상처와 치욕을 준 남편이지만, 엄앵란은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손가락질하고, 나에게 이혼하라고 해도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내가 미쳤느냐. 왜 이혼을 하냐”고 말해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엄앵란은 이에 대해 “나는 책임을 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보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자신의 결혼에 책임을 지고 싶었던 엄앵란도 별거만은 피할 수 없었다. 여배우로서 공개적으로 별거 사실을 밝히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20년째 별거 중인 엄앵란은 이에 대해 “남편이 경북 영천에 있는데, 떨어져 있으니 좋다. 남편은 나무 심고 재미있게 살고, 나는 서울에서 여유만만하게 방송을 하니 좋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 아내들이여, 남편을 몰아세우지 말자

‘엄앵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부처’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배우가 외도 사실이 드러난, 그것도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밝힌 남편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그런 남편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 그녀의 사랑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엄앵란은 “남편이 정치에 나선 후 생계가 어려워져 대구에 내려가 18년 동안 비빔밥 장사를 했다. 하지만 내가 장사를 하면서도 남편이 일을 돕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며 남편 강신성일을 골프연습장에 보내줬다고 했다.

엄앵란이 “식당일을 시키기엔 남편이 너무 아까웠다. 찌그러진 스타는 나 하나면 됐지, 남편이 찌그러지는 모습은 보기 싫었다”며 남편의 욕심 때문에 자신이 고된 일을 하면서도 그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신 때문에 망하긴 했지만 당신 지금까지 일하느라 힘들었으니까, 친구들 골프 칠 때 당신도 연습장 가서 골프 쳐”라며 남편의 기를 세워줬다고 말해 현모양처의 모습을 보였다.

엄앵란은 앞서 관객들에게 “남편이 집에 있으며 하루 삼시세끼를 챙겨 먹으면 ‘삼식이’라고 부르고 구박하지만, 그러지 말라”며 “남편도 가족 먹여 살리려면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 화가 나면 목욕을 가라

 


엄앵란은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목욕’이라고 말했다. 여든을 앞둔 할머니이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유명 여배우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나는 화가 나면 목욕부터 한다. 때 미는 아줌마에게 몸을 맡기고 있으면 초등학생 EO의 나로 돌아간다”며 “목욕을 하면 슬픔과 분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엄앵란은 스트레스에 이어 ‘행복’에 대해 말했다. 엄앵란의 행복관은 스트레스 해소법만큼이나 독특했지만, 관객들은 이에 공감했다. 그 행복관은 바로 '행복은 없다'는 것이었다.

“행복하려고 하면 불행해진다. 이 세상에 행복은 없다”며 단언한 엄앵란은 이어 “행복해지려고 하는 마음이 오히려 불행을 초래한다”며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행복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말했다.

엄앵란 역시 “요즘 애들 이렇게 하라고 하면 못한다”며 자신의 희생이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외도·가산 탕진 2관왕 남편을 떠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돕는 이런 아내가 어디 있을까?

어떤 아내로 사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여자 엄앵란의 인생을 손가락질하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모든 선택에는 남편 강신성일을 향한 사랑이 바탕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바람 핀 남편, 18년 동안 식당 일을 하게 한 남편을 쉽게 용서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엄앵란이 이혼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 모든 것을 이기게 하는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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