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내 삶의 표현수단이자 한국을 담는 그릇"…사진전시회 연 이주민 불라나디씨
"사진은 내 삶의 표현수단이자 한국을 담는 그릇"…사진전시회 연 이주민 불라나디씨
  • 안무늬
  • 승인 2014.06.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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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5월 28일~6월 1일 3일간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양천외국인근로자센터 미디어교실 수강 외국인근로자가 주축이 돼, 그간 갈고닦은 사진기술을 통해 자신들을 소개하고 한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기획됐다.

작품을 전시한 필리핀 근로자 나즈씨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눈에 밟히고 한국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따가운 시선들에 상처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할 내 자신이 기대된다”며 전시회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 필리핀에 있는 대학생 동생들 위해…

▲ 크리스틴 불라나디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은 크리스틴 불라나디씨는 올해 23세인데도 앳된 모습이었다. 비자 발급의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1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그렇게 기다린다고 해도 비자 발급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라나디씨는 코리안 드림을 갖고 한국에 들어왔다.

다른 이민자들이 그렇듯 불라나디씨 역시 수입의 반을 필리핀에 보내고 있었다. 대학생인 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월급의 반은 필리핀에 보내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쓰고, 저축한다”며 월급 사용 내역을 설명했다.

필리핀에서도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한국에 올 때는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왔다. 하지만 더욱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DSLR 카메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구입하게 됐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진의 의미는

대체로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필리핀 근로자들은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신목종합사회복지관의 강흥모 팀장은 고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 저소득층인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의 생각처럼 어렵고 힘들지만은 않고, 다들 한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불라나디씨는 이번 전시회에 9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녀에게 사진의 의미는 세 가지였다. 그녀는 “나에게 사진은 내 삶은 나타낼 수 있는 수단, 한국에서의 현재를 담을 수 있는 방법, 필리핀에 돌아가 사진작가를 하고 싶은 꿈”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예전에는 그냥 예쁜 것을 보면 사진을 찍었지만 이제는 사진을 찍는 데 이유가 생겼다. 사진의 의미를 더 많이 생각하고 찍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카메라에 담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근로가 한국에서 일을 하며 사진으로 그들의 감정을 보여줬다.

그들의 노력은 신목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들과 강사들이 마련한 미디어 수업을 통해 빛을 발하게 됐다. 한국에서, 수도 서울에서, 청계천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사진전이 열린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강흥모 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울 한 복판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또한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 근로자들의 눈으로 본 한국의 모습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회는 ‘나를 소개합니다’라는 주제로 마련됐기 때문에 사진의 수준이 높지 않아도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며 전시회를 설명했다.

◇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불라나디씨는 한국의 문화가 필리핀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필리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왔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것도 많이 힘들지 않았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친절해 아직 생활에 큰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문화시대인 만큼 외국인을 보는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다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하다. 불라나디씨 역시 이에 대해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계속 변화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한국인들이 결혼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인을 차별 없는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 두 아이와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제시 마리 실바의 작품.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그녀가 힘들어도 버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제시씨를 눈으로 봤을 땐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일 뿐이지만, 마음으로 봤을 땐 '워킹맘' 그리고 '엄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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