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희망을 변호하다” 오빛나라 변호사
[인터뷰] “희망을 변호하다” 오빛나라 변호사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5.26 10: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재 인정은 근로자와 유족들에게 다시 살아갈 희망을 주는 것
여성 근로자들, 비정규직과 감정노동업종은 정신질환 위험 심각해

 

서초동 법원 풍경이 시원하게 창밖으로 펼쳐지는 서초동 오빛나라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오빛나라 변호사는 산재 전문 변호사로 근로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희망을 변호하고 있다.
서초동 법원 풍경이 시원하게 창밖으로 펼쳐지는 서초동 오빛나라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오빛나라 변호사는 산재 전문 변호사로 근로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희망을 변호하고 있다. Ⓒ 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산재근로자의 대변인으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사회와 가정 안팎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오빛나라 변호사를 만났다.

산재(산업재해) 인정은 근로자들에게는 회사를 위해 일한 가치를 인정받게 해주고, 유가족들에게는 다시 살아갈 희망을 주는 열쇠가 된다.

오빛나라 변호사는 근로감독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노동 현장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알았다. 아버지 직장 앞에서 본 현수막들과 농성천막, 절규하던 노동자들의 외침은 ‘왜 저렇게 슬퍼할까.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할까’ 어린 소녀의 마음에 의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소녀가 성장해 그 슬픔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게 됐을 무렵 다시 마주친 것은 산재라는 또 다른 고통이었고 그 마저도 인정받지 못한 채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품었던 의문은 무거운 책임감이 되었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희망은 그녀를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반갑습니다. 변호사님. 까다로운 자격요건 탓에 사법시험 출신 중 산재전문 변호사는 2019년 기준 5명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산재변호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법시험 자체가 폐지된 이유도 있지만 법적 쟁점들이 복잡하고 특수성이 있어서 일반 변호사가 들어오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또한 전체적인 사건 숫자들보다 산재 소송의 숫자가 적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TV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외국 근로자가 아무 조치도 받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그런 분들을 꼭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죠.

근로복지공단에서 오래 근무하셨던 아버지의 영향도 컸는데요. 산업재해 근로자들을 도우면서 보람 느끼셨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도 ‘삶의 가치는 나로 인해 타인이 행복한 모습을 볼 때’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여린 외모와 산재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잘 매치가 안 됩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일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변호사로서 사회 첫발을 딛었을 때 외모와 나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해요. 여자라서, 어려 보여서, 경험이 없을까 걱정을 하는 의뢰인들이 많습니다.

극복하는 방법은 실력과 책임감입니다. 전문적이고 자세한 상담을 받고 나면 의뢰인들이 그 어떤 변호사보다 사건 해결방안을 명쾌하게 제시한다고 오히려 더 신뢰를 해주시니까요.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오 변호사의 언론 칼럼 시리즈.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오 변호사의 언론 칼럼 시리즈.

근로자들과 공감하면서 느낀 보람의 순간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승소를 이끌어낼 때가 가장 보람 있죠. 산업재해자 유족은 생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산재가 인정되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분들에게 평생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정말 큰 보람입니다. 물론 사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득이하게 안좋은 결과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그런 때에도 의뢰인께서 결과와 상관없이 저와 함께한 것만으로도 큰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고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걸 보면서 진심은 늘 통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성근로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과 대표적인 산재는 무엇인가요?

여성들은 유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이 재해로 사망한 경우지요. 그밖에 여성근로자들의 대표적인 산재는 우울증에 관한 것입니다.

우울증이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비정규직이나 감정노동을 하는 업종이 정신질환 위험에 노출되는 게 현실입니다.

통신사 콜센터 상담사가 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악성 민원 고객에게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건이 산재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콜센터 직원이 사이버 성폭력으로 얻은 정신질환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고요.

간호사들도 군기를 잡는다는 목적으로 강하게 질책하는 소위 ‘태움’ 관행이 있죠. 결국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인데요. 작년에 태움 때문에 자살한 고 박선욱 간호사가 처음으로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최근에 인식전환이 되서 소송이 많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여성 근로자들을 위협하는 산업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건 중에 의뢰인이 고민을 많이 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산재가 인정되는 게 어려운 현실이니까요. 게다가 소송 진행과정에서 본인이 당했던 괴롭힘을 다시 되새기게 되어 또 다른 상처가 더해지는 셈이 되죠.

하지만 본인의 사건이 산재로 인정되면 추후 다른 분들에게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어 활용될 거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셨습니다. 혼자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빛나라 변호사와 18개월 된 딸 재이 양. 재능을 이롭게 쓰라는 의미로 딸의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남을 배려하면서 살았으면 한다는 엄마의 마음이다.
오빛나라 변호사와 18개월 된 딸 재이 양. 재능을 이롭게 쓰라는 의미로 딸의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남을 배려하면서 살았으면 한다는 엄마의 마음이다.

변호사가 아닌 엄마 오빛나라는 어떤 분일까요. 일과 육아의 병행은 변호사도 역시 쉽지 않겠죠?

18개월 딸이 있어요. 감사하게도 친정어머니가 주중에는 아이를 돌봐주셔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주말엔 되도록 아이와 오랜 시간 보내려 노력하고요. 남편도 법조인이라서 제 업무를 잘 이해하고 의지가 되어줍니다.

저는 독립해서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고용변호사의 경우 여성 변호사가 임신하면 일을 계속하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대형로펌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곳이 있지만, 소규모 로펌은 임신하면 그만두는 추세입니다. 소규모 로펌이거나 중형규모 로펌인데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곳은 주변에서 못봤어요.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하세요?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해요. 남을 배려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고요.

변호사이기 때문에 조금 남다른 자녀교육법이 있을까요? 아버님에게는 어떤 교육을 받으셨어요?

그냥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밖엔 없지만 좀 더 성장하면 다양한 것을 보게 해주고 그 경험을 토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교육에 특별히 관심은 없으셨어요(웃음). 대신 어머니가 많은 기회를 주셨죠. 음악, 체육, 미술 등 여러 가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시고 제가 관심 갖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보셨어요. 전 예체능엔 재주가 없고 글짓기 학원이나 속셈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대요. 적성을 찾게 해주신 거죠.

변호사님의 인생을 한 줄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세요?

“희망을 변호하는 변호사”

사건을 수행하다보면 의뢰인들이 처음에는 모두 어둡고 슬픈 표정입니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얻습니다. 과연 승소할 수 있을까 어렵게 생각하고 오는 분들이 많지만 소송을 성공시키면서 그분들이 갖고 있던 작은 희망을 현실로 만든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산재 불승인 처분, 행정심판 기각 결정을 받고 소송을 하더라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좌절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생각할지라도 소송을 진행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가 있으니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산재 사망사고의 경우 유족은 산재가 인정될 경우 산재 유족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어 그 혜택이 큽니다.

앞으로 계획과 바람을 들려주세요.

산업재해자와 유족들을 위해 일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로펌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제도적인 문제도 개선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엄마로서의 바람은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니 매일이 다르고 아이가 행복한 모습이 바로 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