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시각으로 본 저출생의 책임
대학생의 시각으로 본 저출생의 책임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10.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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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Top-Us 성신여자대학교 캠퍼스 단장 상지민.
상지민 '서울 Top-Us' 성신여자대학교 캠퍼스 단장.

한강의 기적, 반세기 동안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강인한 민족. 그러나 그로부터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2019년 현재 합계출산율 0.98%,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 문제로 소멸할 지구상 최초의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아이를 낳지 말자는 운동이 전국으로 퍼졌는데, 근 몇 십년간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대한민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하여, 현재 노년층의 다양한 사회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노인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생긴 생산가능 인구들은 위로는 노인부양, 밑으로는 자녀양육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 들어간 일터에서 끝까지 일 할 줄 알았지만, 더 젊은 층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로 인해 슬슬 정년퇴직의 걱정을 코 앞에 둔 노년기. 이 시기의 인구는 가정 내 청년층에게 슬쩍 의지하기도, 간접적인 부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엔 청년층의 입장도 생각해보자. 어려서부터 그들이 본 가정 내 모습은 노인을 부양하는 부모와 자신의 교육문제로 부담감을 느끼는 부모의 모습이다.

이들이 청년이 되어 현실을 고민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며 떠올리는 것은 결국 그들 부모의 모습일 것이다. 이것이 취업난·집 값 상승·열정페이 등과 겹쳤을 때 이들이 과연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여러 매체에서는 취업난을 그저 취업난이라고만 보도한다. 하지만 취업의 문턱에 가기까지 청년들은 스펙과 스펙을 쌓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생활비 충당 등 이미 너무나도 힘든 삶을 겪어내고, 또 살아가고 있다.

부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들에게 기대 또는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청년 한 명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다.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저출생의 문제원인으로 손 꼽는 것 중 하나가 여성의 사회진출이다. 그러나 저출생의 원인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아니다.

일례로 1970년대 2.5%의 출산율을 나타냈던 프랑스는 여성의 사회진출·고령화·핵가족화 등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인해 1990년대 1.77%의 급락한 출산율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현재, 다시 2.0%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기에 이른다.

이 외에도 북유럽 등 유럽권은 성평등 인식이 잘 되어있으며, 육아정책이 다양한 나라들은 2.0% 이상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들의 특징은 저출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다양한 정책을 펼침에 따라 출산율을 바로잡고 시민의식을 향상시켰다는 것에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오히려 시민의식 성장과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요소인 것이다.

전 세계에서 완벽한 성평등을 이룬 국가는 없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육아의 분업·성평등 관련 복지제도 및 정책 등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국가는 매우 많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전통적 유교 국가이자, 가부장제의 영향이 큰 나라이다. 세대 간의 가부장제 인식차이가 심하고 각 세대 및 성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성세대의 경우 가족을 위한 희생과 공동체를 위한 삶이 중시돼 왔다. 그러나 현재는 개인의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과 경험이 많아지며,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과 가부장제 안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정 내 육아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가부장제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성평등 인식교육·육아참여 등의 교육이 많이 실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율 증가, 저출생 완화 등의 눈에 띄는 개선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사회문제의 총체적 결과, 저출생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노인에게 있는가. 여성에게 있는가. 아니면 부동산 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저출생이 올해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각 기관들에서는 저출생 관련 여러 가지 캠페인과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저출생의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었으므로, 실질적 문제를 꼬집어 내어 해결해야 한다.

저출생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원인과 해결방법의 교육이 필요하다. 국가의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청년들이 해결할 수 없다.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아이를 많이 낳다가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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