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산정책 전환점을 찾아라”…‘인구절벽’ 현실화
“한국 출산정책 전환점을 찾아라”…‘인구절벽’ 현실화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4.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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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 0.98명…2월 출생아 수는 또다시 역대 최저 수준
공교육·사교육비 부담완화, 육아지원 등 육아부담 경감정책 추진해야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정부는 국가 주도의 ‘출산 장려’에서 국민 개개인을 중심에 둔 ‘삶의 질, 성평등’으로 정책의 관점을 바꾸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정책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무려 15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으나 출생아 수는 매월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을 기록하며 OECD 국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1970년 합계출산율 4.53명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정부가 국민소득을 높인답시고 출산율 저하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1970년도에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1984년에 1.74명으로 떨어졌다. 2002년엔 1.18명로 낮아져 초저출산 사회(합계출산율 1.3명 미만)로 진입한 뒤 급기야 지난해 0.98명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저출산대책 패러다임을 바꾸고 출산장려금 확대 지원에다 아동수당 지급, 임산부 지원책 강화, 공공 돌봄서비스 강화 등 융단 폭격식 출산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젊은 층은 여전히 출산에 부정적인 의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와 출산율 급락 등 ‘인구절벽’ 현실화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저출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아기 울음소리 듣기 힘들어…2월 출생아 또 최저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인구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00명 줄어든 2만5700명을 기록했다. 1981년 월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39개월 연속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6.5명에 그쳤다.

아이를 낳는 주 연령층인 30∼34세 여성 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혼인 건수도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월 혼인 건수는 1만8200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800건 감소했다. 혼인 건수 역시 2월 기준으로 1981년 이후 최저치다.

전년 동월 대비 혼인 건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조혼인율은 4.6건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며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문을 닫았거나 닫을 예정인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국회와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학생 수 300명 이하인 전국 농어촌 소규모 사학은 중학교 251개, 고등학교 92개 등 343개에 달한다.

초저출산의 영향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전국 농어촌 소규모 중·고교 사립교가 340여 개를 웃돌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체 사립 중·고교(1585개교)의 약 21.6%에 해당한다.

학생 수가 지속해서 급감해 평균 학생 수는 30~50여명 선에 불과하다. 2006년부터 급격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제3차 대한민국미래전략포럼-한국 출산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서’ 주제의 포럼에서 ‘청년층의 비혼 인식과 저출산 대응방안’ 발제를 하고 있다.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제3차 대한민국미래전략포럼-한국 출산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서’ 주제의 포럼에서 ‘청년층의 비혼 인식과 저출산 대응방안’ 발제를 하고 있다.

◇ 전문가 “교육비 등 육아부담 덜어주는 근본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들과는 근본적으로 틀을 달리 하는 출산정책 패러다임의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회경제구조에 적극 대응하고, 단편화·소외화 돼가는 현대사회의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집단적 공동체적 가족구조의 방향들을 재설계할 수 있는 방향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출산장려금이라는 출산 자체에 대한 단기적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공교육 및 사교육비 부담 완화, 육아 지원 등 출산 이후 아이를 키우는 과정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제3차 대한민국미래전략포럼-한국 출산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서’ 주제의 포럼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전환과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위원은 ‘청년층의 비혼인식과 저출산 대응방안’ 발제를 통해 “청년층의 혼인율과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됨과 자녀 양육에 따른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 전반의 양성 평등적 가족 문화 확산 및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 조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제도적인 변화가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인식이 변화되면 제도의 변화를 같이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출산과 육아가 부담이나 의무보다는 삶의 가치와 행복한 삶의 시작점이 될 수 있게 하는 출산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원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초저출산 국가의 최근 변화를 보면 대부분의 국가가 저출산 현상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저출산 완화를 위해서는 초저출산 경험 후 개선된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정책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저출산 국제비교와 원인 분석’ 발제에서 “저출산의 원인 중 다수가 청소년 및 청년층의 취약한 정신 건강, 청년실업, 주택가격과 같은 삶의 질을 낮추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무엇보다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여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승원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한국 출산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서’ 주제의 제3차 대한민국미래전략포럼에서 ‘저출산 국제비교와 원인 분석’ 발제를 하고 있다.
정승원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한국 출산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서’ 주제의 제3차 대한민국미래전략포럼에서 ‘저출산 국제비교와 원인 분석’ 발제를 하고 있다.

◇ 젊은층, 40%만 출산 의향…“교육비 부담 줄여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7일 발표한 ‘2018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5∼39세 남녀 3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질문에 응답자 42.9%만 결혼 의향을 보였다.

‘출산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44%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전년 조사 때인 54.1%보다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의 출산 의향이 38.9%로 만 15∼19세(45.1%), 30대(47.0%)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젊은 층에서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자녀의 교육비 부담완화’가 1순위로 꼽았으며 ‘출산휴가 장려 및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가 두 번째로 나타났다. 이어 ‘가구의 소득 증대’, ‘가구의 주거 부담 완화’, ‘임신 및 출산 진료비 지원 확대’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출산율 높이고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 자체에 대한 지원을 넘어 교육비 등 자녀를 키우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원 측은 “단순히 출산장려금이라는 출산 자체에 대한 단기적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젊은층은 공교육 및 사교육비 부담 완화, 육아 지원 등 출산 이후 아이를 키우는 과정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혜숙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출산하지 않으면 국가가 존폐위기라고 ‘애국주의 공포 마케팅’이 통할 리 없다”면서 “저출산 대책은 성평등하고 임신과 출산이 자기결정권으로 충분히 누릴 가치가 있다고 사회가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국가주도의 하향식 통제가 아닌 새판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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