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의 ‘코로나 블루’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의 ‘코로나 블루’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9.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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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코비드19 팬데믹(COVID-19 pandemic)’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불안하고 우울하다’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고 호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정신보건위기를 우려하며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부딪힐 수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예기치 않게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의학과 공중보건의 혁신적인 발달로 모든 감염병을 정복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재앙으로 이런 믿음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더 큰 공포를 느끼게 됐다.

1997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IMF 외환위기 사태는 20여년이 지난 일이다. 하지만 그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자살률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예기치 못한 집단감염에 대한 위협적인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아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덜 민감하고 65세 이상의 고령층에 비해 신체적인 증상은 덜 나타나지만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아이들은 자라서 코비드19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아이들 마음에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으려면 어른들은 지금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아직 미숙하고 성장과 학습을 위해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이 전염병유행시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코비드19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리고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질문과 답(Q&A) 형식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코로나블루’란 무슨 뜻인가

코로나블루란 코비드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모든 사람의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뜻한다. 정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다. 출산 후 우울감(postpartum blue)에서 빌려온 신조어라 할 수 있다.

 

코비드19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팬데믹의 영향으로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고 부모의 직장과 직업에 변화가 생기는 등의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 큰 생활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일상생활의 변화는 아이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제 시간에 일어나서 주어진 하루의 일과를 시간에 맞춰 하는 매일 매일의 생활은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 이런 일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면 당연히 여기던 일상의 안정감과 편안함이 위협을 받게 된다. 보고 싶은 친구와 친척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된 상황도 아이들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된다.

 

어떤 아이들이 더 취약한가

코로나 사태에 더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 ▲평소에 불안 감수성이 높거나 사소한 것에도 걱정이 많은 아이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 하며 건강염려증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거나 외로움을 잘 느끼는 아이들 ▲손을 자주 씻고 청결에 강박적으로 신경 쓰는 아이들 ▲이전에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거나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

이외에도 학습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원격수업으로 학업에 흥미를 잃고 앞으로도 심각한 학력저하가 우려된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려면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1) 가장 먼저 아이들과 현재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갑자기 등교가 중단되고 원격수업을 받게 된 것과 친구들과 만나서 충분히 놀 수 없게 된 것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본다. 다만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대화한다.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불안해하는 건 아닌지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필요하다.

만약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대화를 통해 바꿔줘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거나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행동의 변화-새로운 버릇이 생기거나 잠을 잘 못 들거나-를 통해 불안증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2)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주고 공포를 줄여준다.

아이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면 대게 귀신형상의 괴물을 그린다. 아이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는 꿈속에 나타나 자신의 위협하는 괴물과 같은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괴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며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하고 다니면 우리 몸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감염이 된 사람들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적인 의료진들에 의해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있다고 말해주어 아이들을 안심시킨다.

3)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대화한다.

가족과 다른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외출을 삼가고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이런 좋은 습관으로 몸이 더 건강해진다고 말해준다. 사실 마스크의 위력은 대단하다. 최근에 일반 감기로 이비인후과나 소아과를 찾는 환자수가 50% 이상 감소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4) 생활계획표를 함께 만들어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도 중요하다. 일상의 루틴은 아이들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학교에 매일 등교 하지 않더라고 규칙적이고 계획 있는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 지키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우선 정해진 시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 그리고 적당한 운동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5) 아이들이 가짜뉴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코로나에 관한 압도적인 뉴스와 잘못된 정보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 ‘실제 감염자수가 더 많다’거나 ‘누군가가 바이러스를 유행시켰다’거나 하는 가짜뉴스에 자주 접하는 것은 피해의식과 공포심만 자극할 뿐이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뉴스화면에 노출되는 것도 피해야한다. 하루 한 두 번 정도 질병관리본부의 보도와 권고 사항을 챙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나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은 불안감만 증폭시킬 뿐이다.

6) 부모 자신이 불안하고 우울하지 않은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사실 아이들의 불안의 상당부분은 주위 어른들의 불안이 전염된 것이다. 부모가 코로나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손 씻기나 마스크 쓰기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그 실수에 대해 마치 확진자가 될 것처럼 반응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사실 부모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 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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