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차량안전문제 정부 지원 온도차 아쉬워"
"어린이 차량안전문제 정부 지원 온도차 아쉬워"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4.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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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의무설치 단속불구 정부관할만 보조금 지원 “학원은 자율 해결”
평균 20~30만원 달하는 장비비용 ‘지입차주’ 개인이 부담하기 힘들어
통학버스 내에 아이가 갇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슬리핑차일드체크' 장치 설치가 오는 17일 부터 의무화된다. (이미지제공=도로교통안전공단)
통학버스 내에 아이가 갇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슬리핑차일드체크' 장치 설치가 오는 17일 부터 의무화된다. (이미지제공=도로교통공단)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정부가 유치원·학교·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어린이하차확인장치 설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태권도장 등 민간 학원에는 지원을 배제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전국 어린이 교육기관 통학버스를 대상으로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즉 '잠자는 아이 확인장비 설치가 의무화된다.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홀로 갇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물론 좋은 취지의 정책인 것은 분명하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민간 학원의 '단속을 위한 단속 정책'으로 남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되는 상황이다.

이 장치는 통학차량에 탑승한 어린이가 차량 내에 남아있지 않고 안전하게 하차했는지 재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주행이 끝나면 경보음과 경광등이 자동으로 울리게 되는데 차량 내부 뒷 좌석에 설치된 하차 확인 벨을 눌러야만 경고장치가 해제되는 방식이다.

하차 확인 벨을 누르러 가면서 차량 내부에 남아있는 어린이가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어린이 하차 확인 장치'인 것이다.

관할 기관에만 보조금 지급, 민간 학원 '나몰라라'

교육부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장치의 도입을 위해 전국 유치원·초등·특수학교 통학차량에 보조금 30만원씩을 지급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유치원 1만813대, 학교 4374 총 1만5000여대에 예산 약46억원을 투입했다.

보건복지부도 전국 지자체와 협의해 차량 1대당 최대 20만원까지의 보조금을 지급 완료한 상태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2만6288대에 한해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장비의 가격은 최소 약7만원에서 46만원 정도다. 하지만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원차량들은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민간 학원은 슬리핑 차일드 체크 장치를 자율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현재 학원은 해당 장비를 운전기사들의 사비로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원차량은 대부분 지입차량과 전세버스인데다 운전기사들도 60~70대의 노년층이다. 이들의 한 달 급여로는 각자의 생활을 영위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오는 17일 정부 단속이 시작되지만 민간 학원차량들은 비용이 부담스러워 설치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설마 단속에 걸릴까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2017년 6월 도로교통법 제53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통학차량 운전자는 운행 종료 후 영·유아 하차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정책을 이행하지 않을 시, 20만원 이하의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된다. 해당 장비를 설치하지 않아 사망 및 중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 이 경우, 시설 폐쇄 및 원장 자격정지 5년이 시행된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1회 사고 발생 시 시설 폐쇄)는 그동안 아동학대에 국한해 적용했지만, 그 범위를 통학차량 사망 사고에까지 확대시켰다.

3면. 한국학원총연합회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린이 통학차량 하차확인장치 비용 지원을 촉구했다. (사진제공=한국학원총연합회)
한국학원총연합회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린이 통학차량 하차확인장치 비용 지원을 촉구했다. (사진제공=한국학원총연합회)

안전문제에 공·사 구분하나? 단속위한 단속 될 것

민간 학원들은 지자체가 어린이 안전이라는 공공의 문제를 두고 정부 관리 교육기관에만 혜택을 부여한 것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유치원과 초등·특수학교는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경우 아동학대 및 어린이 안전사고 관련 책임이 강화됐다. 통학차량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 평가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결국 예산 책정이 용이한 정부 관할 유치원과 학교·어린이집은 지급받은 보조금으로 슬리핑 차일드 체크 장치를 기한 내에 완비할 가능성이 높게 됐다. 그러나 미운 오리 새끼마냥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민간 학원들은 "우리는 일방적 단속을 위한 단속의 대상이 돼 버렸다"며 호소할 뿐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학원차량의 수는 약4만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어린이통학차량의 37.5%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는 보육시설 차량 4만3000여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한편 지난해 7월,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 갇힌 4세 여아가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의 도입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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