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아이와 일주일 언택트로 살아보니
[워킹맘 공감] 아이와 일주일 언택트로 살아보니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8.21 1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잔인했던 1학기가 지나가고, 어김없이 방학이 찾아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는 않았지만, 그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예년과 다 같은 방학은 아니었다. 일단 아직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여행을 편히 갈 수 없는 상황일 뿐더러 수업시수가 줄어 방학이 예년보다 훨씬 짧아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것은 방학을 대하는 아이의 마음가짐이었다. 그간 집에서 실컷 놀아서인지 방학에 대한 설렘이 급격히 떨어져 보였다. 일상의 반복쯤으로 여겼다. 그럼에도 아이들 방학기간에 맞춰 회사에 여름휴가를 냈다.

이번 방학의 콘셉트를 ‘언택트(UNTACT)’로 잡고 집에서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둘째 아이가 아직 어린데다가 휴가철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코로나19 전염 소식이 속속 전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대개 이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현관문 앞에 놓인 새벽 배송 물건부터 챙겼다. 둘째 이유식부터 생필품까지. 전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산 물건들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아이들과 장바구니에 담고 결재하면 바로 다음날 새벽에 배송된다는 편리함을 톡톡히 누렸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 끼니. 오죽하면 ‘돌밥(돌아서면 밥)’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삼시세끼는 가정간편식(HMR)을 통해서 해결했다. 손질된 재료가 레시피와 함께 담겨 있어 외식을 대체하기에 충분했다.

키즈카페를 못 가는 아쉬움은 관련 물품 대여를 통해서 달랬다. 에어바운스 등을 빌려서 설치해놓자 아이들은 반나절 이상 즐겁게 놀았다. 예년 같았으면 도서관이나 미술관에서 했을 경험들은 영유아 IPTV를 통해서 대리만족했다. 체험활동이나 만들기 수업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하면서 마치 영상 속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굳이 밖에 나가야 할 때는 드라이브 스루나 키오스크 등 비대면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자 이전보다는 확실히 효율적이었다.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직접 마트 가서 장 보는 것을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하면 1/N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고로움도 덜었다.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 없으니 말이다. 굳이 다른 사람들과 복잡거리거나 만나기 위해 시간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그토록 바랐던 효율성이 막상 현실로 이뤄지자 무료하고 외로웠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상이 그리워졌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니 외딴 섬에 온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삼킨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방학 마지막 날, 이번 방학을 마무리하는 느낌을 묻자 첫째가 한 말이 마음 한편에 남았다. “엄마,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내일 친구들 만나면 꼭 안아줄 거야.”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유튜브에서 ‘교육 대기자’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