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사회적 타살인 산재 사망 사고
[오빛나라의 LAW칼럼] 사회적 타살인 산재 사망 사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6.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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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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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광주에 위치한 한 재활용업체에서 혼자 일하다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스물여섯 살의 청년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지 파쇄기 시험가동 및 점검 과정에서 기계 상부로 올라가 걸려있는 폐기물을 제거하려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 김재순씨는 평상시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혼자 일했고,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파쇄기에는 안전장치도 부실했고 안전난간, 추락방지 작업발판, 비상시에 파쇄기의 작동을 중지할 수 있는 비상정지 리모컨 역시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산재사고로 인한 고인의 사망은 과실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재 사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철저한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예상할 수 있고, 특히 위험한 작업을 시키는 사업주로서는 이를 누구보다 잘 예상할 수 있기에 안전조치를 잘 했더라면 산재 사망 사고를 회피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역시 필요한 안전조치에 대해 충분히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사업주는 파쇄기를 가동하거나 원료가 흩날리거나 하여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부위에 덮개를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근로자가 파쇄기의 개구부로부터 가동 부분에 접촉함으로써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해야 한다.

사업주는 파쇄기로부터 내용물을 꺼내거나 파쇄기의 정비·청소·검사·수리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기계의 운전을 정지해야 한다.

①내용물을 자동으로 꺼내는 구조이거나 ②그 기계의 운전 중에 정비·청소·검사·수리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여야 하는 경우로서 안전한 보조기구를 사용하거나 위험한 부위에 필요한 방호 조치를 해서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운전을 정지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점검 중에는 기계 운전을 정지해야 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기계정비 중 다른 사람이 기계를 운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계의 기동장치에 잠금장치를 하고 그 열쇠를 별도 관리하거나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방호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업 과정에서 적절하지 아니한 작업방법으로 인하여 기계가 갑자기 가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지휘자를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작업이 강행되었고, 노동자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하게 되었다. 심지어 해당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난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노동자에게 혼자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게 하면서 제대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안전불감증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장애인 근로자는 장애로 인해 작업 활동에 있어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채용시는 물론이고 고용 중에도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고김재순사회적타살장애·노동·시민대책위원회(고김재순서울대책위)’를 구성해 △고인의 사망에 대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전면개정 △장애인고용사업장 장애유형 장애인 편의제공 및 안전실태 전면조사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양형위원장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해 산재 사망 사고의 양형기준을 올려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현재 산업안전법 위반 사건은 양형기준상 과실치사상 범죄군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산재 사망사고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소홀이나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 기업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독립범죄군으로 설정해 줄 것과 벌금형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13~2017년 사이 산업재해 상해·사망사건으로 처벌받은 피고인 2932명 중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57.25%였고, 평균 벌금은 피고가 사람일 경우 421만원, 법인일 경우 448만원에 그쳤다고 한다.

안타까운 산재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의 양형기준 역시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회가 솜방망이 처벌로 이를 방관하는 것은 산재사고 재발 방지와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결국 산재 사망 사고가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단순한 업무상 과실 범죄가 아니라 기업범죄라는 인식 변화에 따른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앞으로 안전을 소홀히 한 대가는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비용보다 크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기업 역시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세우고,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안전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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