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일반 사무직군에 포괄임금제 적용이 가능할까?
[워킹맘산책] 일반 사무직군에 포괄임금제 적용이 가능할까?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2.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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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용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정회용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포괄임금제 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2017년 8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괄임금제 규제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종에 한해 연장·야간근로 등의 시간외근로수당을 미리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법원 또한 감시·단속적 업무 등 실제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특수한 업종에 한해서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특수 업종보다 일반 사무직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포괄임금제 시행 기업의 적용 직군을 살펴보면 일반사무직이 94.7%(107개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영업직 63.7%(72개사), 연구개발직 61.1%(69개사), 비서직 35.4%(40개사), 운전직 29.2%(33개사), 시설관리직 23.0%(26개사), 생산직 13.3%(15개사), 경비직 8.0%(9개사), 기타 4.4%(5개사) 등의 순이었다.

포괄임금제 도입 이유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산정에 어려움이 있어서’라는 답변이 60.2%로 가장 높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근무와 휴게시간의 경계 불분명(89.7%)’, ‘주로 사업장 밖으로의 외근(36.8%)’, ‘대기시간이 많은 근로(8.8%)’ 등을 꼽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고정적이고, 사업장 내에서 사업주의 감독 하에 근무하는 사무직 근로자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포괄임금제는 어떠한 요건을 갖춰 성립될까? 우리 법원은 포괄임금제에 대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울 것과 ②노사 간의 합의가 명시적, 객관적으로 존재할 것을 요건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은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인 어려움을 말한다. 이는 근로시간 산정을 안 하거나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예로는 관리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나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며 근로시간을 노동자가 재량으로 결정하고, 인센티브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는 등 근무 형태가 도급 또는 위탁의 성격이 강한 경우, 업무가 기상-기후 등 자연조건에 좌우돼 정확한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경우,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면서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의 장단이 결정되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등이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 계산이 용이한 대부분의 일반 사무직군은 법원에서 인정하는 포괄임금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법리적인 해석에 부합될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해당 포괄임금제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고, 사무직 근로자는 잔업 시 추가 잔업수당 또는 야근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도출된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근로자에게 현실적인 불이익이 없는 한도 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고정연장근로시간을 반영하고 있는 경우나 근로계약서를 통해 연장근로수당이 몇 시간에 대해 지급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근로자가 이에 동의한 경우에는 포괄임금제가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즉, 법원의 판단요소 중 하나인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 부분이 충실히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사무직군이라고 해서 무작정 포괄임금제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막연히 연봉에 시간외근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명시되어 있거나, 실제 발생하는 연장근로와는 무관하게 연장근로시간을 과도하게 예측·산정하여 추가 수당청구를 원천 봉쇄할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계약이 무효로 될 여지가 높다.

포괄임금제를 놓고 노사 간의 분쟁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지도지침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오남용을 막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지침에 따라 사업장을 지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발표 예정이었던 지침 발표가 거듭 연기되었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늦어지는 정부 지침에 ‘포괄임금 폐지 반대’ 여론이 다시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연장근로를 과도하게 예측·산정하여 미리 급여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공짜 노동’을 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지침이라도 선제적으로 발표하여야 할 것이다.

 

<정회용 노무사 프로필>
- 현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전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공인노무사​
- 현 재단법인 피플 자문노무사
- 현 한국기독교여자연합회(YWCA) 자문노무사
- 현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자문노무사​
- 전 강사취업포털 훈장마을 자문노무사
- 한국갈등해결센터 갈등조정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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