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다양한 일식주점 어디까지 가봤니?
[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다양한 일식주점 어디까지 가봤니?
  • 이경열 기자
  • 승인 2018.12.0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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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 ‘킬 빌’에서 키도(우마 서먼)의 1 대 80의 대결 장면 로케이션 사전 답사를 하던 중 도쿄 롯폰기에서 ‘곤파치’라는 이자카야(いざかや, 일본 선술집)를 발견하고 근대 일본 선술집의 전형인 이 곳을 한 눈에 낙점했다. 불행히도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해 중국 베이징에 곤파치의 디테일들을 살린 흡사한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을 감행하게 됐다. 후에 킬 빌의 대흥행과 더불어 일본 특유의 신비롭고 이색적인 이자카야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낸 롯폰기 곤파치도 재조명 받으며, 서양인들에게는 일본에 여행 가면 꼭 들러야 할 버킷리스트가 됐다.

사진=영화 '킬빌' 롯본기 곤파치 이자카야
영화 '킬빌'에 나온 일본 롯본기 이자카야 '곤파치'를 본떠 만든 영화 속 장면.

이자카야(居酒屋)를 우리 말로 직역하면 부담 없이 즐기는 대폿집, 선술집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안주로 허기도 채우며 술 한 잔 기울이는 장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자카야와 비슷한 뜻으로 친숙한 ‘로바다야키(ろばたやき, 炉端焼き)가 있다.

로바다야키는 화롯가를 뜻하는 로바타와 굽다라는 뜻의 야키가 합쳐진 조어로 구이요리 위주의 선술집을 뜻하는데, 예전 한국의 로바다야키는 일본의 정통 로바다야키라기 보다 일본의 이자카야와 가까운 컨셉트였다. 이자카야는 사시미 이외에도 다양한 안주요리들이 많고 일본의 정통 로바다야키는 화로요리들이 주가 되는 곳이다. 최근에는 한국 식문화의 발전과 함께 국내에서도 로바타야키와 이자카야 컨셉트를 분리해 문을 여는 주점들이 생겨나는 추세이다.

사진=한남동 로바다야키 스타일 '카미소리'
한남동 로바다야키 스타일 '카미소리'.

일식 기반의 사시미와 다양한 안주 요리가 있는 이자카야가 보편화되면서 요즘에는 이보다 더 화려한 음식들을 선보이는 ‘갓포’(かっぽう, 割烹) 요리집들도 생겨나고 있다. 갓포는 칼과 불로 음식을 만든다는 뜻으로 이자카야와 로바다야키가 가장 캐주얼한 느낌의 선술집이라면, 갓포는 분위기와 가격 면에서 이보다는 한 단계 격식(formal)을 차린 느낌의 일식주점이다.

국내의 갓포 집들은 최근 기본적인 사시미뿐 아니라 사시미에 훈연 향을 입히고 올리브 오일을 이용한 세비체 방식, 소고기 프라이, 저온 조리법을 이용한 수비드 요리 등을 선보이며 마치 일본 현지에 온듯한 수준 높은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갓포아키’는 2013년 당시 생소하던 갓포요리 집으로 서울 강남 신사동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조금씩 컨셉트를 달리하여 청담점, 압구정점, 여의도점까지 확장하며 국내에 갓포요리를 대중화 시킨 대표 브랜드이다. 갓포아키의 인기 메뉴로는 다양한 숙성 사시미를 화려하게 내어주는 ‘사시미 플레이트’, 다진 닭고기를 숯불에 구워낸 ‘츠쿠네야키’, 고등어를 김밥처럼 말아서 만든 ‘야키사바보우즈시’가 손꼽힌다.

사진=갓포야키 메뉴들.(왼쪽부터 사시미 플레이트, 아키츠쿠네, 아키사바보우즈시)
갓포야키의 대표 메뉴인 사시미 플레이트, 아키츠쿠네, 아키사바보우즈시(왼쪽부터).

일본의 식당을 캐주얼에서 포멀의 단계로 등급을 나눈다면 이자카야, 갓포, 가이세키(かいせき, 会席) 순이다. 이는 과거 리스 토란테 하나에 불과했던 국내 이탈리아 음식점이 최근 등급에 따라 세분화되어 오스테리아, 트라토리아, 리스토란테로 나뉘는 것과 아주 흡사하다. 일식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그 나라의 정통을 계승하여 한국에서 현지화되는 것은 국내 요식업의 수요와 공급 시장 전반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갓포아키 청담점
갓포아키 청담점의 내부모습.

이는 한국인 해외여행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접한 이들이 많이 생겨났고, 또한 유학을 통해 현지의 요리를 제대로 배운 젊은 셰프들이 등장하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춰졌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흐름이다.

최근 일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해외 음식점들이 분위기와 가격에 따라 세분화되는 현상은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수준 높은 다양한 먹거리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 관광자원의 훌륭한 컨텐츠가 될 수 있다. 또한 한국도 일본 못지않은 수준 높은 미슐랭 음식점들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고객의 입장에서 이를 즐기고 환영할 일임이 분명하다.

 

Who's 마리아 주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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