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1인N역, 학생안전확률 1/N…“보건교사 인원을 늘려주세요”
보건교사 1인N역, 학생안전확률 1/N…“보건교사 인원을 늘려주세요”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11.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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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의원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일정규모 이상 학교 보건교사 2인배치 강력촉구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학생안전을 책임져야하는 학교 보건교사들의 업무실태가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그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총 교사 정원을 줄이겠다는 갑작스런 정부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수십년동안 제기돼 온 ‘학생안전관리’ 즉, 보건교사 확충 문제는 아직까지도 대답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교사는 넘쳐나지만 보건교사는 부족하다. 학생이 100명인 학교도, 1000명인 학교도 보건교사는 1명 뿐이라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심지어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도 있다.

아쉽게도, ‘시간 여유가 많은 직업이 보건교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것이 사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견에 보건교사들은 말한다. “우리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요.”

지난 5월14일 신경민 국회의원이 학생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경민 의원실)
지난 5월, 신경민의원 대표발의로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해당 개정안의 주요 핵심은 교내 '보건교사 인원 확대 배치'다. (사진=신경민 의원실)

◇ 보건교사 증원 및 순회보건교사제도 폐지 필요

지난 9월26일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신경민의원 대표발의로 진행된 본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보건교사 확대배치’다.

우선 ‘대학을 제외한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배치’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보건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하며 ‘순회보건교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학생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개정안 관련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현행법(학교보건법 제15조)을 살펴보면 모든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관리 지원을 위해 의료인 또는 약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인은 ‘의료법’을, 약사는 ‘약사법’을 그 근거로 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학생건강검진이 ‘병원 직접 방문’ 방식으로 변경된 이후부터는 초·중등학교 현장 내 의사나 약사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인력 운용의 실효성이 사라져 해당 법 조항이 사문화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경민 의원은 의료인과 약사를 배치해야 하는 대상 학교를 기존의 ‘모든 학교’에서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로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서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란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원격대학 ▲기술대학’ 등의 각종 대학을 가리킨다.

또 한가지, 현행법(학교보건법 제15조)은 학교가 보건교육과 학생건강관리를 담당할 수 있도록 보건교사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해당 법은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에는 순회보건교사를 둘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함께 명시하고 있다.

한편 ‘순회보건교사’란, 소규모 학교 두 곳 이상을 한 명의 보건교사가 순회하도록 하는 제도다. 허나 이 제도는 ‘임의규정’으로 명시돼 있어 사실상 학교 현장 내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은 이러한 ‘순회보건교사’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보건교사를 배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로 오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교사가 배치되지 않고 있는 소규모 학교 대부분은 도서벽지에 위치해 있거나, 도심의 경우 낙후된 지역에 밀집돼 있다. 때문에 보건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학생들은 이 곳에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순회보건교사 제도가 ‘건강 형평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보건교사가 배치돼 있는 학교일지라도 문제는 존재한다. 학교의 학급 수가 많든 많지 않든, 학교별 보건교사는 1명 뿐이기 때문이다. 즉, 보건교사 1명이 전교생을 케어하는 꼴이다.

현행법에는 ‘학교 규모를 고려한 보건교사 추가배치’에 대한 내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실 방문학생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건교육에 대한 의무는 강화되고 있다. 응급사고에 대한 책임 또한 보건교사 1명이 전부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신 의원은 이번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통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는 보건교사를 2명 이상 둘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 개최된 학생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개최된 '학생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 건강관리·보건교육·행정케어…“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요”

현재 학교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보건교사들은 모두 “현행과 같은 낮은 보건교사 배치율로는 학생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없다”고 입모아 말한다. 덧붙여 “보건교사의 업무가 여유롭다는 생각은 편견이고 오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은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정 ▲다문화가족 등의 증가, 즉 우리사회가 계속 새로운 형태로 변모함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집이 아닌 학교 보건실인 아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 고위험 학생’이 증가하고,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교내에서 소아당뇨 및 희귀난치성 질환 등을 보유한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은 보건교사 뿐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17년 11월에는 저혈당·알레르기 쇼크를 일으키는 학생에게 보건교사가 투약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식중독, 또는 주기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메르스 등의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도 보건교사다.

만일 해당 사례가 발생할 경우, 보건교사가 미배치되어 있는 소규모 학교는 다수의 학생안전 관리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 일례로 보건교사가 미배치 되어 있던 포항의 한 학교에서, 어떤 교사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5일간 수업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

▲생활안전교육 ▲교통안전교육 ▲성폭력 예방 및 신변보호 교육 ▲약물 및 사이버 중독 예방 교육 등의 ‘보건교육’도 보건교사의 주요 직무 중 하나다.

특히 ▲학교폭력·따돌림·우울·자살 등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청소년 흡연·음주 문제 ▲성폭력·디지털성범죄 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속 야기됨에 따라, 관련 교육의 요구도 강조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 환경위생 유지 및 개선 관리’라는 명목 하에 보건교사에게 ▲학교 물탱크 관리 ▲공기질 관리 ▲정수기 관리까지 담당하게 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1990년 12월 이후 30년, 학교보건법 상 보건교사의 직무 내용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지만, 새로운 업무와 사회적 책임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교사회는 보건교사의 직무 내용이 포함된 학교보건법 15조의 전면 개정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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