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인식 확대되면 혼인율 증가할까?
양성평등인식 확대되면 혼인율 증가할까?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10.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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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서울 Top-Us'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 단장.
김지현 '서울 Top-Us'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 단장.

과거보다는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증가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는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하여 한국·중국·일본의 청소년 4579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가치관 국제비교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자료 중 ‘남편이 할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고 아내가 할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일이다’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중·일 세 국가는 ‘일본(57.7%)·중국(35.9%)·한국(28.8%)순’으로 긍정의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성역할 고정관념이 가장 낮아 양성 평등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양성평등인식이 확대되면 혼인율이 증가할까? 나는 이 둘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혼을 추구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남성이 경제적, 여성이 가사노동의 부담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부부 간 가사 분담’에 대한 질문 중 맞벌이의 경우 54.8%가 ‘아내가 남편보다 훨씬 많다’고 응답을 했고, 17%는 ‘아내와 남편이 비슷하게 분담’한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또 3%는 ‘남편이 아내보다 훨씬 더 많이 가사일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실제 맞벌이를 하면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노동을 훨씬 더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양성평등인식이 과거보다 확산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여전히 남성보다 여성의 가사노동부담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양성평등인식의 확대로 여성 사회진출 비율이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다면, 결혼 후 남성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어 혼인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결혼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무지막지하게 클 뿐만 아니라 결혼 후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 차라리 결혼을 늦게 하더라도 자신의 삶의 질 향상 또는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1141명에게 ‘결혼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혼남·녀 모두 비혼을 생각한다는 답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미혼여성의 답변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한다.

이유는 ‘일과 개인 생활 모두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67.9%)’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후에는 나를 위해 시간·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46.5%)’라는 이유도 두 번째로 높았다. 이와 같은 통계를 보더라도 실제 성인남녀들은 결혼보다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양성평등인식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양성평등이라는 주제는 내가 어렸을 때인 학교에서부터도 꽤 많이 다뤄져 왔다.

하지만 해당 주제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있었을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은 인식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흡연을 해온 사람이 금연을 다짐하는 것처럼 누구나 다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금연은 내일부터’라는 말처럼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속으로만 생각해온 것을 한 순간에 밖으로 꺼내 실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양성평등인식이 확대되면 혼인율이 증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결혼적령기의 인구 수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해당 인구 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96년 남녀 초혼 평균 연령은 남자는 28.4세, 여자는 25.5세였다. 그러나 2016년에는 남자는 32.8세, 여자는 30.1세로 남녀초혼 평균 연령이 30세를 넘었다는 통계청의 발표도 있었다.

이렇게 남녀 초혼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 인구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초혼부부의 연령별 혼인시기’를 조사한 결과, 여성은 27~30세에 가장 많은 혼인 수를 보였으며, 남성은 29~32세에 가장 많은 혼인 수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27세(34만1023명)에서 30세(29만9815명)까지의 여성 인구 수, 그리고 29세(34만1657명)부터 32세(31만8061)까지의 남성 인구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렇게 남녀초혼 평균 연령의 인구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양성평등인식 확대에 따른 혼인율 증가'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양성평등인식이 확대되는 것은 우리사회가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혼인율 증가'의 이유와는 무관하다는 생각 뿐이다.

물론 양성평등인식이 확대되어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이 혼인을 생각하게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 주된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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