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꼭 있어야 한다’ 기혼여성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자녀 꼭 있어야 한다’ 기혼여성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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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없어도 무관” 응답 2015년 10.6%서 2018년 16.9%로 급증
첫째자녀 임신 직장여성 65.8% ‘경력단절’…40%만 출산휴가 사용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결혼하면 임신해서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고 여기는 기혼여성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직장여성의 상당수가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작성한 ‘자녀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일·가정양립 실태와 정책 함의’ 등의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의 기혼여성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결과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49.9%였다. 2015년 조사 당시 60.2%와 비교하면 10.3%포인트나 감소했다.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는 32.8%, ‘없어도 무관하다’는 16.9%로 나왔다.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2015년 조사 때(10.6%)와 비교해 6.3%포인트 증가했다.

자녀의 필요성을 긍정한 기혼여성(9265명)에 한해 자녀가 필요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가정의 행복과 조화를 위해’가 81.1%로 가장 많았다. ‘심리적 만족을 위해’는 15.6%로 나타났다.

그밖에 ‘가문(대)을 잇기 위해’(1.2%), ‘주변 사람들이 자녀를 갖는 분위기여서’(0.7%), ‘노후생활을 위해’(0.5%), ‘부모님이 원해서’(0.5%), ‘제사를 지내고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0.4%) 등의 응답도 있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자녀가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 혹은 수단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것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필요성을 부정한 기혼여성(1896명)을 대상으로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본 결과,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25.3%),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기 위해’(24.1%), ‘자녀가 있으면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서’(16.2%),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15.6%), ‘경제적으로 자녀 양육이 어려워서’(11.3%) 등의 순이었다.

자녀가 필요한 이유는 정서적인데 반해 자녀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경제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혼남녀, 특히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기혼여성들은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는 고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 보건사회연구원
자료 : 보건사회연구원

‘자녀 출산 실태와 정책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출산력 조사에서 15~49세 기혼 여성 1만1,20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평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녀 수는 평균 2.16명, 결혼 당시 계획한 자녀도 평균 2.0명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여성은 여전히 2명 정도의 자녀를 출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출산한 자녀 수는 1.75명, 향후 출산까지 고려한 기대 자녀 수도 1.92명으로 이상적인 자녀 수보다 각각 0.41명, 0.24명 적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어렵고, 자녀 양육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혼 여성들은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거나(43.2%), 자신이 관심 있는 일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려면(38.8%) 적정한 자녀 수는 1명이라고 응답했다.

이소영 보사연 연구위원은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지원한다고 해서 당장 개인의 선택에 큰 변화가 오진 않겠지만, 원하는 만큼의 자녀 출산이 어렵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출산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기혼여성의 일·가정양립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직장여성의 상당수가 자녀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지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여성이 자녀 임신 후 다음 자녀 임신 전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거나 일을 하지 않은 비율은 첫째 자녀의 경우 65.8%, 둘째 자녀 46.1%로 나타났다. 하던 일을 그만둔 시기는 임신 후 출산 전까지가 가장 많았다.

임금근로자의 출산전후휴가 이용률은 첫째 자녀 40.0%, 둘째 자녀 64.4%로 나타났으며 육아휴직 이용률은 첫째 자녀 21.4%, 둘째 자녀 35.7%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15~49세 기혼여성 중 자녀 임신 직전에 취업해 있었던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녀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경험을 조사한 결과, 첫째 자녀를 임신한 취업 여성(5905명)의 65.8%가 둘째 자녀를 임신하기 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었거나(50.3%), 다른 일을 한 것(15.5%)으로 분석됐다.

경력단절 발생 시기를 살펴보면, 첫째 자녀 임신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81.3%가 출산 전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첫째 자녀 임신 후에도 하던 일을 계속한 직장여성은 34.2%에 불과했다.

취업 당시 직종이 관리직·전문직인 경우, 종사상 지위별로 비임금근로자인 경우, 직장 유형이 정부 기관·공공기관인 경우 다른 집단보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비율이 높았다.

정부 기관·공공기관과 같이 일·가정양립제도가 잘 갖춰지고 이용 환경이 좋은 경우 다른 집단보다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실태를 보면, 첫째 자녀 임신 전 취업 여성(비임금근로자 제외)의 40%만이 첫째 자녀에 대해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 전후 휴가 사용 비율은 2001년 이전에 첫째 자녀를 출산한 경우 25.1%에 그쳤으나, 2011년 이후 출산한 경우에는 50%로 증가했다.

또 경력단절을 겪지 않은 여성의 88.2%가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했지만,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17.0%만이 출산 전후 휴가를 썼다.

육아휴직도 출산 전후 휴가와 비슷한 사용 실태를 보였다.

첫째 자녀 임신 전 취업 여성(비임금근로자 제외)의 21.4%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나왔다.

2001년 이전에 첫째 자녀를 출산한 경우 5.3%만이 육아휴직을 썼지만, 2011년 이후 출산한 경우에는 36.7%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48.5%였으나, 경력단절을 겪은 경우에는 8.5%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일·가정양립은 근로자가 자녀의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 없이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수행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저출산 현상의 심화에 따라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향후 생산인력 부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으며 따라서 여성 인력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혜 보사연 전문연구원은 “일·가정양립 정책은 저출산 현상 완화를 위해, 그리고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상대적으로 근로 여건이 열악한 직종이나 종사상지위, 직장 유형에 대한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이 중요하며, 보편적으로 모든 근로자가 일·가정양립을 할 수 있을 때 저출산 문제와 여성 고용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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