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포커스] 성남여수유치원 심진섭 원장 “코로나19로 바뀐 유아교육현장”
[BT포커스] 성남여수유치원 심진섭 원장 “코로나19로 바뀐 유아교육현장”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7.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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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이 하루 종일 지내는 유치원, 전문 보건인력 배치 시급
열화상 카메라도 유치원은 제외, 서글픈 유아교육 현장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유·초·중·고 방역 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유·초·중·고 방역 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 (사진=최주연 기자])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코로나19의 위협이 여전하다. 꾸준히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일이 감염경로를 추적해 확진자를 선별해내는 단계를 벗어나 이제는 세밀한 방역과 예방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특히 학교가 개학하면서 장시간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유치원과 학교 방역 대책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코로나 시대 유·초·중·고 방역 대책,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마스크에 가려진 우리 아이들의 미소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언제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감염병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 당사자들과 방역·보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시간이었다.

베이비타임즈는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성남여수유치원 심진섭 원장을 만나 코로나19로 바뀐 유아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심진섭 원장
심진섭 원장

교사들, 코로나 방역업무까지 떠안아

최근 유치원과 초등학교 보건인력 배치와 증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심진섭 원장에 따르면 교사들이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교실과 교재도구 소독까지 도맡아 업무는 더욱 가중되었다.

또한 보건인력이 없는 공·사립유치원들은 하루가 멀다 쏟아지는 생소한 방역지침 공문을 해석하고, 방역물품을 준비해 비치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긴급돌봄 유아들을 돌보고, 개학 연기에 따른 가정에서의 놀이지원 꾸러미를 어떻게 구성해 보낼지 협의하며, 코로나19 유사증상 발현 시 대처방안까지 협의하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보건인력 없이 교사들이 방역업무를 한다는 점이다. 전문적 의료지식이 없다 보니 콧물만 흘려도 코로나19인지 단순 감기인지 판단할 수 없어 무조건 부모에게 전화해 귀가시키거나 등교중지를 하게 되어 맞벌이 가정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은 급한 일이 생겨도 부모님들이 갑자기 올 수 없는 상황도 있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는 간호사 배치 희망

유아교육법에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둘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지만 심 원장이 속한 경기도에는 배치되어 있지 않다. 일부 시·도는 기간제 보건교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심 원장은 “유치원 현장에선 보건교사보다 간호사 배치를 희망한다”면서 “유치원은 초·중등과 달리 방학 중에도 정원의 절반이 등교해 8시간 이상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방학 중에도 근무가능한 간호사 배치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면역력이나 질병에서 가장 취약한 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유치원에 보건인력 배치가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단설유치원의 규모도 예전과 달리 15학급 이상 200명 이상의 유치원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아들의 안전을 담당할 보건인력 배치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아들은 뛰고 노는 게 본능이고 안전에 대한 대처능력이 아직은 부족해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며, 면역력이 약하므로 독감이나 수두 등 감염병에 대한 전문적 관리와 대응을 할 수 있는 보건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적 손길 필요한 특수교육 유아들

특히 모든 단설유치원에는 특수교육대상 유아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 유아들에게는 간호사의 전문적인 손길이 더 필요하다.

심 원장이 근무하는 유치원도 특수학급 2학급에 8명, 일반학급에 3명, 모두 11명의 특수교육대상 유아가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예측할 수 없는 긴급 상황이 생길 수 있어 학부모들도 간호사가 배치되어 있다면 더 신뢰하고 안심하며 유치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학급당 유아수 감축도 유치원의 시급한 과제다.

지금은 교육부 지침대로 3분의 1 정도만 등교해 그나마 거리두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모든 유아의 등교가 이루어지면 이러한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치원교육과정은 놀이중심 교육이다. 블록을 쌓거나, 다양한 역할놀이를 해야 하는데 공간이 좁아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펼치기 어렵고, 교구장에 부딪히고 유아들끼리 공간 확보를 위해 갈등까지 생기게 된다.

