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아를 위한 국가의 지원, 국가 발전과 직결"…연세암병원 한정우 교수 인터뷰
"소아암 환아를 위한 국가의 지원, 국가 발전과 직결"…연세암병원 한정우 교수 인터뷰
  • 백지선
  • 승인 2014.05.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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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아이가 소아암에 걸리면 치료기간 1년 동안 아이와 엄마는 병원, 아빠는 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환아의 형제는 친척집에 맡겨지거나 혼자서 시간을 보낸다.

소아암은 더 이상 환아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아를 둘러싼 주변ㆍ가족이 모두 환아와 같은 고통 속에서 치료기간을 견딘다.

소아암을 완치했다고 환아와 환아의 가정이 곧바로 행복해지기 어렵다. 이미 아이의 치료비 지출로 가정경제는 힘들어졌고, 아이는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꾸준히 건강 관리, 스트레스 관리를 받아야 한다.

소아암을 앓은 아이가 주변의 도움으로 무사히 성장한다면 건강한 시민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 자신처럼 소아암을 앓는 아이들의 희망이자 소아암 연구의 롤모델이 될 것이다.

베이비타임즈는 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 한정우 교수(소아청소년과ㆍ내과 전문의)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소아암 환아 및 환아 가정을 어떻게 돌보고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 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 한정우 교수

 


◇소아암 가족, 경제적ㆍ사회적 부담 떠안는다
-소아암에 대한 국가적 지원 없어

Q. 소아암 환아의 생존율이 80%나 된다는 것에 놀랐다.

A. 한정우 교수 : 성인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간혹 ‘왜 꼭 소아암 환아를 도와야 하나?’라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다.

한 가정의 아이가 소아암을 앓으면 환아 뿐만 아니라 가족도 스트레스와 충격을 받는다.

일단 환아의 부모(20~30대)는 대부분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아이가 아프면 아빠는 회사, 엄마와 환아는 병원, 환아의 동생은 친척집을 전전하며 지낸다.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야 하는 셈이다. 

한국은 그동안 많은 사회경제적 발전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소아암 환아/가족 지원 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미비하고 구축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아이가 소아암 판정을 받으면 치료비 등의 모든 책임을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치료비용만 해도 항암제, 수술, 방사선 치료 등 어마어마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생존율이 다른 질환에 비해 높고 치료기간이 1년으로 충분히 견뎌낼 가치가 있는 기간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생존율만 따져선 안 된다.

생존하기까지 아이는 힘겹게 과정을 통과한다. 생존하려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

소아암 환아를 도와야 하는 이유는 병을 이겨낸 아이가 훌륭한 일꾼으로 자라나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아 부모, 완치된 성인 방문 시 희망 가진다

A. 한정우 교수 : 외국에서는 장기추적관찰클리닉을 운영한다. 예전에는 소아암을 이겨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어렸을 때 소아암을 앓았던 이들은 어른으로 자라 학교와 직장, 일상생활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세상과 격리된 채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완치클리닉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소아암을 이겨낸 생존자들 특히 성인기에 다다른 분들까지 내원해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혹시 환아의 부모가 가장 반기는 이가 누구인 줄 아는가?

바로 소아암을 이겨내고 성인으로 자란 사람들이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아의 부모들은 소아암 생존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얼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백혈병 치료 성별과 무관

Q. 여자 아이가 백혈병에 걸렸을 때 2차 성징 오기 전까지 치료를 하지 못하면 사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근거 있는 이야기인가?

A. 한정우 교수 : 백혈병의 생존율이나 치료는 성별과 무관하다.

과거 남자아이는 나이가 많을 때 진단되거나, 고환 재발이 있고 간이나 비장 비대증, T 세포 백혈병 등을 갖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안 좋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의 발전된 치료법을 적용하면 남녀의 생존률 차이는 없다. 그것보다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여자 아이가 아니라, 남녀 모두 2차 성징 전이나 발달 과정에 있거나 그 이후라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고환, 난소가 영향을 받아 불임이 될 수 있다. 내분비 계통의 이상은 호르몬 보충요법으로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으므로 합병 여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의료진은 아이들이 잘 자라 불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불의의 상황이 발생하는 부분은 여전히 안타깝다.

◇소아암 치료=전인치료...많은 자원 필요해


Q. 소아암 환아들을 위해 많은 이들이 기부를 하고 있다. 금전이나 머리카락 기부 등 많은 형태의 기부가 계속 되는데, 이 외에 할 수 있는 기부에는 어떤 것이 있나? 또 소아암 환아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다.

