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내견과 경호원’ 국회 관례, 초법적이지 않은가?
[칼럼] ‘안내견과 경호원’ 국회 관례, 초법적이지 않은가?
  • 김영욱 기자
  • 승인 2020.05.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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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비타임즈=김영욱 기자] 21대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초법적’인 출입 관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선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국회 입성을 계기로 국회가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 등에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해온 관례가 비판을 받고 있다. 

김 당선인은 숙명여대 재학시절부터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출신의 안내견과 함께 생활해 왔다. 유학생 시절에도 안내견의 도움을 받았고, 올해 4살인 ‘조이’는 그의 세 번째 안내견이다.

국회는 그간 국회법을 이유로 들며 본관 내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 등에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왔다. 2004년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화원 전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안내견과 함께 본회의장에 입장하려고 했지만 국회사무처의 부정적인 반응에 보좌관의 팔을 붙잡고 자리로 이동했는데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안내견은 장애인의 일부이자 한 몸과 같다. 택시, 버스, 음식점 등 모든 시설에 제약 없이 입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복지법 40조 3항은 “누구든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국회사무처는 안내견 출입 제한에 대해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에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에 근거한 관례라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이 어떤 존재인지 무지한 설명이고 궁색하다.

더욱이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에서 시각장애인의 안내견 출입을 보장하도록 한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분명한데도 이를 관례라고 우기고 있다. 이런 초법적인 관례는 국회가 권위의 식에 젖은 나머지 인권 감수성이 둔감한 탓일 것이다.

김 당선자는 최근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동반 생명체 역할을 하는 존재이지 국회법에 명기된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니다”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 환경)’가 배려가 아닌 의무라는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했다. 

누구보다 어렵게 국회에 진출한 장애인이 의정 활동에서도 불편을 겪는다면 이는 이중, 삼중의 차별이다.

국회사무처는 논란이 일자 김 당선자 안내견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 허용을 검토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논란 자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시대에 뒤떨어진 국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안내견 출입 금지부터 정치인들의 잦은 장애인 비하 발언까지 국회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해 여전히 경직되고 있다.

한편 탈북민 최초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의 의정 활동을 앞두고 역대 최고 수준의 경호가 준비되고 있어 ‘안내견 국회 출입’과 상반된 모습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 당선인은 애초 특급 경호를 받아왔으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게 된 만큼 상황에 따라 한층 강화된 경호를 받을 수도 있다.

태 당선인이 제21대 국회에서 본격 활동하게 되면 국회 공무원인 경호과 소속 경위들과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동선에 따라 24시간 경호를 한다.

통상적 경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경찰관들이 맡는다. 경찰은 경호 대상의 중요도를 고려해 ‘가·나·다’로 분류하는데 태 당선인은 ‘가급’이다. 근래 탈북한 인사 중 가장 고위급이어서 가급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의 경호를 펼친다. 국무총리급에 준하는 경호다.

일반적으로 가급 경호는 2인 1조로 진행한다. 야간에는 1명이 당직을 서는 형태지만 태 당선인의 경우 경호 인력이 통상적 경우보다 더 많았다. 경호 경찰관도 관할 경찰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서울경찰청에서 직접 챙겼다.

경호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변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실탄이 장전된 권총 등은 필수적으로 휴대한다. 김정남 살해 사건의 여파로 독극물 해독 키트(도구) 같은 장비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는 태 당선인이 집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가는 모든 순간 이뤄진다. 사적 만남을 할 때는 개인적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보장은 하지만 경호 인력이 멀리 떨어지지는 않는다.

국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 관계자는 “실탄 경호 인력이 본청 안에 출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동선 경호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국회의사당에서 허리에 총을 찬 경호원을 볼 수 있게 됐다.

이같은 태 당선인의 파격적인 경호에 대해 일각에선 ‘안내견 출입 불허’와 견줘 국회의 초법적 관례라고 꼬집고 있다. 

오는 30일 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삼 국회의 권위적인 사고방식에 우려를 느낀다. 낡은 국회의 자성이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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