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생명박스라는 인식전환 필요
베이비박스, 생명박스라는 인식전환 필요
  • 주선영
  • 승인 2013.09.23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담벼락에는 국내 유일의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다.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이곳에 아기를 두고 간다.

가로세로 1m 정도 되는 이 작은 베이비박스는 이종락 목사가 유기로 생명을 잃을 뻔한 아이를 목숨만이라도 살리겠다는 뜻에서 만든 시설이다. 실제로 베이비박스가 생겨나고 난 뒤 이곳에 버려진 아이들은 3년 동안 184명에 달했다. 200여명의 아기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현재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베이비박스에 대해 유기를 조장하는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정부의 입장처럼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하는 시설물이기만 할까?

지난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미혼부모들이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베이비박스 아이가 매달 2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아동이 자신의 출생기록을 가질 권리가 있고, 입양인이 친생부모를 찾고자 할 때 필요한 중요기록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이 그 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면 재개정을 해야 하는 것이 많지 않을까.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만연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출생신고를 한 뒤 입양을 보낸다는 것은 전혀 현실성 없어 보인다.

또한 베이비박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시설물이 아니다.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해외 18개 국가에서 운영중에 있다.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에는 100곳에 설치돼 있으며, 후진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있다.

아이들의 인권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아이의 생명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베이비박스를 철거한다면 하루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안타깝게도 유기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베이비박스는 불법 시설물이 아닌 작고 힘없는 아이를 지켜주는 공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