심 원장은 “20평 정도 되는 공간에 영역별 교재교구장과 놀잇감, 책상을 놓고 남은 공간에 26명의 유아들이 그냥 서 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교실이 가득 차서 답답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좁은 공간에서 놀이까지 해야한다”면서 인원수 감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회토론회에서 유치원 방역현장에 대해 설명하는 심진섭 원장
국회토론회에서 유치원 방역현장에 대해 설명하는 심진섭 원장

‘방과후 과정’은 1/3 규정도 없어

방과후 과정 운영에 대한 현장 소리도 답답함이 가득하다.

요즘 학부모들은 직장을 다니든, 다니지 않든 방과후 과정을 희망한다. 희망자가 너무 많아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가능한데도 유치원 정원의 절반 이상이 방과후에 참여한다.

유아들도 오전 집단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고 오후에는 더 지친 상태로 한 교실에서 오후 6시~7시까지 생활하고 있어 안전지도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방과후 과정은 교육부의 학교 내 밀집도 최소화 조치에 따른 3분의 1 등교에서 제외된다. 밀집도가 너무 높아 거리두기를 위해 분반해야 하는데 추가인력도 없고,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유아들을 보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다.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코로나19 등 감염병 위험이 있는 경우 방과후 과정 운영에 대한 별도 대책이 함께 강구되어야 하는 이유다.

위탁 급식의 위험, 지역별 자율 운영에 맡겨야

심 원장은 개학 이전 긴급돌봄을 시행할 당시 아이들의 먹거리 관련 문제도 교육현장을 긴장시켰다고 말한다.

감염병 관련 비상시에는 급식과 간식이야말로 가정에서 개별로 준비해야 감염 우려를 조금이라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유치원에서 급식을 제공하라는 공문을 발송해 현장 상황이 더 어려웠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급식실을 운영하지도 않아 급식업체에 위탁할 수밖에 없고 급식업체 직원들도 감염요인이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심 원장은 “교육부의 지시가 아니라 각 지역이나 기관 상황에 맞게 기관장들이 교육공동체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면서 “비상시에는 유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유치원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청이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지원해서 유아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화상카메라 (사진=베이비타임즈)
열화상카메라 (사진=베이비타임즈)

 

열화상 카메라도 지원 제외, 서글픈 유치원

코로나19로 유치원 현장의 아침은 더 분주해졌다. 학급담임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현관에서 유아들의 체온 체크, 손세정제 사용법 안내, 교실 데려다주기, 부모님과 떨어지기 싫어 우는 아이 달래기 등으로 너무나 바쁘다.

초·중등은 모든 학교에 열화상 카메라가 지원되었지만 유치원은 여기서도 제외다. 지자체의 추가 지원을 받은 성남시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침부터 체온 재느라 분주한 실정이다.

심 원장은 “일일이 작은 것부터 모든 것을 챙겨줘야 하는 유아들인지라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한데 왜 유치원은 이런 것에도 제외되어야 하는지 서글프다”면서 “가장 면역력이 약한 유아들이 생활하는 곳은 무엇이든 먼저 지원해줘야 하는데 무엇이든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초·중등 원격수업도 유치원은 제외되다 보니 수업일수 맞추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유치원도 교사들이 매일 출근해서 매주 가정에서 놀이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홈페이지나 e-알리미를 통해 올려주고 놀이꾸러미를 가정으로 보내며 원격수업을 진행했는데 이는 수업일수에서 제외된 것이다.

공립유치원의 경우 초등학교병설유치원 숫자가 더 많다. 병설 유치원의 경우 초등학교는 방학인데 유치원은 혹서기, 혹한기에 2주나 3주 더 등교해야 한다. 또한 초등학교가 방학하면 급식도 안 되기 때문에 가장 주의해야 할 혹서기에 위험한 위탁급식을 실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시행령 개정을 보류하고 있다. 유아교육 정책에 있어 학부모의 의견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유아의 입장을 고려한, 유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립유치원은 수업료 부분이 있어 예외가 되겠지만, 초등학교와 급식을 같이하는 병설유치원과 단설유치원만이라도 초등학교 학사일정과 맞출 수 있도록 지침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현장의 바람이다.

심진섭 원장은 마지막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유아들은 우리가 안전하게 지켜줘야 하는 우선순위이기에 보건인력이나 방역담당, 학급당 유아수 감축 등이 모든 정책에서 먼저 고려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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