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로 북적인 베이비키즈페어, 아빠 육아 프로 탓?
아빠들로 북적인 베이비키즈페어, 아빠 육아 프로 탓?
  • 안무늬
  • 승인 2014.06.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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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서울베이비키즈페어가 서울 양재동 aT서 5일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160개 업체가 참여해 대규모로 진행되고, 영아뿐만 아니라 유아를 위한 제품들도 선보이는 신개념 ‘베이비키즈페어’ 행사다.

최근 베이비페어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빠 부대’를 찾아보기 쉬워졌는데, 이번 행사 역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 젊은 아빠들, 베페에는 왜?

젊은 아빠들은 대체로 주말에 박람회에 방문한다. 평일에는 회사에 가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베이비키즈페어가 4일 지방선거일, 6일 현충일, 주말과 겹친 5~8일 진행돼 이 행사장에는 간편하게 티와 청바지를 입고 온 아빠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체로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를 안고서 아내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베페에 온 이유는 낭만적이었다. 바로 아이를 안고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아내가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화성에서 온 30대 김씨는 “사실 베페에 오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내가 만7개월 된 아이와 둘이서 베페에 오는 것은 위험할 것 같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번거로워도 둘째 낳으면 또 올 것”이라며 아내의 앞으로도 계속 베페에 방문해 아내의 짐을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 남편은 아이를, 아내는 쇼핑을

베페에서의 구매 결정은 대체로 엄마들이 하기 때문에 아빠들은 주로 아이를 안고 아내를 따라다니거나 쉼터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남편들이 아내의 쇼핑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아내들은 전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송파구에서 온 30대 여성 이씨는 “남편과 함께 오면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 기저귀나 유모차를 들어줘 좋다. 체력적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 남편 없이 혼자 오면 위축되기도 하는데 남편과 같이 오니 당당해진다”며 남편과 함께 하는 베페 관람이 즐겁다고 말했다.

한편 남편과 함께 오지 못한 여성은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오면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에 물건을 쉽게 고를 수 있다. 남편이 이것저것 들어주니 편해 보이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남편은 베페에 한 번 오고 나서 오기 싫다고 말해 혼자 온다. 귀찮은 마음은 알겠지만 같이 와줬으면 좋겠다”며 남편의 동행을 바란다고 말했다.

◇ 유모차 미는 일, 창피하지 않아

 


한국 사회에서는 육아를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남성이 유모차를 미는 일은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빠 육아’ 가정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남성이 유모차를 미는 일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다.

이번 베페 역시 ‘아빠 유모차 부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성남에서 온 30대 남성 하씨는 열심히 유모차를 미는 ‘1등 아빠’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유모차를 미는 일은 전혀 민망한 일이 아니다. 내가 유모차를 밀고 짐을 밀면 아내가 편해지고, 베페는 아내 혼자 오기 힘든 곳이기 때문에 함께 온다”며 아내와 아이를 배려하는 마음을 보였다.

의왕에서 온 30대 김씨 역시 “유모차를 미는 일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베페에 와서 짐도 들어주고 상품 구매에 대해서도 의논한다. 다음에도 같이 오자고 하면 올 것”이라고 말했다.

◇ 남편 함께 온다고 좋기만 할까?

▲ 남편 없이 친구와 함께 온 여성이 아이와 함께 웃고 있다

 


남편과 함께 베페에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여성도 있었다. 그들은 “남편과 함께 오면 오래 쇼핑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온 30대 송씨는 “혼자 유모차를 밀고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긴 하지만 남편이 오면 오랜 시간 쇼핑을 할 수 없다. 남편은 물건을 봐도 잘 모르는데 나는 이것저것 봐야 하니 남편은 귀찮고 지루할 것”이라며 남편과 함께 베페를 관람하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관악구에서 온 30대 황씨 역시 “남편이 함께 오면 유모차, 가방 등 내 짐을 많이 덜어주지만 남편이 함께 하면 아무래도 두 사람이 함께 물건을 고르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며 굳이 남편이 함께 하지 않더라도 베페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편의 참여가 절실한 여성이 있는 반면, 남편이 없어도 친구들이나 어머니와 함께 베페를 즐기는 여성도 많았다. 이를 통해 베페에 남편이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래도 남편이 함께 오면 좋긴 하겠다”며 내심 남편의 베페 동행을 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의 “혼자 가도 돼”에 “알았어”라고 답하기보다는 “진짜?”라고 두어 번 되묻는 센스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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