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산재보험과 근로자성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산재보험과 근로자성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9.3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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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현대사회의 고용관계는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고용형태가 다변화되면서 근로자의 개념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최근 1인 자영업자도 산재보험 임의가입이 가능해졌지만, 산재보험은 여전히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제도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즉 법원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위탁계약 등을 체결하더라도, 실질이 근로관계라면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라고 본다. 사용종속관계는 계약의 유형이나 당사자의 의사가 아니라 노무의 공급자와 이용자 사이에 나타나는 실질적인 모습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아래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지금까지 근로자성이 쟁점이 되어 법원의 판단을 받았던 경우에는 입시학원 강사, 신용정보회사 채권추심원, 정수기 렌탈회사 지점장, 지입차주, 요양보호사, 골프장 캐디, 야쿠르트 아줌마, 백화점 위탁판매원 등이 있었다. 이들의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된 경우도 있고, 부정된 경우도 있다.

한편 같은 학원강사, 채권추심원, 지입차주라도 노무의 제공과 이용관계에서 나타나는 실질적인 모습은 사업장마다 다르다. 그래서 명칭이 같은 직종이라도 위에서 본 ⓐ부터 ⓚ에 이르는 ‘종속적인 관계’ 판단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 근로자성에 인정 여부에 있어서 다른 판단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즉 A사업장의 종사자는 근로자라 판단을 받고, B사업장의 종사자는 개인사업자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지입차주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지입차주의 근로자성을 긍정한 판례(2013. 4. 26. 선고 2012도5385 판결 참조)와 부정한 판례(2013. 7. 11. 선고 2012다57040 판결 참조)가 있다.

지입차주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인 소유 차량을 운행한다는 점에서는 사업자의 성격을 가지는 반면, 사업장에 전속되어 회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하고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는 점에서 근로자로 볼 수 있다.

한편 산재보험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본인 소유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 업무에 종사한 배달원의 근로자성이 쟁점이 되었는데, 대법원은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관한 여러 징표 중 근로조건에 관한 일부의 사정이 결여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두1393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 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이 노무의 공급자와 이용자 사이에 나타나는 실질적인 모습에 따라 다르게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 최신 기술은 일자리의 지형도를 바꾸어 변화의 속도가 한층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고용 형태가 다변화되어 근로자의 개념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 예상된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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