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후 파경, 예단비ㆍ예식 비용 돌려받지 못한다
결혼 1년후 파경, 예단비ㆍ예식 비용 돌려받지 못한다
  • 안무늬
  • 승인 2014.06.29 23: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2년과 2013년 결혼식을 치른 결혼 당사자와 혼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인당 결혼 평균 비용이 집 마련 비용을 제외하고도 5198만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결혼정보업체 듀오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최근 2년 이내에 결혼한 1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결혼 평균비용은 평균 2억4996원이며, 이 비용에는 신혼집 마련 비용이 포함돼 있다. 신랑 신부의 분담 비율로는 신랑측이 1억5598만원, 신부측이 9398만원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게는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원이 소요되는 결혼 비용인데, 남녀가 헤어지는 경우 어디까지 돌려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크더라도 1년 이상 부부로 지낸 경우에는 결혼비용과 예단비를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자료 액수를 정할 때 참작 사유는 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여교사인 A씨는 2009년 6월경 결혼중매업체의 소개로 대학병원 외과 레지던트인 남성 B씨를 만나 교제하다가 2010년 5월 17일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9월 12일 결혼식을 올리고 동거를 시작했고 B씨가 연락을 끊은 2011년 11월경까지 부부로 지내 왔다.

A씨는 예물, 예단, 예식비용과 신혼여행 비용은 물론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 등 결혼에 필요한 비용 대부분을 부담했다. B씨는 결혼식을 치르고 동거를 한 이후 외박이 잦았고, 같이 근무하던 간호사 등과 부정행위 또는 부정행위로 의심되는 행동을 반복했고, B씨는 다른 여성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A씨를 불러내 모욕을 주기도 했다. 급기야 다른 여성과 주고받은 문자의 내용을 보여주며 이혼을 요구했다.

1심은 ‘B씨는 A씨에게 위자료로 1억원을 지급하고 예단비와 예식비용 등 손해배상 및 원상회복으로 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항소심은 ‘1심이 지급을 명한 것에 추가로 A씨측이 B씨측에게 준 예단비 5천만원 중 꾸밈비 명목으로 B씨측이 돌려준 2,000만원까지 B씨가 A씨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 2부는 12일 ‘혼인신고와 결혼식을 치른 후 파탄에 이르기까지 1년 이상 부부로 지낸 경우에는 혼인 불성립에 준하여 예단비와 예식비용 등 결혼관련 비용 상당을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으로 돌려받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부부의 혼인이 사회적으로 부부공동체로서 공동생활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단기간에 해소됐다고 할 수 없고,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 B씨에게 있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부부공동체로서의 혼인 생활을 부정하고 혼인의 불성립에 준해 처리해야 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시 이유다.

다만, 대법원은 손해배상과 원상회복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정은 A씨의 B씨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정하면서 참작할 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A씨의 위자료 청구 부분도 파기해 항소심에서 다시 정하도록 했다.

가족법 전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 일방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일단 성립한 혼인은 이혼 절차를 통해 해소돼야 하고 쉽게 혼인의 실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 유효한 혼인의 합의가 이루어져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의 혼인이 성립되면 부부공동체로서의 동거·부양·협조 관계가 형성되고 그 혼인관계의 해소는 민법에서 정한 이혼 절차에 따라야 하므로 쉽게 그 실체를 부정해 혼인 불성립에 준해 법률관계를 처리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고 덧붙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동안 대법원은 “일단 혼인이 성립돼 지속된 이상, 부부공동체로서 의미 있는 혼인생활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파탄되거나 당초부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그로 인해 혼인의 파국을 초래했다고 인정되는 등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에 준해 처리함이 타당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방 당사자는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외에 결혼식 등 혼인 생활을 위해 지출한 비용 또는 예물·예단 등의 반환을 구하거나 그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므77 판결, 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므1827 판결 등 참조).

‘부부공동체로서 의미 있는 혼인생활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단기간’의 범위와 관련하여 법률혼이든 사실혼이든 결혼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단기간’에 파탄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 예단비와 예식비용 등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이 있고, 2010년 서울가정법원에서는 5개월간의 결혼 생활 후 헤어진 부부의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예단비 10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직업과 학력은 물론 월세인 신혼집을 전세로 속이고 결혼한 남성이 보험사기로 구속되는 바람에 거짓말이 들통나 혼인을 취소당한 사례에서는 서울가정법원은 혼인을 취소하고 위자료와 예단비 등 1억1700만원을 지급하고, 혼수품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사례도 있었다.

엄경천 변호사는 “혼인이 불성립되거나 혼인무효 또는 혼인취소의 경우가 아니라 일정기간 법률혼 또는 사실혼이 지속된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예단비와 예식비용 등을 돌려받지 못하고”며 “예외적으로 혼인생활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파탄되거나 당초부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그로 인해 혼인의 파국을 초래했다고 인정되는 등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에 준해 처리함이 타당한 특별한 경우에만 예단비와 예식 비용 등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또한 “돌려받을 수 있는 기간을 1년 이내에 파경에 이른 것으로 기간을 제한해 예외가 지나치게 확장되지 않도록 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