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파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합니다”
라떼파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합니다”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1.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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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사용하기 힘든 아빠들…“눈치 보여서 못써”
2019년 남성육아휴직자 총 2만 명 돌파, '역대 최고치'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남성육아휴직 1년? 사실, 눈치 보여도 신청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복귀 후 이보다 더 긴 시간동안 눈치 보며 일하게 될걸요. 그래서 막상 신청하기가 힘들어요.”

지난 2009년 ‘남성육아휴직제’ 최초 도입 후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했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육아휴직자의 비율은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21.2%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육아휴직, 이른바 ‘아빠육아휴직’의 경우 그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긴 하나, 시행 기간에 비교한다면 현저히 더딘 속도다.

저연령 자녀를 둔 아빠가 육아 고비 시기에 당면할 경우, 아빠육아휴직 제도의 사용을 고민하게 된다. 최근에는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것이 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아빠육아휴직 제도를 수용할 수 있을만큼의 유연함을 갖추게 됐다는 방증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일단 ‘NO’다. 대다수의 아빠들은 사용을 위해 만든 복지와 혜택이 의무가 아닌 선택일 경우, 그 결과에서 긍정성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가령, 의무가 된다 해도 고민은 필수라는 의견이다.

업무에 치이며 사는 너무 바쁜 24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들은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육아휴직을 낸다.
업무에 치이며 사는 너무 바쁜 24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들은 아이와의 시간을 위해 육아휴직을 낸다.

◇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이유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결국 다음과 같다. “눈치 보여서 못써요.”

이는 남성 육아휴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도, 차츰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도 모두 공통인 사항이다.

상대적으로 아빠육아휴직 제도의 공익성에 호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대기업들은 아빠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공식 홍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 내 아빠육아휴직제도에 대한 폐쇄적 분위기는 여전한 듯 보인다. 아빠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진 곳도 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에 육아휴직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결심에 이르기 까지 힘든 고민을 부단히 이어갔다는 점에서는 양쪽 모두 다름이 없다.

직장인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하기란 여간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육아휴직이라는 결정이 사회적 커리어를 유지해 나가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육아가 목적일지라도, 막상 휴직에 돌입한 후 발생하는 업무 공백 부담을 동료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장기간 메워 온 업무 공백에 다시 복귀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무척 힘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한 직장인 남성은 “조금 뻔뻔해 보일 수 있더라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빠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장기간 육아휴직을 쓸 경우 향후 인사고과에 영향을 끼쳐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가계 경제 축소 위험성도 있어, 아직까지는 일부 ‘용자(용기있는 사람)’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라는 의견이다.

남성육아휴직자 수 증가 추이. (자료제공=고용노동부)
남성육아휴직자 수 증가 추이. (자료제공=고용노동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합니다

지난 22일, ‘2019년 남성 육아휴직자’ 총 인원이 2만 명을 돌파했다는 고용노동부 발표가 있었다. 역대 최고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당시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 2297명.

민간 부문 전체 육아휴직자 수가 10만 5165명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전체 대비 21.2%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앞선 2001년 ‘육아휴직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1만 7665명의 아빠들이 남성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2018년 결과와 비교해보면 26.2% 증가한 수치다.

남성 육아휴직 현황을 기업 규모별로 살펴봤을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먼저 지난해 중소기업 남성육아휴직자수는 각각 ▲10인 미만 2543명(11.4%) ▲10인 이상 30인 미만 1745명(7.8%) ▲30인 이상 100인 미만 2426명(10.9%) ▲100인 이상 300인 미만 3080명(13.8%)으로 집계된 바 있다.

반면, 300명 이상 기업으로 분류되는 대기업의 남성육아휴직자는 1만 2503명, 56.1%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이는 여전히 기업 규모가 클수록 남성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결과다.

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들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업규모별 남성육아휴직 사용 비율. (자료=고용노동부)
기업규모별 남성육아휴직 사용 비율. (자료=고용노동부)

◇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결심하는 이유

직장 내 분위기·업무 공백·복직 후 업무배치 혼란·퇴직 종용·인사고과 타격 등, 수없이 예상되는 불이익의 종류를 무릅쓰고라도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육아휴직을 경험한 아빠들의 상당수는 주변에 육아 휴직을 적극 권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육아 공동 분담, 즉 ‘평등 육아 실현’에 있다.

현재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엄마 혼자 하는 ‘독박육아’가 아닌 아빠와 함께하는 ‘공동육아’의 중요성이 꾸준히 다뤄지고 있다. 부부 간 육아 분담은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의 자녀 돌봄을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그 장점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싶어 육아휴직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다. 일에 치이며 사는 24시간, 아이와 대화 나눌 시간도 없는 워킹대디들에게 더욱 절실한 이유다. 아이가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을 어색해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라떼파파’를 자처하는 것이다.

여기서 라떼파파란,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끄는 아빠’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결국 아빠육아휴직이란 현재 우선순위의 방향을 아내와 아이, 즉 ‘가족’에 둘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족정책인 것이다.

향후 라떼파파가 저출산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안전한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마스터키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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