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나쁜 상사의 폭언에 대해 합리적으로 협상하기
[워킹맘산책] 나쁜 상사의 폭언에 대해 합리적으로 협상하기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6.03 10: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구인구직사이트인 사람인이 직장인 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77.7%가 본인이 직장에서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화가 나거나 서운하더라도 감정을 숨겨야 할 때”(66.1%)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는데, 이는 부하직원의 입장이거나 고객사를 상대하는 상황에서 폭언을 듣게 되더라고 참아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감정노동 대상이 “직장 내 상사”(75.5%, 복수응답)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직장문화가 수평화 되어가고 있고, 권위적인 상사는 “꼰대”라는 핀잔을 받는 현실이라지만, 아직도 직장에서의 상사는 눈치를 보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방증일 것이다.

직장의 모든 상사가 갑질을 하며 직원들을 감정노동의 대상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부하직원들의 진정한 발전을 소망하며 진심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고, 능력과 인덕을 모두 갖춘 훌륭한 상사도 물론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곳에는 명암(明暗)이 있는 법. 훌륭한 상사가 있다면 폭언과 욕설을 서슴지 않고, 본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며 부하직원을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나쁜 상사’도 존재한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감정노동의 대상이라 지목했던 상사 중 가장 핵심적인 요인인 ‘나쁜 상사’에 대처하는 협상법이 있을까?

협상의 대가 허브코헨은 본인의 저서 ‘협상의 법칙’에서 나쁜 상사와 같이 본인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협상법에 대해 소비에트식 협상법이라 명명했다.

소비에트식 협상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극단적인 초기입장을 고수하며 양보에 인색하고, 감정적이며, 상대방의 양보를 약함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적대적 협상태도를 말한다.

이런 소비에트식 협상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계가 없어야 하고, 시간이 지나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아야 하며, 희생자가 알아차리지 못해야 하는데, 언론에서 흔히 북한의 외교 전략으로 등장하는 ‘벼랑끝 전술’이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상사가 소비에트식 협상법에 따라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별문제 없을 것이며, 상사로서의 본인의 권위를 가장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나쁜 상사를 대적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이유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취해야할 태도는 관조적 태도이다. 나쁜 상사의 폭언에 대응하는 방법은 그가 소비에트식 협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에 대해 감정이 상하고 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누구나 당연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감정대응은 결국 그 상사의 희생양이 될 뿐임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상사의 폭언에 바로 감정적으로 맞받아 대응하는 것은 삼가야한다.

두 번째로 취해야할 태도는 나쁜 상사에 대한 객관화이다. 상사가 폭언을 하는 중에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화를 낼까? 원인은 무엇이고, 이 사람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식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객관화를 통해 우리는 나쁜 상사의 부하직원에서 제3자의 입장으로 선회할 수 있게 된다. 즉 상사의 폭언에 대해 당신은 “나에게 화를 내는 원인은 이런 것이고, 그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질책을 통해 다음번 나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면, 폭언이 아닌 적절한 피드백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객관화의 힘을 통해 당신은 사건의 당사자에서 조정자로 변신해야 한다.

만약 위와 같은 관조적 태도와 객관화를 거쳤음에도 나쁜 상사의 폭언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허브코헨은 협상에 필요한 힘에 있어 도덕성의 힘을 강조한다. 상사의 폭언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응했음에도 계속적인 폭언이 지속된다면 그 상사는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상사의 폭언을 녹음하여 직원에게 공개하거나, 상사의 폭언에 대해 동료직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어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리처드 셀 교수는 ‘협상의 전략’이라는 저서에서 악마와 협상하는 법을 설명하면서, 아무리 본인이 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악마와 협상하는 경우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고 이에 대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악마와 협상할 때 대응방법으로 “본인이 세운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며, 가능한 모든 관계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나쁜 상사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먼저 나의 주관과 기준을 세우고, 직장에서의 든든한 지원군을 만들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직장 내 집단의 문제로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윤형석 노무사 약력>

- 현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 전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전 재단법인 피플 자문노무사
- 전 한국기독교여자연합회(YWCA) 자문노무사
- 전 강사취업포털 훈장마을 자문노무사
- 케네디리더쉽포럼 수료
- 동국대학교 철학과 졸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