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대안②] "시간제 일자리, 겨우 세팅에 허드렛일만…"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대안②] "시간제 일자리, 겨우 세팅에 허드렛일만…"
  • 백지선
  • 승인 2014.06.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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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여성노동자회 정문자 대표.

 


2015년 최저임금이 올해 5210원보다 370원 인상된 5580원으로 최근 결정됐다. 7.1% 인상됐다고 하지만 이를 두고 노사간 모두 불만이 많다. 결정된 시급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 622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사)한국여성노동자회 정문자 대표는 최저임금 시급을 현실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기업이 비정규직을 쓸 사유를 제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사회와 직장 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일ㆍ가사ㆍ육아가 부부 공동의 몫임을 시댁과 친정 모두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타임즈는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대안①-“한부모가정 자녀, 국가와 사회가 주목해야 한다” ’에 이어 두번째 기획 시리즈로 정문자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알아봤다.

▲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국제가사노동의 날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자리 양적 확대만 집중, 사회문제로 이어져

Q. 일하는 여성이 늘어났다고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지만 서비스직 등 근로조건이 비교적 열악한 곳에 몰리거나 쏠려 있다.

A. 정문자 대표 :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결국 여성일자리를 늘리지 않고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양적 확대(일자리 개수)만 늘리려 할뿐 질적으로 매우 소홀하다. 통계청에서 집계할 때는 시간제 일자리, 즉 단기적ㆍ일회성(3~6개월 기간) 고용도 고용률에 포함된다.

정부는 근로자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임금과 고용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양적 확대를 늘리는 한편 고용의 질도 상향돼야 한다. 양적으로만 일자리를 확대하다보면 결국 인권 사각지대로 몰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는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공공기관 앞장서서 비정규직→정규직 전환해야

Q. 실질적 해결 방안은?

A. 정문자 대표 :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할 수 있다.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차에 걸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서울시청에서 이렇게 단행할 수 있다면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첫째, 비정규직을 쓸 사유에 대해 국가가 제한해야 한다. 일이 일상적ㆍ지속적이도록 해야 한다. 둘째, 최저입금을 현실에 맞게 상향돼야 한다.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제조업과 청소업에서는 최저임금이 월급의 기준이 됐다. 최저임금이 높아진다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고 이로서 빚어지는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될 것이다.

셋째, 시간제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 도입 배경에는 (여성에게)일ㆍ가정 양립과 경력단절예방이라는 취지가 있다. 그러나 취지는 곧 여성에게 ‘가사 일 먼저 하고 일해라’라는 바탕에서 만들어졌다. 만약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 좋다면 남성도 마다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또 하나의 우려는 1인이 8시간동안 할 일을 2인이 4시간씩 나눠 하는 것, 8시간동안 해야 할 일을 6시간으로 줄여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 등이다. 이는 시간제일자리 도입의 편법이라 볼 수 있다.

또 시간 선택은 기업이 아닌 노동자가 해야 한다. 현재는 기업이 정한 시간에 노동자가 일하게끔 돼 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일할 시간을 정해 ‘시간제 직원’을 뽑기 때문이다. (사)한국여성노동자회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시간 전환 청구권이 노동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국제가사노동의 날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간제 근로, 구조ㆍ시스템 구축 후 결과 보고 공개해야

Q. 정부에서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만 실제 여성노동자 혹은 한국여성노동자회 입장에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A. 정문자 대표 : 현재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세팅만 해놓았을 뿐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8시간동안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쪼개, 두 사람이 4시간씩 나눠 일하게 한 것이다. 또는 시간제 근로자에게 허드렛일을 시키기도 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양적으로 늘릴 것이 아니라 업무와 직무를 정확하게 분석해 구조와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제 근로를 통해 효율성ㆍ조직문화ㆍ인간관계 등이 긍정적으로 변화됐음이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현재 (사)한국여성노동자회는 시간제 노동자를 심층면접 및 인터뷰하고 있다. 이를 유형화하면 장단점이 드러날 것이다. 내용을 충분히 수집해 10월 혹은 11월 즈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빠의 육아 참여, 가정과 직장, 사회를 바꾼다

Q. 사회 변화만으로 워킹맘의 노고를 줄일 수 없다. 가정 내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 정문자 대표 : 일ㆍ가사ㆍ육아를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남성은 가사ㆍ육아를 돕는 입장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입장이다. 시댁과 친정 모두 이 점을 인식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인식 전환 캠페인이 필요하다. 성별분업을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여자도 일을 해야 가정에서 주권을 가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빠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남자의 가사ㆍ육아 분담에 기여하는 바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시차출퇴근제를 행한 모 대기업 직원이 3가지 장점에 대해 언급했다. 첫째, 아침마다 아이를 데려다주며 아이와 소통할 기회가 생겼고 둘째, 여직원들의 고충이 이해가 됐으며 셋째, 아이와 여직원과 소통을 하다 보니 아내와 소통도 잘 돼 결국 회사 일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의 비율이 겨우 3%다. 법은 참 잘 들었으나 현실 장벽이 너무 높다. 남성과 여성 스스로에게만 변화를 원하면 안 된다. 사회가 나서서 환경이 바꾸도록 지속적으로 조언하고 지지해야 한다.

▲ (사)한국여성노동자회 정문자 대표.

 


◇정문자 대표 프로필

- 1961년 출생
- (사)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현)
- (사)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현)
- 함께일하는재단 운영위원(현)
-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현)
- 2007~2008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 2009~2012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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