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유머학개론] 상견례,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법
[이정수의 유머학개론] 상견례,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법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8.0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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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결혼하기 전에 어려운 순간들이 많긴 하지만 그중에 단연 최고는 상견례일 겁니다. 숨 막히는 그 어색한 분위기가 싫지만 안 할 수도 없고요.

저는 지금까지 상견례를 3번 참석했습니다. 우리 형 결혼 상견례, 제 결혼 상견례, 처남 결혼 상견례 입니다. 이 중에 가장 힘든 상견례는 제 결혼을 위한 상견례였죠. 하지만 개그맨이라는 특수성으로 상견례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게 흘러갔습니다. 일종의 행사를 진행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했달까요?

아무튼 이렇게 어렵고 어색한 상견례를 좀 편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상견례도 즐기는 거죠. 그래서 상견례를 즐길 수 있는 꿀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쯤 되면 ‘나는 상견례 안 해도 되니까 읽지 말아야지!’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비슷한 환경이라면 응용해서 적용할 수 있으니 일단 읽어보세요!

일단 상견례가 어려운 이유는 세 가지 정도 됩니다. 낯선 어색함, 정보 부족, 서로에 대한 불만과 오해 등입니다. 이것들을 해결해야 상견례도 즐길 수 있습니다.

우선 장소에서 오는 어색함을 잡기 위해 상견례 장소를 너무 고요한 곳으로 잡지는 마세요. 대화에 자신 있는 가족들이 아니면 대화중에 갑자기 정적이 흐르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대화의 공백을 채워줄 음악이 흐른다거나 가장 편한 대화 소재인 날씨와 환경 이야기를 하기 좋은 야외 테이블이 있는 곳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음식은 주로 코스로 하실 텐데요. 그때 가능한 한 음식 타이밍이 느려지지 않게 하세요. 어색한 분위기상 식사 속도가 빠를 수 있는데, 다음 음식이 이 속도를 못 따라오면 또 어색해집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음식과 다음 음식이 나오는 순간의 간격을 보고 어색하다 싶으면 직원에게 좀 당겨달라고 전달하면 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과감하게 직접 작업해야 하는 음식점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랍스터나 소고기, 갈비 등등이요. 사실 상견례에선 결혼 당사자들이 제일 마음이 불편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고기라도 굽고 있으면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동선이 많아지면서 대화가 편해집니다. 할 말도 어느 정도는 생기고요.

‘고기는 제가 굽겠습니다. 아버님은 어느 정도 굽기가 좋으세요?’ ‘어머니, 제가 쌈 싸드릴게요. 앞에 놔드리겠습니다’ 등등이 가능하겠죠. 하지만 평소에 전혀 안하던 짓을 하면 본인 부모님께 눈치가 보일 수도 있으니 적당히 하시고요. 아무튼 사람은 손과 입이 바빠야 안 어색합니다.

다음은 애매한 농담으로 분위기가 어색할 때입니다. 상견례는 분위기가 무거워서 농담도 웃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부모님들이 분위기 좀 띄워보겠다고 갑자기 40년 전 군대 이야기를 꺼내기라도 하면 자식들은 동공에 지진이 나고 손톱을 깨물게 되죠. 그렇게 애매한 농담으로 분위기가 이상해졌을 때는 주문 벨을 누르세요. 괜히 물을 달라고 하거나 술을 더 달라고 하거나 말이죠. 흐름을 끊어가는 거죠.

그리고 할 이야기가 없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것은 근본적으로 정보 부족이 원인입니다. 서로의 가정에 대해 정확하게 잘 모른다는 거죠.

저도 처남의 상견례에 갔을 때, 처남댁 아버님이 경찰 서장출신이라는 정보를 주워듣고는 아버님께 “서장 출신이시면 연금이 많이 나오시겠어요?!” 했다가 경사로 퇴직하신 아버님의 심기를 건드려 헛기침을 4번, 장인어른 헛기침 2번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상대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정보를 그냥 대충 흘려 이야기하지 말고, 정확한 정보를 사전에 메시지나 인쇄물로 가족에게 나눠주는 것도 좋습니다.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것은 정성과 매너입니다.

사실 제가 요즘 방송활동은 많이 안하다보니까 저에 대한 정보는 제 글이나 SNS를 통해서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미팅을 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이 제 근황들을 다 알고 있으면 기분도 좋고 마음도 잘 열려서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해도 이야기가 길어져서 할 이야기가 떨어지면 부모님께서 자식 자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자칫 경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끊어줘야겠죠.

“우리 딸이 학교 다닐 때 다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장학금도 받아서 학비도 알아서 하고, 걱정이라곤 시켜본 적이 없는 아이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그 성실함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제 자랑도 한번 해주세요!”

요정도로 서로 한번 주고받으면 지나갈 수 있습니다.

슬슬 자리가 끝나갈 시간이 되면, 피날레로 가족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반대로 초반에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일괄적으로 준비해도 되지만 각자에게 필요할 것 같은 선물을 준비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 센스도 있어 보이고 배려심에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들께는 꽃다발 선물도 좋겠네요.

저는 제 상견례 때 약간의 뻥까지 곁들였습니다. 한 20만 원 정도 하는 인삼주를 얻어 와서는 200만원짜리 산삼주를 사온 거라며 장인어른께 선물을 했죠. 당시에 장인어른은 산삼주가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농담을 하는 저의 배짱을 높이 사셨습니다.

상견례가 어려운 마지막 이유는 서로에 대한 불만입니다. 사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 집안에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살아온 삶이 다르니까요. 부모님 또한 평생에 살면서 몇 번 겪어보지 못한 것이라서 이쪽저쪽 이야기 듣고, 욕심도 좀 내다보면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메신저로 자녀들을 이용하다보면 결혼 당사자들 또한 오해와 다툼이 생기게 되죠. 이때 결혼 당사자들이 둘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둘이 각자의 집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 보는 거죠.

그러면서 부모님께 들은 내용을 상대에게 전달할 때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말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기 입으로도 하기 힘든 말은 부모님과 다시 대화 해보는 것이 좋겠죠. 이것을 결혼 전에 해봐야 결혼 후에 다시 찾아오는 더 자잘하고 힘든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습니다.

서로 간의 중요한 문제가 조율이 된 후에 늦은 상견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일찍 상견례를 하고 나서 추후에 ‘그 사람들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네!’ 소리가 나오는 것보다 낫거든요.

아! 그리고 이것까지 해낼 수 있으면 대박이긴 한데요. 일종의 약정서를 받는 거죠. 상견례 자리에 양측 부모님이 사인해야 하는 서로 간의 약정서를 만들어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사인하게 만드는 겁니다.(웃음) 명절에 교차방문이나 육아 도움여부, 제사 독박금지 등등의 내용을 넣으면 좋겠네요.

어려운 자리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기회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 좋은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마시고 활용해 보세요.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개그맨 이정수 프로필>
- 현) 네이버 칼럼니스트
- 현) EBS 라디오 행복한 교육세상(라행세) 출연
- 이리예 주양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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