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재난기본소득’ 전국 확대될까
코로나19 사태에 ‘재난기본소득’ 전국 확대될까
  • 이성교 기자
  • 승인 2020.03.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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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재명·김경수 불지핀 ‘재난기본소득’, 전주시가 선수
총선 앞두고 화두로 ‘부각’…초반 ‘호의적’ 통합당 입장 관건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준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재난기본소득’을 제도적으로 지급해 재난을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처음 부상했던 ‘재난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일부 여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속속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정치권에서도 동의를 표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게다가 전북 전주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명에게 50만원씩의 ‘재난기본소득’을 4월부터 지원하겠다고 밝혀 다른 지자체들도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가세할 경우 공식적으로 입법이 논의될 수도 있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주요 지자체, 재난기본소득 도입 ‘찬성’ = 서울과 경기, 경남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장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난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가운데 전북 전주시는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10일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명에게 50만원씩을 지원하자”고 긴급 제안했다.

시는 이를 위해 재난 기본소득 250억원 등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 543억원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수혜 대상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명으로 기본소득은 지역은행의 체크카드 형태로 4월에 지원된다. 3개월 안에 전주지역에서 써야 한다.

이에 대해 시의회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4월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주시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서울 경기 등 다른 지자체가 정부에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제안한 것과 달리 자체 예산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장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50만~100만원 가량의 기본소득(재난기본소득)을 주자고 국회와 정부에 속속 건의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상을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를 대상으로 잡아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이들에게 2~3월 두 달간 생활비 월 30만원씩 총 60만원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경기도청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가진 합동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경기도청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가진 합동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경기도 제공)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사용 시한이 제한된 ‘지역화폐 형태’의 재난기본소득을,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8일 전 국민에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지사는 6일 경기도청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한 합동 브리핑에서 “경제가 거의 멈추는 비상상황이 도래하는 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일정 기간에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형태의 재난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 극복 방안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처럼 경제적 피해가 막대한 지역에 먼저 지급하면 경제를 정상화하고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한때 일본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펌프로 치면 지금은 물이 다 빈 상태라 마중물이 필요하며 금융지원, 세제지원 이런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국민이 실제로 처분할 수 있고 그 처분을 통해 지역경제가 조금씩 순환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전국민에 재난기본소득 100만원 지급하자고 8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국가 차원의 특단 대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김 지사는 “정부에서 현재 어려움 극복을 위해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임시 대책이지 미래의 위기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는 대단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세계 경제가 위축될 때 선진국들은 특단의 대책으로 내수시장을 과감하게 키워서 위기를 극복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경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함께 논의해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전 국민에게 동시에 지급하자고 제안하는 이유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고,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는데 시간과 행정적 비용을 낭비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라며 “모든 국민에 재난기본소득으로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면 약 51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면 26조원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지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며, 그동안 수출을 통해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면 일자리 대폭 감소,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내수시장이 더 얼어붙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될 것”고 덧붙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

◇ 총선 앞둔 정치권, ‘재난기본소득’ 카드 만지작 = 주요 지자체장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극복을 위해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국회에 촉구하고, 일부 지자체가 시행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이 카드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0일 “대구·경북지역에 일인당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코로나19 민생피해 비상대책회의’에서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다 주는 것에 무리가 있다면, 대구·경북 지역이 피해자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는 점에는 다 공감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 대해선 당장 피해를 보는 노동자, 자영업자, 돌봄 가족들에 직접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수정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재난기본소득을 나중에라도 부작용 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생당 공동대표인 박주현 의원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본소득당, 미래당, 시대전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재난기본소득 도입 여부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입장이 최대 관건이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9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재정이 허락한다면 대구시 재정으로 어떻게든 해드리고 싶다”면서도 “국가적 재정이 허락할지는 조금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기업인이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런 과감성 있는 대책이어야 특효가 있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 특별한 입장 발표가 없었다.

정부는 일단 부정적인 태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여당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제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재정당국은 부정적인 측면을 많이 보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예측 못 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김정우 의원의 질의에도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재난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해서 말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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