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아닌 결합을 말하다” 결혼제도, 현행 유지해야 하나?
“결혼 아닌 결합을 말하다” 결혼제도, 현행 유지해야 하나?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7.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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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 개최
결승전, ‘동거법’ 결혼제도 내 포함 여부가 쟁점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가족 결합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족 형태는 사실상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의 '정상 가정'이란 이성과의 혼인을 전제로 한다. 동성혼·동거와 같은 개인 간 결합은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인정도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시대를 직접 겪어내고 있는 청춘들은 현행 결혼제도가 변모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행 결혼제도는 과연 유지하는 것이 옳을까? 더 나아가 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야 할 20대, 특히 이 시대의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 결혼 제도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8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2019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개최됐다.
지난 8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2019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개최됐다.

◇ ‘결혼제도 유지해야 하나?’ 대학생 토론회 개최

지난 8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2019 전국 대학생 인구토론대회’가 열렸다.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신언항)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자유토론을 통해 인구 이슈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실시되고 있다.

제시된 주제에 대한 찬반토론 및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에는 대학생 및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 우리 사회 주요 인구문제 이슈를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결승전 논제로 제시된 ‘(현행) 결혼제도는 유지되어야 하나?’의 쟁점은 동거법의 인정 및 결혼제도 내 귀속 여부였다.

결혼제도 유지 관련 찬성 입장을 전한 경희대 ‘공감’팀은 “현행 결혼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단, “현행 결혼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별도로 동거법을 강화하고 동성결합을 보호하는 ‘생활 동반자 제도’를 도입한다면, 모법을 바꾸지 않고도 새로운 결합체들을 법의 사각지대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주제 관련 반대 입장을 보인 고려대 ‘별똥별’팀은 “결혼은 개인 및 삶 전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제도이므로 그 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사회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결혼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별똥별팀은 현행 결혼제도가 가진 사회적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동성 및 동거 커플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결합, 즉 결혼 제도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상속권 또는 긴급 시 수술동의권과 같은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 동거법 별도 도입하면 기존 제도 유지 가능

먼저 두 팀은 현행 결혼제도가 ‘이성 간 결합’이라는 기준을 ‘정상 가정 프레임’으로 덧씌우고 있으며, 동성 혹은 이성 커플 간 동거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거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우선 전제 했다.

하지만 공감팀은 “새로운 가족 결합 형태를 지원할 수 있는 법을 별도로 수용한다면 기존의 결혼제도를 굳이 변화시킬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또 “결혼만이 결합을 정의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별도의 동거법을 제정한 프랑스의 ‘팍스(시민연대협약, PACS, Pacte Civil de Solidarite)’ 제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팍스는 지난 1999년 동성커플의 권리보장을 위해 처음 시작한 프랑스의 동거계약제도다. 결혼보다 가벼운 결합 제도로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계약 신청 및 해지 절차도 간단해 자녀 유무에 상관없이 관계 유지 여부가 자유롭다. 현재는 자유 존중을 기반으로 동성·이성 커플 모두 이용하고 있는 상태다.

공감팀은 “이성 간의 결합은 기존의 결혼제도로 법적 규정을 하고, 동성혼 또는 단순 동거 커플에 대해서는 별도의 동거법을 적용해 법적 권리의 보장을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예로 기존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여성과 남성 별로 그 기준이 다르다.

그런데 만약 동성부부가 아이를 입양했다면? 과연 출산 및 육아 관련 복지 혜택은 어떠한 방향으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 옳을까?

이와 관련해 공감팀은 “기존의 결혼제도가 만들어 놓은 관습이 다수를 차지하므로, 그 관습을 바꾸는 것보다 별도의 법적 결합을 장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결혼제도 유지 여부 관련 결승 토론을 펼치고 있는 경희대 공감팀(좌)과 고려대 별똥별팀(우).
현행 결혼제도 유지 여부 관련 결승 토론을 펼치고 있는 경희대 공감팀(좌)과 고려대 별똥별팀(우).

◇ 동성혼·동거 허용, 결혼제도의 변화로 봐야

반면 별똥별팀은 “현행 결혼제도의 핵심은 가정 내 구성이 어떻게 출발하느냐에 있으므로 동거를 허용하는 것 역시 결혼제도의 변화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동성혼 및 동거를 인정하는 것은 결혼제도의 변화를 인정한다는 말과도 같다며 법의 직접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는 동거 관련 법이 결혼제도에서 완전히 분리돼 여겨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별똥별팀은 우리 사회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저출산 문제에 결혼이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결혼제도와 사회문제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SNS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30대 연령층은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경제력 및 새로운 가족관계 형성 등에 따른 사회적 구속 문제 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황혼이혼 문제는 지난 2000년 대비 6.6배가 늘어났으며, 중장년층 결혼 만족도 역시 50% 이하를 보이고 있었다.

별똥별팀은 “이와 같은 문제들의 원인이 현행 결혼제도가 과도한 사회적 제한을 불러 일으키고 개인 자유의 억압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행 결혼제도가 사랑이라는 본질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별똥별팀은 “현행 결혼제도가 사회 문제를 초래하지 않고 그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적 변화를 제도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동성혼·동거 등 사랑의 형태를 확장 및 정의하고, 폭넓은 결혼제도를 수용한다면 사회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대회의 우승은 해당 논제의 반대 입장을 주장한 별똥별 팀(윤휘, 손원재, 정민주 학생)에게 돌아갔다. 찬성의 논거를 펼친 공감 팀(윤채림, 한정원, 송기완)에게는 2등 상인 최우수상이 수여됐다.

대상을 받은 별똥별 팀의 윤휘 학생은 “토론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여기 계신 분들의 세계를 모두 한 번씩 엿보고 가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또 “인구, 결혼, 출산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지만 그 영향은 결코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늘 토론이 굉장히 유의미했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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