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신생아실 CCTV 의무화’ 필요한가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CCTV 의무화’ 필요한가
  • 김철훈 기자
  • 승인 2018.12.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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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3곳 중 1곳 신생아실 CCTV 없어…설치의무화 움직임도 전무
업계에서는 찬반 의견 공존…‘고객 만족도 개선’ vs ‘직원 프라이버시 보호'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CCTV 설치 국민청원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CCTV 설치 국민청원

[베이비타임즈=김철훈 기자]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13일 등장해 11일 현재 1만 1000명이 동참했다.

 
청원인은 지난 10월 자신의 아기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허벅지 뼈가 부러진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해당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CCTV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아기를 진단한 병원 측에서는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받지 않은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신생아실에 CCTV만 있었어도 누구의 잘못인지 쉽게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24시간 여러 명의 신생아를 돌보는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CCTV가 없다 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의 감염사고나 외상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 9월 전북 전주의 한 병원 산후조리원에서는 태어난 지 2주 된 영아가 숨졌고 3월에는 경북 포항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9명이 폐렴 바이러스(RS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했다. 1월에는 경남 창원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조리원 측의 부주의로 신생아가 뒤바뀐 경우도 있었다.
 
임산부와 가족들은 만혼이 늘면서 아기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산후조리원이 하나의 출산문화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생아실 감염관리나 CCTV 등 관리시스템은 조리원마다 제각각이고 법제도적 관리장치도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전국 산후조리원 3곳 중 1곳, 신생아실 CCTV 없어…설치 의무화 움직임도 없는 듯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 600곳 중 CCTV가 없는 곳은 186곳으로 전체 31%에 달했다. 서울시의 전체 산후조리원 152곳 중 22곳도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각 산후조리원들이 CCTV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하는 곳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복도나 신생아실 입구에만 설치해 사각지대가 있는 곳도 많고, CCTV 해상도나 영상 보관기간 등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CCTV를 운영하는 곳은 통계에 나타난 수치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현재 산후조리원 CCTV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015년 ‘산후조리원 지도·감독 강화 방침’을 내놓으며 신생아실 내 CCTV 설치와 영상정보 90일 이상 보관을 ‘권고’로 포함시켰다.
 
상위법이 없기 때문에 각 지자체도 조례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의무화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미궁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산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에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김은경 주무관은 “산후조리원은 정부의 지원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 순수 민간서비스 분야”라며 “이러한 곳에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도입하는 것은 일종의 규제로서 현재로서는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도 “현재 여당에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생아 1대1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사진=드이자르 세종점 산후조리원)
신생아 1인당 1대씩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사진=드이자르 세종점 산후조리원)

업계에서는 찬반 공존 ‘고객 만족도 개선’ vs ‘직원 프라이버시 보호’

 
업계에서는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설치비용 부담, 직원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산후조리원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세종시에 있는 한 산후조리원은 다른 산후조리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생아실에 있는 신생아 1명당 1대씩 웹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모바일 앱을 활용, 산모는 물론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등 산후조리원 외부에 있는 가족들도 최대 5명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아기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산후조리원의 관계자는 “웹카메라 시스템을 설치한 후 고객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설치비용, 프라이버시 등의 문제보다 고객 만족도를 우선시해 설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생아실 CCTV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민간 업체들간에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서로 경쟁하고 있는 만큼 CCTV 설치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산모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며 통유리를 통해 신생아실을 들여다보는데 직원들이 아기를 소홀히 다룰 수는 없다”며 “굳이 신생아실에 CCTV를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후조리원은 감염예방의 이유로 산모와 아기를 분리하고 직접대면 시간은 하루 2회로 제한한다. 산모가 직접 아이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더욱이 심야시간대에는 전적으로 직원들의 관리에 의존하게 된다.
 
한국산후조리원협회 김정욱 상임이사는 “이미 대부분의 산후조리원들이 신생아실 CCTV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설치율도 높은 만큼 산모와 가족들의 불안감을 낮춰줄 수 있다면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산후조리원들은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10년 이상 된 곳이나 일부 영세한 곳은 설치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설치를 위해 신생아실을 일시적으로 비워야 하는 만큼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후조리원의 사고 발생을 줄이고 산모와 가족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CCTV 설치가 만능은 아니라며 감염관리, 전문인력 확충 등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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