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공감하며 협상하기
[워킹맘산책] 공감하며 협상하기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3.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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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내 생각에는 말이야”라는 말은 내가 대화를 하는 도중에 가장 반복하는 말 중 하나이다. 내 생각에는 “내 생각에는 말이야”라는 말은 대화를 할 때 불필요한 습관 중 하나로 보인다.(칼럼을 쓰는 중에도 내 생각이라 말하는 걸보면 정말 나쁜 습관이다.)

이러한 자기인식에 근거한 발언은 한편으로는 예의 있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느끼기에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말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주의를 기울여 고쳐보려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솔직히 쉽지는 않다.

왜 내가 “내 생각”을 계속 강조하며 대화를 하게 되었는지를 돌이켜보면, 대학시절 철학수업에서 들었던 “본인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인 것 같다. 교수님께서 본인의 생각을 가지라고 강조하셨던 부분이 말끝마다 내 생각을 강조하라고 하셨던 말씀은 아닐 텐데, 무지한 필자는 교수님의 가르침을 오해하여 나쁜 습관만 가지게 되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 생각”이라는 미사여구를 없애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협상에 있어 내 습관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노-사간의 첨예한 분쟁상황에서 그러한 상황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아야하는 노무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협상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그러한 협상에서 본인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은 편협한 사람으로 치부될 공산이 크다.

중요한 협상의 과정에서 “내 생각에는 말입니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상대방과 대화가 되기는커녕, 자기주장만 하는 고집스런 사람으로 낙인찍힌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내 생각”의 강조는 협상에 전혀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하고 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에 따르면 뛰어난 협상가와 평범한 협상가의 차이는 의사소통의 방식에 있다고 한다. 뛰어난 협상가는 상대방과의 ‘장기적인 발전에 대한 발언, 정보공유, 공통 사항에 대한 발언’이 협상 중 의사소통의 58%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평범한 협상가의 경우 뛰어난 협상가가 말한 정보공유 등의 부분은 22%에 불과했고, ‘자기자랑, 비난’ 등의 사항이 13% 이상으로 협상 중 의사소통의 비중에서 높게 나타났다. 뛰어난 협상가의 경우 ‘자기자랑, 비난’ 등의 발언은 4%정도로 매우 적었다.

위의 사례에서 우리가 특히 기억해야 하는 것은 평범한 협상가가 뛰어난 협상가보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언사가 3배가 높게 나타난 부분이다. 자기자랑은 본인을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필요하다해도, 비난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협상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면, 비난을 하는 순간 그 협상은 망쳤다고 볼 수 있다.

협상이란 무엇인가 분쟁이 있거나 서로간의 이익이 상충된다고 느낄 때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이런 적대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협상에 돌입하면, 일단 상대방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고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해하게 된다. 이전 칼럼에서도 말한바 있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부족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에 기반을 두어 상대방을 일단 비난하는 것이 협상의 상책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대화의 장이다. 협상을 하려는 사람들은 서로간의 이익이 상충되더라도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며, 서로간의 잘잘못을 따지러 온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협상이라는 것이 일방의 주장의 맞고 틀림을 가리기 위한 재판의 과정이 아님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물며 재판의 과정에서도 판사의 중재를 통해 협상이 이루어지는데,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협상의 과정에서 서로 싸우며 비난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과 함께 뛰어난 협상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공감이 필요하다. 이런 서로간의 공감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너와 나의 입장의 차이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비난하고자 하는 서로의 욕망을 참고 견디면, 상대방이 서 있는 곳이 내가 서 있는 곳과 다름을 인식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입장이라는 점은 마치 협상이 공전되어 해결되지 못하는 미제사건처럼 흘러갈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좋은 협상결과를 낳기 위한 발판이 된다.

연봉을 높이기 위한 직원과 연봉을 동결하고 싶은 사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직원이 원하는 것은 본인의 능력에 따라 그에 걸맞은 연봉을 받고 싶은 것이다. 사장은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원하지만 본인이 볼 때, 해당직원이 연봉을 올릴 만큼의 성과와 능력을 보여준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서로간의 입장 차이는 사장이 직원의 능력 없음을 비난하고, 직원이 본인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장에 대해 비난하는 것으로 종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협상결과가 “직원의 소망에 따라 연봉을 인상해주되, 사장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단계적으로 연봉인상금액을 지급해주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직원과 사장의 협상은 직원의 성과창출에 따른 기업의 발전이라는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협상에서 ‘내 생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은 인생을 살아가는 본인의 주관에서 필요한 것이지, 서로간의 타협이 필요한 협상에서는 도리어 방해물이 된다. 협상에서는 ‘내 생각’보다는 ‘네 생각’을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당신의 생각은 ~점에서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동의는 “내 생각에는 ~점이 타당합니다.”라는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결국 우리는 나보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공감능력이 협상을 출발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임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윤형석 노무사 약력>

- 현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 전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전 재단법인 피플 자문노무사
- 전 한국기독교여자연합회(YWCA) 자문노무사
- 전 강사취업포털 훈장마을 자문노무사
- 케네디리더쉽포럼 수료
- 동국대학교 철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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