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바뀌고 부는 회오리바람...이성희 체제 우려
농협중앙회장 바뀌고 부는 회오리바람...이성희 체제 우려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3.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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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제24대 농협중앙회장

[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지난달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71)이 취임하면서 농협금융지주에는 거친 회오리바람(dust devil)이 불고 있다. 우선 지주의 간판급이라고 할 수 있는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비롯해 줄줄이 고위급 임원들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가거나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더구나 이대훈 은행장은 지난 2년간 실적이 좋아서 처음으로 3연임이 결정된 사례다. 지난 1월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지만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가 수리됐다.

농협은행 관계자가 "은행장의 통상적 임기인 2년을 다 채운 만큼 용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임기에 연연했으면 지난해 12월에 연임을 포기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을 읽고 사퇴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행장뿐만 아니라 소속사 대표이사급 임원들도 줄줄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와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도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는 수리되지 않고 반려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은 오는 4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이달 중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한다. 김 회장이 과연 거친 회오리바람을 잘 견뎌낼지 벌써부터 의견이 엇갈리는 상태다.

사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관계로 농협중앙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농협의 신경분리(신용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 상호간 간섭을 최소화하고 농협지주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관행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전임 농협중앙회장들의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각종 문제점이 발생했고, 이런 전횡을 막기 위해 신경분리를 도입해 정착돼 가는 모습을 보였다. 가급적 인사독립을 유지해 전문성을 살려가는 시스템으로 정착됐고, 최근 농협금융지주의 실적 호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여겨진다.

김병원 전임 회장만 해도 농협중앙회장 선출 당시 선거 문제로 재임기간 내내 법적 분쟁에 휘말렸지만 농협지주의 인사권을 가지고 말이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이어간 요인으로 평가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2년 연속 당기순이익 1조원 이상을 거두는가 하면 지난해는 당기순이익이 연결 기준 1조7796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46% 늘어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2012년 금융지주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면서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4136억원)를 포함하면 처음으로 순이익이 2조원을 넘기는 실적이었다. 여느 금융지주에 못지않은 실적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그 바탕에는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역할이 지대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의 당기순이익인 1조5171억원을 달성해 지주 순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담당했다.

참고로 계열사별 순이익을 살펴봐도 그렇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7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농협생명은 전년도 적자에서 지난해 401억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미진했다. 또 손해보험은 68억원, 캐피탈 503억원, 자산운용 217억원, 저축은행 181억원 등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런 실적을 감안해 이대훈 은행장은 신경분리 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했으나 농협중앙회 회장이 바뀌면서 비운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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