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 사랑하는데 왜 때려요?”…‘부모징계권’ 삭제한다
“사랑의 매? 사랑하는데 왜 때려요?”…‘부모징계권’ 삭제한다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8.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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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법무부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 입법예고
“부모의 자녀 체벌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 있어”
1. 지난 4일 법무부가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4일 법무부가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이전부터 예사로이 쓰이던 ‘애들은 맞으면서 크는 것’이라는 말이 앞으로는 법적으로도 그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민법상 잔존했던 ‘부모징계권’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4일 아동학대, 특히 부모로부터 발생하는 아동폭력의 발생을 근절하고자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 및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가 핵심인 이번 법안 개정은 해당 내용이 부모의 자녀 체벌 합법화를 위한 근거 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이 됐다.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동의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 現 민법 제915조 -

부모의 체벌금지 취지를 명확화하기 위해 개정된 본 법안이 통과되면 징계권은 사실상 지난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62년만에 폐지된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껏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던 ‘부모 체벌’ 관습에 경각심을 일으켜 사회 전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 삭제

기존 조항 내 ‘필요한 징계’라는 문구의 실효성이 미미하며 ‘감화 또는 교정기관 위탁’이라는 규정 유지에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 아래 해당 조항 자체를 삭제하기로 했다.

② 민법 제915조의 ‘징계 및 감화·교정기관 위탁’ 관련 규정 정비

해당 조항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민법 제924조의2와 제945조의 일부를 수정 및 삭제하기로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하는 것 관련, 법원의 허가를 규정하고 있는 ‘가사소송법’ 제2조제1항제2호가목14)도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징계권 삭제 관련 목소리가 거세진 가운데 국내 아동 및 시민사회 단체가 Change915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했다. 본 사진은 캠페인에 참여한 아동단체 홍보대사 장현성-김윤아-송일국의 모습. (사진제공=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최근 징계권 삭제 관련 목소리가 거세진 가운데 국내 아동 및 시민사회 단체가 Change915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했다. 본 사진은 캠페인에 참여한 아동단체 홍보대사 장현성-김윤아-송일국의 모습. (사진제공=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0년 현재, 전세계 60개국에서는 가정을 비롯한 모든 환경에서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처럼 징계권을 인정해 왔던 일본도 지난 4월, 부모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을 시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를 통해 “당사국 영토 내 법률 및 관행 상의 ‘간접 체벌’과 ‘훈육적 처벌’ 포함,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국내 시민사회 역시 현행법 개정의 목소리를 꾸준히 높여왔다.

하지만 지지부진했던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은 것은 불과 두 달여 남짓한 최근의 일이다. 끔찍한 가정 내 아동학대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후부터였다.

지난 6월, 전 국민을 경악케 한 일이 발생했다. 충남 천안의 A씨가 9살 아들을 여행가방 안에 7시간동안 감금,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었다.

해당 아동의 계모였던 A씨는 이 같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아이가 게임기를 고장낸 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훈육 차원으로 가방에 가뒀다”고 답했다.

그보다 앞선 5월, 경남 창녕에서는 잠옷 차림의 9세 아동이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 끝에 도망을 친 사례도 있었다. 온 몸에 멍 자국이 선명했던 해당 아동은 계부에 의해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다가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계부 B씨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훈육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렇듯 명확하게 드러나는 폭력적 행태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훈육을 위해 가벼운 체벌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시각도 분명 있다. 그리고 이를 방증하기라도 하듯, 아동에 대한 체벌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그릇되게 만연하는 사례는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정말 체벌에는 아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훈육 및 계도하기 위한 순수 목적성이 담겨 있을까? 부모가 아이에게 느낀 부정적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은 아닐까? 그에 대한 답은 최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징계권 삭제 개정안이 이미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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