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발언이 의미 있다고 보는 이유(2)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 발언이 의미 있다고 보는 이유(2)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5.1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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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묵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사과발언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를 가장 먼저 꺼내며 머리를 숙이는 한편 국민에게 용서를 구했다.

말미에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폭탄발언'까지 곁들였다. 이런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용기를 내서 마음속의 생각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많은 문제가 경영권 승계로부터 발생했음을 시인하고, 앞으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배수의 진을 쳤다고 할 수 있다.

말을 빌리자면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며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경영진들이 오로지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묵시적 용서를 하고, 이를 통해 꼬인 매듭을 풀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소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에서 사법부가 고민하는 것도 이런 차원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우리 법체계는 삼성을 비롯한 많은 기업인들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에 어려운 요소들이 많다. 50%의 상속세율에 가산세를 더하는 구조에서 원천적으로 경영권 상속을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편법이 동원되고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열심히 일하고 가치를 충분히 발하는 기업인이라면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순조롭게 경영권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경우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승계문제는 오리무중이다. 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승계를 하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이어서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 섣부른 지배구조 개편은 자칫 외국인 투자자들만 좋게 해 국부유출의 원인이 되거나 지난 2015년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돼 경영 불확실성이 야기될 수 있다.

대안으로 회사를 쪼개든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들어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고사시키거나 경쟁력을 잃게 해 나락에 빠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 환경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과연 성공한 기업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그냥 그만그만한 기업이 아니고 우리 경제의 명운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지배구조를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의 경영권 승계로 야기된 모든 문제는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과거의 발목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 경영에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필요도 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는 더욱 보호주의적 성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먹구름은 더욱 짙어져만 오고 있는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경영진이 과거에 매인 사슬을 풀고 미래를 향해 뛰어갈 수 있도록 결자해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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