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너그러운 부모가 되는 길
[워킹맘 공감] 너그러운 부모가 되는 길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5.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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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육퇴. 육아 퇴근의 줄임말이다. 엄마라면 육퇴 후의 기쁨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낮을 지나 아이들이 잠든 밤의 고요한 적막을 참으로 사랑한다.

며칠 전이었다. 그날도 퇴근 후 아이들과 한참을 실랑이하고 나서, 가까스로 아이들을 재웠다. 두 아이가 잠들었다는 기쁨을 만끽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으앙~” 둘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깬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외침이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솟구쳤다. 아기 침대로 가서 아기를 안고 달래기를 반복했지만, 짜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의 감정이 전해진 걸까, 아이도 불안한지 잠들지 못하고 더 울기 시작했다.

‘잠 좀 자라 제발’이라는 혼잣말을 하면서 아이를 어르고 또 달랬다. 그렇게 20~30분이 지나서야 아이는 다시 잠이 들었다.

녹초가 된 나는 거실 소파에 누워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오늘 하루 바빠서 살피지 못한 뉴스와 유튜브를 보고 SNS를 했다. 그러고 나서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랴부랴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아까 잠을 자지 않는다고 아이를 재촉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또한 요즘 잠이 부족한 것도 사실은 아이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세상에 갇혀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나의 잘못을 살피지 못하고 아이 탓을 했던 것이었다.

그간 수면이 부족했던 것은 새벽에 한두 번씩 깨는 아이 탓이 아니라 이어서 잠을 바로 못 이룬 분노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이의 관점이 아니라 나의 관점에 아이를 맞춘 것 같아 미안함이 밀려왔다.

신간 ‘지친 당신에게 고요를 선물합니다’에서는 유능한 부모보다 너그러운 부모가 될 것을 강조한다. 아기를 돌볼 때 가장 필요한 자세는 평정심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목욕시키기, 먹이기, 유모차 밀기처럼 아기 돌보는 일과를 수련의 시간을 생각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부모가 되기 위한 과정은 꽤 버겁기 마련이다. 마음에서 걱정과 불안, 즐거움이 함께 요동친다. 그럴 때일수록 하고 있던 단순한 일들에 계속 주의를 집중하되, 조급해져서는 안 된다. 전전긍긍한다고 아이가 하루 만에 불쑥 자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자신을 다독이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지금 신이 부여한 가장 위대한 임무를 완수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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