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사랑의 마음이 최고의 훈육법[신간]
지극한 사랑의 마음이 최고의 훈육법[신간]
  • 서주한
  • 승인 2014.05.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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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에 대한 절절한 내리사랑을
1년 365일간의 마음으로 표현하다

"사랑하는 재면아! 스무 살까지의 노력과 연마가 그 이후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바탕이 된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그 과정을 웃으면서 활기차게 엮어가기 바란다. 할머니가 대신 해줄 수 없어 안쓰럽기만 하구나."

인생 고희(古稀)를 넘긴 할머니가 애달프고 간절한 마음으로 쓴 365편의 연서(戀書)가 있다. 사랑의 대상은 남편도, 연인도 아닌 손자. 생의 황혼녘에 찾아온 보물과도 같은 이 피붙이의 존재는 시인으로 하여금 1년간의 편지를 쓰게 만들었다. 200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꼬박 일 년 동안 큰 손자 재면 군에게 주는 편지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한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초혜 시인은 이미 연작시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신앙으로 통하는 각별한 것임을 우리에게 보여준 바 있다. 이번에는 보고 있어도 그리운, 그 탄생부터가 이미 삶의 행복이 된 사랑하는 첫 손자 재면 군에 대한 그지없는 마음을 하루하루 편지에 녹였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사랑과 참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마음으로 느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초혜 시인. 뒤쪽에는 소설가인 남편 조정래씨의 사진이 걸려 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손으로 적은 일기장에는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로, 평생을 독서가로 살아오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지어온 시인으로, 사회와 세상의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시대의 큰어른으로 손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겼다. 문장 하나, 쉼표 하나에도 애정이 담겨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라고, 찬사와 축복만을 쏟아내진 않았다.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할 손자에 대한 걱정과 결코 만만치 않을 풍파에 그가 다치지 않고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멘토’가 또 어디 있을까. ‘내가 받은 큰 사랑은 어디로 갈까?’ 시인은 손자에게 이렇게 전한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세상의 잣대로 성공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단단하고 의연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진정 소금과도 같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이 시인 할머니의 마음은 손자를 떠올리며 편지를 쓰는 내내 행복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 365편의 러브레터를 읽는 손자도 행복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마음도 잠시나마 행복으로 충만할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자녀교육서가 범람하고, 온갖 자녀양육법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그렇지만 모두들 자기 자식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어려워하고 또 남들에게 좋다고 내 아이에게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 점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갖는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시인 할머니는 그저 손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마음을 전할 뿐이다. 때로 손자의 무관심에 서운해 하기도 하고, 별 것 아닌 한 마디에 천국을 오가는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 전하는 말은 그리 대단한 이야기들이 아니다. 이미 모든 부모가 아이에게 늘상 하는 말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하루하루 365편의 편지를 빼먹지 않고 써서 전달했던 그 꾸준한 정성, 사랑받는다는 기쁨이 쌓이고 쌓여 믿음이 되고 세상에 나갈 자신감을 준 할머니의 관심이 오늘날 훌륭히, 그리고 단단하게 자라고 있는 손자의 모습을 이룬 것 아닐까.

동양 최고의 훈육서라 일컫는 중국역대왕조 황손 교육용 훈육서 ‘안씨가훈’, 출가하는 큰 딸을 위해 지은 우암 송시열의 ‘송시열계녀서’ 등 옛 사람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참고로 삼을 만한 훈육서가 있다.

그렇지만, 이 책처럼 할머니가 손자에게 삶에 대해 일러주고, 당부하고, 주의를 요하는 내용들을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살갑고 따스하게 엮어낸 일은 없었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훈육서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시 한 번 사랑과 행복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시공미디어 / 376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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