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한식 BTS'를 기대하며...세계로 뻗어가는 ‘코리안 퀴진’
[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한식 BTS'를 기대하며...세계로 뻗어가는 ‘코리안 퀴진’
  • 이경열 기자
  • 승인 2018.12.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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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남북공동성명을 체결하고 북측 적십자 대표단을 접대하기 위한 최고의 만찬 장소를 고민하던 중 지금의 종로구 삼청동에 삼청각을 짓기로 결심한다.

2년 5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경부고속도로를 완공한 박 전 대통령의 업력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당시 공병대까지 투입해 6채의 한옥을 3개월 만에 뚝딱 지은 것은 삼청각을 말할 때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이다. 이 덕분에 북악산 자락이 훤히 보이는 삼청각 내 하나로 조화를 이룬 공간이라는 의미의 ‘일화당’ 연회장에서 남북 대표단은 산해진미의 음식으로 만찬과 함께 축배를 들 수 있었으리라.

삼청각 전경
삼청각 전경

파인 다이닝 문화가 자리하기 전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상견례, 접대 등 귀한 자리를 위한 외식장소의 대명사는 한식을 코스나 푸짐한 한상차림으로 내어주는 한정식집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일식, 중식, 양식 등 국내 호텔 레스토랑 위주로 형성되기 시작한 ‘파인 다이닝’ 문화와 함께 2000년대 후반 국내와 해외에서 실력을 다진 셰프들이 줄이어 등장하고 로컬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며 귀한 요리의 대명사였던 한정식집들이 쇠퇴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퓨전 한식’ 이라는 신개념의 고급 한식요리가 등장했고, 전통적인 한식을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풀어내거나 일식, 양식 등을 접목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의 한식 레스토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식당 음식 사진.
정식당 음식 사진.

2009년 서울 강남에 처음 문을 연 ‘정식당’은 한식을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한식’의 주역이다. 익숙하되 새롭고, 새롭지만 익숙한 맛을 갖고 있다면 거리감 없이 ‘정식당’ 을 찾아 줄 것이라는 임정식 셰프의 한식 철학에서 시작됐다. 

정식당은 한식의 재료로 아뮤즈부쉬 (에피타이저 격의 핑거푸드요리)를 선보이며 외국인들에게도  한식을 친근하게 접하게 해주었고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하르방 모양의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등 이전에 없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한식을 모던하게 풀어내었다.

한국의 맛을 전하고자 ‘임정식’ 셰프는 2011년 뉴욕에 ‘정식당’ 레스토랑을 열었고, 그해 미슐랭 1스타에 이어 2012년 미슐랭 2스타를 받으며 한식의 파인 다이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2016년 마침내 한국에도 ‘미슐랭 가이드 서울’ 상륙이 확정되자 ‘모던한식’ ‘코리아 퀴진'(Korean Cuisine)이라 불리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밍글스 음식 사진.
밍글스 음식 사진.

2014년에는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가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룬다는 뜻의 밍글(Mingle)에서 알 수 있듯, 서양 식재료와 한국 식재료, 한국의 ‘장’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단숨에 한식 파인 다이닝의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고추장에 버무린 육회, 된장에 재운 푸아그라와 양갈비, 김치 콩물에 절인 메추리알 등 다양한 ‘장’을 기반으로 한식향을 입힌 요리들과 된장, 간장, 고추장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이뤄진 ‘장 트리오’ 디저트를 보노라면 IT뿐 아니라 요리에도 ‘혁신’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보다 앞서 2013년 12월 이준 셰프가 서래마을에 문을 연 ‘스와니예’는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컨템포러리(동시대의 현대)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손꼽힌다. 스와니예는 ‘완성도가 높은’, ‘잘 만들어진’ 이란 뜻의 프랑스어다.

스와니예에서 추구하는 ‘현대 서울 음식’은 다문화가 섞여 하나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서울의 느낌을 담아 동서양을 하나의 스타일로 새롭게 풀어 내었다. 오픈과 동시에 많은 호평을 받은 스와니예는 이에 그치지 않고 3개월마다 새로운 ‘에피소드’ 메뉴를 통해 한국의 제철 식재료와 국경을 초월한 창의적인 음식의 만남으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와니예 내부 사진. (출처 : 스와니예 인스타그램)
스와니예 내부. (사진=스와니예 인스타그램)

2019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서 ‘밍글스’는 ‘정식당’과 함께 미쉐린 2스타를 받았고 ‘스와니예’는 1스타를 받으며 한식의 개념과 폭을 확장해온 노력의 대가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쉐린(미슐랭) 스타로 보상받았다.

2019 미쉐린(미슐랭)가이드 26곳 중 13곳이 한식 기반의 레스토랑이라는 점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도 그럴것이 한식의 고급화와 파인 다이닝의 저변 확대는 국내의 식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훌륭한 지랫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는 문화와 파인 다이닝의 수준이 비례하므로 파인다이닝은 그 나라 전체의 식문화를 가늠할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잣대가 될 수 있다. 최근 불고있는 한식의 고급화 바람이 한국의 파인 다이닝 시장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 식문화를 골고루 성장시키는 낙수효과를 불러 일으키길 기대한다.

 

Who's 마리아 주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KeVYAQKdY_YLSjxUrCuX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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