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회장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젠 기회를 주자
롯데 신동빈 회장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젠 기회를 주자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10.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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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많은 분들의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 17일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그룹이 내놓은 짧은 입장문이다.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아온 신 회장은 이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은 지난 4년여 간단없이 지속되는 불운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2015년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형제의 난'을 시작으로 롯데그룹은 연속으로 터지는 악재로 숨 돌릴 틈 없는 시련의 시간을 보내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때로는 민간 기업이 이겨내기 힘든 악재를 만나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기도 했다.

그렇지만 롯데그룹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아 어느 곳에서도 구조의 손길을 보내지 않는 천덕꾸러기 내지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물론 신동주 회장이 까밝힌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치부가 용서를 받기엔 너무도 커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놓아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받은 불이익만으로도 충분히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고 좋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은 놓여졌다는 생각이다.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박근혜 정권에서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들여놓으면서 정부가 받아야 할 불이익을 민간기업이 떠안아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가하는 압력을 고스란히 받아 롯데는 마트, 백화점 등 대부분의 유통 사업을 접어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중국 사업에서 3조원가량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경영권 다툼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경영비리 수사는 신 회장과 롯데그룹에 오랜 시간 굴레가 되었다. 2016년 6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신 회장은 8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는가 하면, 연매출 1조원이 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 사업권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결국 면세점 사업권을 다시 획득하고 신 회장은 구속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현재는 한-일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대해 극일이라는 측면에서 롯데 불매운동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때일수록 긴 안목에서 차분하게 전략적으로 극일을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신동빈 회장을 만나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리실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리는 오는 22∼24일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과 교류가 잦은 신 회장을 만나 일본 정계 분위기, 현지 상황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와 신 회장은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 때도 만나 한-일 관계에 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지난 7월 중순께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에도 통화를 통해 한-일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있다.

아울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업권 유지에도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관세청이 신 회장에 대한 판결에 따라 면허 취소 여부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박근혜 정권 당시 성급한 면세점 정책이 불러온 바도 있는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더 이상 롯데 면세점에 대해서는 왈가왈부를 안 했으면 한다.

끝으로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호텔롯데의 국내 증시 상장이라든지 지금까지 불확실성으로 미뤄온 기업 체질 개선 작업 등 현안에 속도를 붙여 '뉴롯데'를 향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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