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빠가 육아휴직을 써야만 하는 이유
[기고] 아빠가 육아휴직을 써야만 하는 이유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11.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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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빠 육아휴직해도 괜찮아'의 저자
공군 제231 탐색구조비행대대 손정환 중령
군인 최초의 육아휴직 아빠이자, 공군 제231 탐색구조 비행대대 비행대장으로 근무한 손정환씨가 어린이집 부모일일교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 (자료제공=손정환씨)
군인 최초의 육아휴직 아빠이자, 공군 제231 탐색구조 비행대대 비행대장으로 근무한 손정환씨. 그는 현재 서울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 '서울 100인의 아빠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 의미를 알기가 힘들다. 삶을 살면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건강과 가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분모가 아닐까 싶다.

잃었던 건강을 회복한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잃었던 가족을 되찾았다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관계성”에 있다. 회복이 가능한 시간적 한계가 있는데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점점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40~50대 선배아빠들이 걸어온 길은 가정의 경제적 책임에 충실하기 위해 직장에서의 성공을 지상목표로 삼고 살아온 길이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가족, 특히 자녀들과 보낸 시간이나 추억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이렇게 약화된 관계성은 사춘기라는 위기를 겪으면서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게 되는 일이 다반사인 것 같다.

직장에서 잘 나가던 한 선배가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니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가족이라며 건넨 말이 떠오른다.

“이상하게 휴가 내고 집에 있는 게 더 불편해. 주말부부를 오래했더니 이제는 아내나 아이들과 이야기할 것도 없고 괜히 잔소리나 늘어놓는다고 핀잔만 듣고.. 차라리 사무실에 출근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한 것 같아.”

그런데 우리는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세대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과거 사회적 여건상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60~70대 인생선배들은 결국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가까운 공원을 찾아 전전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헌신은 결국 자기만족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자신의 직장생활 혹은 남편의 직장생활을 뒷바라지 하는 동시에 육아에서 교육까지 세세한 것들을 하나하나 모두 챙겨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려운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난 엄마들은 점점 삶에 대한 만족도와 남편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된다. 그녀들은 결국 남편 없이 자신만의, 혹은 엄마와 아이들만의 관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그러한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 점점 더 단단하게 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속에 아빠라는 존재는 없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 가정의 모습이다.

자녀가 부모를 찾는 기간은 보통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인 초등학교까지다. 이 때를 놓치면 자녀와의 교감을 형성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평생 친구 같은 아빠 혹은 고민상담 1순위인 아빠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이때 쌓은 ‘감정잔고’는 평생 동안의 ‘부모-자녀 관계’를 결정짓는 밑바탕이 되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노년이 되어 홀로 가까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우리와 달리, 3대가 함께 여가를 즐기는 외국의 모습은 이러한 ‘감정잔고’의 산물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정 안에 아빠의 자리를 확고히 하는데 육아휴직이 기여를 한다면 사회적으로는 나의 육아휴직이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처음 ‘주5일제’가 도입되던 시기를 기억한다.

지금의 육아휴직과 마찬가지로 공무원과 대기업만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주4일제를 운영하는 기업이 생길 만큼 일반화되고 있다.

그렇기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아빠라면 사용하지 못하는 주변의 다른 아빠들이나 미래에 부모가 될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아빠들은 휴직을 사용한 아빠들을 부러워하거나 비판하기 보다는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육아휴직에 처음 도전할 때와 2년 뒤 후배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의 변화된 조직 내 분위기를 보아도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시기라면 이미 사회생활 경력이 10년차 정도에 접어드는 시기일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통해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미리 체험해 보거나, 주어진 과정과 역할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스스로를 위해 작은 취미를 배우거나, 노후를 대비해 매일 자유시간을 투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준비 없는 육아가 가정의 불행이라면 준비 없는 노후는 인생의 불행이다.” 육아휴직은 가족에게도, 아이에게도, 아빠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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