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폐지, 늦었지만 타당했다”
“무상보육 폐지, 늦었지만 타당했다”
  • 이현아
  • 승인 2012.11.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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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3년 보육지원체계개편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9월25일 안국동의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이영 소장을 만났다. 보육지원체계개편안 발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국가의 책임의식 확고해”

▲ 이영 소장

 

(국민 여러분이 느끼는 것만큼) 정책 면에서 그렇게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그 당시의 결정(앞선 무상보육 정책이)이 정책적 판단이었다기보다 정치적인 결정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포퓰리즘이 있었던 것도 공감하고요. 하지만 정부의 영유아․보육 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당면한 지금, 어린이의 양육과 보육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점에서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간다는 것이죠. 다만 책임의 정도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정치권이나 정부 책임자들, 전문가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겁니다. 저출산 문제가 대두된 이래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를 정책으로 마련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는 것이죠.

이영 소장은 이번 정부의 정책 결정이 우리나라 현재의 복지 수준에서 볼 때 타당한 수준의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물론 1년이 지난 지금 정책을 철회하는 것에 무리를 느낄 수 있지만 더 늦어지는 것보다는 지금이 (정책을 거두기)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육아정책연구소는 현재 향후 5년 이후의 영유아․보육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만들고 정책 방향의 지표로 삼을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그는 지금이 “정책 마련의 과도기”라고 강조했다.

“부모들 책임 더욱 막중해”

특히 부모들 자체도 변하고 있는데 그들 스스로가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부모가 변하는 속도가 빠르고 보폭이 커 정책이 이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죠. 요즘의 부모들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 그 아이에 대한 욕심은 많은데, 막상 양육가치관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없다는 것이죠. 정보는 쏟아지는데 그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세요. 저명한 소아과 전문의 말씀이 아이가 주사를 맞는데 어머니께서 ‘미안해, 미안해’ 그러신대요. 지금의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취하는 자세를 잘 보여주는 것이죠. 뭐든 다 해줘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데도, 권위가 없어요. 아이들은 부모를 무시하고 부모의 과잉자극에 힘들어하고.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요.
육아정책을 잘 하지 않으면 부모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올 수 있어요. 그것이 정책 마련에 더욱 고심해야 하는 이유죠.

이영 소장은 0-2세 무상보육 정책 도입 1년 간 우리 시대의 부모들이 가진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보았다. 보육료 전면 지원이 도입되자 무조건 이를 취하겠다는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도 뚜렷한 가치관 없이 시류에 영합하는 부모들의 태도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이 소장은 '베이비타임즈'의 출발에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 이영 소장

 

“올바른 양육 가치 선도해야”

영유아 매체가 많이 늘었어요.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늘어났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믿을만한 정보를 다루는 매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베이비타임즈는 전문성으로 차별화 된 매체로서 부모님들의 목소리가 좀 더 진지하게 실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정집단이나 산업체에 흔들리거나 편중되지 않고, 진심으로 아이들과 부모의 입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해 주세요. 부모의 입맛을 맞추기보다는 그들을 선도할 수 있는 가치를 지향해 주세요.
요즘 양육의 가치 측면에서 볼 때 사회 여러 제도나 문화가 조금씩 이상한 부분이 있어요.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배제되고 있다고나 할까요. 예컨대 산후조리원을 보면, 그 문화에는 엄마만 있어요.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위한 부분이 보이지 않아요. 보육과 양육은 그 개념이 다르죠. ‘양육’의 가치는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해도 부모가 맡아야 할 특별한 영역은 남아 있고 그 영역을 베이비타임즈가 짚어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육아정책연구소는 2013년부터 보다 전문화된 정책 개발을 위하여 재정 통계분석실을 별도로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복지 기초자료 조사 선행돼야”

보육정책만해도 스웨덴식이다, 핀란드식 말씀들이 많으세요. 하지만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는 우리 사회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유럽의 경우 소득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갖춰져 있어요. 만약에 내가 오늘 일을 그만두면 내일이면 바로 시스템에 반영이 돼 그에 따른 복지서비스의 변화가 적용되도록 돼 있죠.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 아직 수입을 기준으로 한 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아요.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그 소득에 따른 계층 구분을 하기가 어렵고. 사실 이런 조사가 선행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초적 인프라없이 정책부터 도입됐기 때문에 자꾸 시행착오를 겪는 거지요.

현재 대한민국의 보육시설 지원 정책은 취업모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모의 정확한 현황파악은 어려운 형편이다. 예컨대 비정규직에 근무하거나, 직장이 아닌 이유로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라면 이를 일반적으로 취업모 지원 대상 범주에 넣기 어렵다는 것이 이영 소장의 설명이다. 이런 차이들이 유럽식 복지 정책을 무작정 도입할 수 없는 이유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영유아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관련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현실에서 영유아정책연구소는 이를 묶어 내는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이영 소장은 마지막으로 “정책이라는 어렵고 까다로운 이슈를 베이비타임즈가 보다 알기 쉽고 효과적으로 정책 수혜자들에게 전달하기 바란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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