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에세이] 내 사랑 열두 여인
[아리랑 에세이] 내 사랑 열두 여인
  • 서주원 기자
  • 승인 2020.01.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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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어느날, 전라북도를 향해 달리는 고속도로 위의 관광버스 안. 50대 중년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부를 노래 곡목을 소개했다. 노래 제목은 ‘내 사랑 열두 여인’, 곡은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작사는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 남성의 노래 제목과 작곡자, 작사자 소개에 버스안에서는 기대에 찬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몇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어서 불러보라!”고 성화를 댔다. 그 남성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러분, 내 모습은 이래두요, 내 여자가 열 두명이야. 첫 번째는 마누라요. 두 번째는 부인이요. 세 번째는 우리 집사람인데 네 번째는 아내요. 다섯 번짼 여보요. 여섯 번짼 당신입니다....”

그 남성이 부르는 ‘내 사랑 열두 여인’의 가사를 좀 더 소개하자면 ‘일곱 번짼 와이프, 여덟 번짼 임자, 아홉 번짼 자기, 열 번짼 색시, 열 한 번짼 각시, 열두 번 짼 여편네, 열두 명 모두가 안 사람’이었다.

그 남성의 노래가 끝나자 관광버스 안에서는 박수소리와 찬사가 터져나왔다.

“사랑합니다!...”, “잘했다, 잘했어!....”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50대 중년 남성이 부른 오승근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한 ‘내 사랑 열두 여인’이라는 노래는 그날 아침, 한 지인이 내게 카톡으로 보낸 동영상에도 들어 있었다. 이 동영상을 보면서 나는 이 세상의 남편들이 아내를 어떻게 호칭하는지 따져 보았다.

'여보?', '당신?'...

보통 ‘여보’나 ‘당신’, 그리고 ‘자기야’ 등으로 호칭하기도 하고 아니면 아내의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들의 이름을 앞에 붙여 ‘개똥이 엄마’, ‘쇠똥이 엄마’ 등으로 부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증이 더해졌다. 요즘 남편들은 자신의 핸드폰에 자기 아내의 전화번호를 어떤 애칭으로 저장해 두었을까?

'왕비님', '마나님!', '각시', '마누라', '와이프', '허니', '중전마마'....

저 마다 애칭이 다를 테고, 30대, 40대, 50대, 60대 등 세대별로 애용하는 애칭도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날 아침, 어떤 지인이 내게 보내 준 동영상에 등장하는 50대 중년 남성과 전라북도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내 사랑 열두 여인'을 부른 남성 처럼 오늘도 이 땅의 남편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더욱 추스르고 다지며 자기 자신과 가정의 행복을 일구고 있으리라.

/ 서주원 베이비타임즈 어린이안전연구소장  

서주원 / 베이비타임즈 어린이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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