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딩크족’에 합류한 이유…출산·양육 책임 못지는 사회의 선택
우리 부부가 ‘딩크족’에 합류한 이유…출산·양육 책임 못지는 사회의 선택
  • 백지선
  • 승인 2014.06.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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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행복한 가정’이라는 말을 들으면 엄마아빠와 아기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은 대개 아이를 갖지 않거나 갖지 않길 원하는 맞벌이부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딩크족은 육아에 쏟아야 할 시간과 자원을 본인들의 자기계발과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한다.

딩크족을 바라보는 20~40대 유자녀 부부들은 ‘그들의 가치관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육아의 고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딩크로 오랜 경험이 있는 부부는 ‘딩크도 많이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딩크족,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 사진 출처 = 영화 버니드롭.

 


◇딩크족,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딩크족 부부는 결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함께 살며 주말에는 여가를 즐긴다. 하지만 ‘육아’보다 자신과 배우자를 더 사랑하고 투자한다. 딩크족은 육아를 하게 되면 교육비, 양육비 등이 증가해 현재 삶을 유지하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다. 딩크족 부부 가운데 아이를 예뻐하는 부부도 많다. 이들이 아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육아를 하기보다 수상스키를 즐기거나 스킨스쿠버 자격증 따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나 모든 딩크족이 이렇게 넉넉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딩크족이라 선포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원치 않아서 딩크족이 된 경우도 의외로 많다. 두 부부가 생활을 꾸리는 데는 문제없지만 아이를 키우기에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생계형 딩크족’도 있다. 또는 난임(혹은 불임) 판정을 받아 딩크족 대열에 합류한 부부도 있다. 

딩크족과 더불어 핑크(Poor Income, No Kids)족도 있다. 이들은 (비교적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는 인상을 주는)딩크족과 달리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를 말한다. 핑크족의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정성 때문에 아이를 낳기 보다는 차라리 저축을 택한다.

▲ 사진 출처 = 영화 버니드롭.

 


◇딩크족 양산하는 사회

딩크족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사회’를 꼽는다. 지난 15일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500인 이상 민간기업, 50인 이상 공공기관 중 175개 민간기업, 13개 공공기관의 직원 가운데 단 한 명도 5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육아휴직 중인 여교사의 임신으로 인한 출산휴가 불허처분을 뒤집어 화제를 모았다. 미디어에서 이슈를 모았던 이 사건은 정부의 모성보호제 확대 및 강화와 매우 대립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하지만 딩크족 증가는 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를 낳기 전인 부부는 이미 가사분담에 대해 갈등을 겪는다.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맞벌이 직장인 49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남성 10명 중 8명이 가사분담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성 10명 가운데 2명만 가사분담이 잘 되고 있다고 답했다. 가사분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한 남성들은 ‘업무만으로 너무 피곤해서’, ‘야근, 회식 등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 등을 이유로 꼽았고 여성들은 ‘배우자가 살림에 서투르고 답답해서’, ‘집안일은 주로 여자가 한다는 인식 때문’이라 답했다.

▲ 사진 제공 = 듀오.

 


◇지금은 아이가 있어 행복한 ‘과거 딩크족’

딩크족 가운데 중도적 입장을 띤 부부도 있다. 아이가 생기면 낳되, 낳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부부가 여기에 속한다. 때론 과거 확고히 딩크인생을 살기로 계획했으나 임신하면서 인생계획을 다시 세웠다는 부부들도 있다.

방송인 배연정 씨는 한 프로그램에서 “첫째를 낳고 힘들어 17년동안 둘째를 낳지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아이를 갖고 싶어 노력했으나 병원에서 원인불명의 불임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불임판정을 받자 아이가 더욱 간절해졌고 노력 끝에 42세 때 늦둥이를 출산했다”고 전했다.

▲ 사진 출처 = MBC

 


◇아이 낳기 위한 실질적 환경개선이 우선 돼야

일생활균형재단 기업문화조성팀 안선영 팀장은 “양육과 보육을 하는 데 있어, 과거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는 체재였다면 현재는 오롯이 개인이 이를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으로 굳어가고 있다”며 “지금 결혼을 준비하는 세대 등은 선배세대가 출산양육 문제로 사표를 써야만 하는 풍경을 봐왔기에 결혼과 출산이 경제적인 것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잘 아는 세대”라 설명했다.

그는 딩크족에 대해 “실질적인 환경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부부에게 출산과 양육을 종용할 수 없다”며 “오히려 아이를 포기하고서도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 나름대로 일과 삶을 양립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이를 갖지 않고 살게 되는 본인의 장년과 노년에 대한 계획들을 같이 고려해야야 한다”며 “딩크족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사회문화적, 경제적인 변인들이 첨예하게 깔려 있는 문제로, 사회가 개인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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