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판단...시민단체 의견만 따를 것인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판단...시민단체 의견만 따를 것인가?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7.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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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한 가운데, 조만간 검찰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심의위원회는 즉각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 참석한 13명의 위원 중 10명이 찬성하면서 이 같은 결론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예상보다 압도적인 비율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검찰은 사실상 이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100% 수용해왔고, 위원회의 설립 취지를 감안할 때 권고를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무난한 처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의위원 중 상당수는 이 부회장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결정적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판에 넘겨진다 해도 검찰이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또한 이로 인해 향후 3~5년간 이어질 지루한 법정 공방에 불확실성을 제공하느니 이 선에서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게 바른 판단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 같은 권고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도 수사심의위 결과를 무시할 경우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는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삼성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의 반발을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부 좌파 성향의 정치권이나 진보학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이와 상관없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상황도 전했다.

실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8일에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내부 갈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가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래 이달 1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주례보고 당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가 결정될 계획이었지만 검찰 내부의 문제로 미뤄지게 됐다"며 경제정의 구현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 교수단체와 학술단체들도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국정농단과 숱한 범죄의 주범인 이 부회장에 대해 단지 재벌 총수라는 이유로 구속과 기소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한 것은 친재벌적이라며 검찰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사법 정의와 자본주의 경제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경제정의 구현과 국정농단 범죄자의 처벌, 사법 정의와 자본주의 경제 질서 수호를 위해 검찰은 이 부회장을 반드시 법원에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게 과연 경제정의를 구현하고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수호하는 길인가 여부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경제정의를 무너뜨릴 정도로 이 부회장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물론이고 이번에 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고개를 강하게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인데, 그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헤지펀드 엘리엇과 같은 해외 자본의 무차별 공격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이 왜 그렇게 관용을 베푸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마치 해외 자본이 주장하는 바처럼 이뤄지는 게 우리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지름길인 양 주장하는 사례도 있어 어안이 벙벙해질 때도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5월 말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의 틈새를 이용해 무차별 공격을 일삼았던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해서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는 검찰이 2016년 3월 금융당국의 요청을 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4년여 만의 결론으로, 여기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론을 제기했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즉 외국 자본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관대하면서 토착 자본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인색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불건전한 행태를 일삼는 우리 토착 자본에 대해 비판을 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을 펼치는 건 옳다고 보지만, 무조건적으로 거의 모든 토착 자본을 재벌이라는 굴레를 씌워 무차별 공격을 일삼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우리 토착 자본이나 기업이 외국의 불건전한 자본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대한 검찰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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