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임신부’ 닮지도, 따라하지도 마라
‘마른 임신부’ 닮지도, 따라하지도 마라
  • 백지선
  • 승인 2014.05.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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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임신부가 임신부들의 워너비로 떠오르고 있다. 팔다리는 말랐는데 배만 나온 여성연예인들의 만삭 사진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많은 여성들은 이들의 만삭사진을 보며 임신 중 어떻게 몸관리를 하는지 궁금해 하고 이들처럼 자신도 ‘마른 임신부’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태아와 임부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여성은 임신을 하기 전이나 임신을 한 후에도 자신이 아름답게 보이기를 욕망한다.베이비타임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최규연 교수를 만나 ‘마른 임신부’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인터뷰했다.

▲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최규연 교수

 


◇임신부 10~13kg 체중 증가 = ‘정상’

Q. 마른 여성이 임신을 하면 ‘마른 임산부’가 되나?

A. 최규연 교수 : 마른 여성이라 해도 임신 중 과도하게 영양섭취를 하면 마른 임산부가 되지 않는다. 또한 임신 중 체중증가는 과도한 영양섭취 외에도 인종과 관련이 있다. 흑인의 경우 백인보다 임신 중 체중 증가가 평균 3배나 더 나간다.

‘마른 임산부’라 지칭할 때 ‘마른’의 기준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 단순히 체중이 적게 나가고 많이 나가는 것이 ‘마른’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니다. BMI(체질량지수)가 정상보다 적게 나갈 때 ‘마른 임신부’라 할 수 있다.

임신을 하면 평소 몸무게의 10~13kg 정도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물론 임신부에 따라 키가 작거나 말랐을 경우, 임신을 해도 평균치보다 덜 증가할 수 있다. 오히려 과체중의 임신부가 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팔다리가 마르고 유독 배만 나온 분들은 원래 잘 안 먹고 마른 분들 즉 개인 체질 때문이라 본다.

Q. 마른 임신부도 살이 트나?

A. 최규연 교수 : 임신 중 살이 트는 것은 인종과 가족력,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 과거 튼살이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른 임신부라 하더라도 어머니나 자매가 임신 중 살이 텄다든가 허벅지나 가슴에 살이 튼 적이 있었던 사람은 살이 틀 수 있다.

 


◇아이가 작으면 쉽게 낳을 수 있다? ‘NO’

Q. 미디어에 노출된 연예인 만삭사진을 보면 배만 불룩한 임신부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임신부들이 배만 불룩하게 나오는 걸 원하는데, 태아와 엄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최규연 교수 : 배만 나와도 정상적으로 체중이 증가하면 상관없다. 이는 산모의 체질에 따라 다르다.하지만 예를 들어 체중이 5kg이 증가했다면, 영양이 좋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는 태아에게 영향이 간다.

아이가 작으면 아이를 쉽게 낳을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아이가 작으면 클 때보다 쉽게 낳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산모가 작은 아이를 쉽게 낳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섭취하는 영양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항시 염두해야 한다.

임신 중 부적절한 체중증가는 태아의 영양결핍 및 성장 부전 조산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적절한 체중 증가 없이 배만 불룩한 경우라면 태아와 엄마에게 좋지 않다. 

◇체중 아닌 BMI(체질량지수) 따져야

Q. 임신을 하려면 여성 몸무게가 45kg 이상 되는 게 좋다고 알고 있다.

A. 최규연 교수 : 임신에 적당한 체중은 단지 몸무게만이 아닌 BMI를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키와 체중을 고려해 BMI가 19.8~26.0 사이인 상태를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147cm인 여성이라면 체중이 43kg이라 하더라도 적정한 체중이라 할 수 있다.

엄마가 너무 저체중이면 아이가 너무 작아 오히려 엄마가 힘들 수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으면 평균보다 작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임신을 하면 체중 느는 이유

Q. 임신을 했을 때 왜 살이 찌는 건가?

A. 최규연 교수 : 임신 중 체중 증가는 여러 가지 요소와 관련이 있다.

△만삭 여성 기준

태아 3.2~3.6kg
양수 0.9kg
태반 0.7kg
산모의 지방 2.6~3.6kg
산모의 혈액 1.4~1.8kg
산모의 체내 수분 0.9~1.4kg
산모의 유방 0.45~1.4kg
산모의 자궁 비대 0.9kg

위 요소들이 체중 증가의 원인이다. 이 이상의 체중 증가는 산모의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증가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임신 중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은 임신 1, 2삼분기에 지방이 축적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 중 임신하면 다이어트 즉시 중단해야

Q. 임신 중 다이어트는 임신부와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최규연 교수 : 부적절한 영양 섭취는 영양 결핍 및 임신 중 부적절한 체중 증가를 일으킨다. 영양결핍 중 엽산의 부족은 태아에게 신경관 결손 등의 장애를 줄 수 있다.

요오드가 부족하거나 과다하게 되면 태아의 갑상선비대를 유발하고 칼슘과 철의 결핍은 태아의 뼈와 적혈구 생성에 이상을 줄 수 있다. 임신 중 먹는 음식의 영양분을 잘 고려해 조절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는 태아의 건강마저 해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던 중 임신을 했다면 다이어트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특히 약으로 다이어트를 할 경우 더욱 그렇다.
일부 논문에서는 라마단 등의 특정 금식 기간을 거친 산모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금식이 특별히 아기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임신 중 지속적인 영양결핍 상태가 영구적으로 태아의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켜 태아가 어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Q. 마른 임신부는 오히려 배만 나와 속상해한다. 어떤 이는 배가 잘 나오지 않아 걱정을 하기도 한다. 마른 임산부를 위한 의학적 조언을 부탁한다.

A. 최규연 교수 : 마른 임신부라 하더라도 적절한 체중증가가 뒷받침되고 태아 또한 주수에 맞게 적절하게 성장하고 있다면 특별히 체형의 변화와 관련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최규연 교수

 


◇단백질, 철분, 엽산 섭취할 것...일부 생선 섭취 피해야

Q. 임신부에게 추천하는 음식과 건강해질 수 있는 생활습관에 대해 알려달라.

A. 최규연 교수 : 보편적으로 임신부가 하루 세끼, 과일, 야채, 곡물, 저지방 유제품과 단백질을 함께 섭취한다면 영양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 적절한 체중 증가와 운동,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면서 술과 담배는 당연히 멀리하는 게 좋다.

임신 2/3분기에는 평소 섭취량보다 하루 340kcal, 3삼분기에는 452kcal의 열량을 더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임신 4개월부터 하루 1kg 가량의 단백질이 태아와 태반에 소모되므로 이 시기부터는 하루 1.1g/k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철분은 하루 30mg 정도씩 섭취해야 하며 산모가 빈혈상태인 경우 철분 섭취량을 하루 120mg까지도 증량할 수 있다. 태아의 신경과 결손을 예방하기 위해 엽산은 적어도 임신 한 달 전부터 임신 후 첫 세 달까지 하루 0.4mg 이상씩 섭취해야 한다.

생선의 경우 함유된 중금속으로 인해 태아에게 중추신경게 이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FDA에서는 옥돔, 상어, 황새치, 삼치 등 중금속 함유량이 높은 생선은 먹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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