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한-중 관계 복원 '마중물' 되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한-중 관계 복원 '마중물' 되나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12.1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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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망) 도입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 복원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자국에 설치를 원하는 반도체 공장에 대한 중국에의 통 큰 투자를 통해서 양국 관계 복원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어쩌면 미국-중국-대만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애플이나 폭스콘이 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삼성전자가 한-중 관계 속에서 실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반도체 제2 공장에 80억달러(9조5000억원) 규모를 추가 투자해 공정 최적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시안 반도체 2공장에 3년간 총 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초 착공한 2공장은 올해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안 2공장에 추가로 투입되는 자금은 공장 '램프 업'(ramp up·공정 최적화)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서 시안일보는 "제2 공장 1단계 투자는 내년 3월 본격 가동될 예정이고, 2단계 투자는 2021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유일하게 해외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중국 측으로는 '가뭄 속에 단비'로 받아들여질 만도 하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대규모 약진(굴기)을 추진하고 있지만 뜻대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시화하면서 미국은 현재 자국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첨단 산업 투자를 철저히 막고 있다. 따라서 2025년쯤에 반도체 산업에서도 자립을 이뤄 수급 균형을 맞추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 국면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은 반도체 투자에 있어 미국과 중국에 대한 균형잡힌 실리 전략을 구사하면서 양국에서 동시에 신뢰를 얻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특히 이번 대규모 투자는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나서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를 권유할 정도로 중국 측도 이를 강력하게 원했던 것으로 보도된다.

이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 강봉용 부사장은 시안시 위원회 왕하오(王浩) 서기 등을 만나 "80억달러 규모의 2단계 투자가 순조롭게 시작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중국 리커창 총리가 지난 10월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이 공장에 총 150억 달러가 투자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70억 달러에 추가로 80억 달러가 투자된다는 개념이다. 중국 당국이 원하는 바를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교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최근 일련의 한-중 관계 복원 움직임에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이미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내년 상반기 한국 방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방한해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바 있다. 또한 오는  24일 중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연쇄적인 양국 수뇌부의 만남이 실질적인 한-중 관계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 봄쯤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냉랭했던 양국 관계에도 훈풍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소강국면에 접어든다면 한국의 수출경제도 본격적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은 적절한 시점에 나온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나서 백방으로 한-중 관계 해빙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알토란 같은 역할이 작용했을 것으로도 짐작케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1년가량 구속 수감된 기간에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못해 삼성전자 경영에 큰 리스크를 안긴 바 있다. 하지만 출소 후에는 광폭행보를 통해 국내외 사업을 챙기는가 하면 미진한 점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완을 통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에 중국 시안공장을 방문해 현지에서의 반도체 사업을 점검한 것도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를 통해 이번 투자가 최종 결정됐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런 행보를 볼 때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경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소식들이 지속해서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톱10 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광폭행보가 어려움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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