A. 한정우 교수 : 금전 기부는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아이가 아프면 그 가정은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해진다. 또 치료비 외에도 심리치료ㆍ가정돌봄ㆍ가사ㆍ육아 등 각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치료비도 매우 큰 부분이지만 아이가 1년을 무사히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개인 사비로 감당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아암 치료는 전인치료라 부르며 ‘종합 예술’이라 한다.

소아암 환아는 성인 환자 대비 1/100 수준이다. 또 어리기 때문에 지원만 충분하면 병을 잘 이겨낼 수 있고 치료기간이 비교적 짧아 완치까지 큰 금액이 들지 않는다. 조금씩만 모아도 돕는 데 큰 힘이 된다.

 

환아 형제, 가족의 관심 소외...이들에 대한 도움 절실

A. 한정우 교수 : 아이를 직접 도와주는 것도 아이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00 화백은 일주일에 2~3번 병원을 방문해 아이들이 부탁하는 그림을 그려준다. 뽀로로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도 있다(웃음). 

이런 전문가의 방문과 도움은 아이들의 마음을 힐링시킨다.

음악인들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준다. 지난해 '슈퍼스타 Y'를 개최했다. 10팀 내외가 참여했고 각 팀의 멘토가 발표회를 위해 몇 개월간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며 준비했다. 이런 일들이 치료 과정에 꼭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은 치료를 하는 중에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일주일에 1번 혹은 한 달에 1번 와서 아이들과 ‘그냥’ 논다. 대학생들이 돌아갈 시간이면 아이들은 더 놀아달라고 조른다. 이처럼 서로 살로 접촉하고 교감하는 일들이 아이에게 큰 힘이 된다.

병원까지 오기 어려운 분들은 환아의 형제를 찾아가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환아의 형제는 환아에 비해 관심을 덜 받기 때문에 외롭게 지낸다. 그래서 환아의 형제를 챙기는 것도 환아, 환아의 가족 그리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소아암 예방 아직 발견 못해..동네병원 자주 다녀야

Q. 소아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A. 한정우 교수 : 현재로선 소아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소아암은 환경적요인 즉, 담배나 식습관에 의해 발생한 질환이 아니라 몸 속 깊은 곳인 뼈ㆍ근육ㆍ골수ㆍ뇌의 세포 유전자 변형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병인데, 소아암을 예방하기 위해 아이의 성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Q. 그렇다면 조기진단을 할 수 있나?

A. 한정우 교수: 소아암은 조기진단도 쉽지 않다.

일단 아이들의 증상은 모호하다. 아픈 아이의 증상은 꼭 감기 같다. 더군다나 아이는 자신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현재로선 아이 몸에 이상이 생기면 재빨리 ‘동네의사에게 찾아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 청소년이 어떤 병에 걸렸을 때 재빨리 동네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는다고 치자. 의사는 자신을 찾아온 청소년의 병을 진단하고, ‘좀 더 기다려보자’ 혹은 ‘빨리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 등 답을 제시할 것이다.

부모와 청소년은 좀 더 기다려보자는 의사의 말을 믿고 3개월가량 동네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는다. 3개월 정도 지나서, 의사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의사를 뭐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의사는 그 나름 3개월동안 신중히 아이를 진단하고 판단을 내린 거다. 또 3개월가량 아이를 관찰해온 결과, 아이의 질환이 천천히 진행됐기에 급하게 큰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에게 이상이 있다면 재빨리 동네병원을 찾아가 의사가 관찰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부모의 행동이 결국 아이의 생존율과 직결된다.

▲ 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 한정우 교수

 


◇소아는 짧게 병 앓고 회복 빨라... 부모ㆍ국가 관심 각별히 필요

Q. 소아암 외에도 아이들에게 치명적이고 위험하면서 치료기간이 긴 병이 있다면 알려달라.

A. 한정우 교수 : 면역 관련 질환이 많다. 신경계유전질환ㆍ혈액유전질환ㆍ대사이상질환ㆍ간질 등이 있다.

위의 질환은 낫기까지 치료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희귀병에 걸릴 경우, 치료 약제를 구하거나 음식 재료 제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을 뺀 음식을 먹어야 할 때, 이런 음식을 따로 만들어 파는 곳이 없어 환자 개인이나 가족이 직접 수입해야 한다.

소아병의 특징은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것이다. 그만큼 치료시간이 비교적 짧고 금방 몸이 회복된다. 또 감염으로 인한 병이 많다.

어린 자녀가 병을 앓는다 해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성장하고 발달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그만큼 부모와 국가의 관심이 각별히 필요하다.

어렸을 때 병을 앓았던 아이가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은 분들이 참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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