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저출산’ 젊은층 “결혼=출산 옛말, 無자녀도 괜찮아”
‘암울한 저출산’ 젊은층 “결혼=출산 옛말, 無자녀도 괜찮아”
  • 이성교
  • 승인 2018.03.1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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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2017년 여론조사…결혼·출산·양육 국민인식 드러나20대 “부모 되려면 경제력 필요” 더 많은 육아휴직·정부책임 요구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우리 국민의 10명 중 약 6명이 결혼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10~20대 젊은층의 과반은 수긍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많았다.
또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10~30대 모두 50% 이상이 결혼을 하면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문항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며 ‘결혼=출산’ 공식에 거부감을 보였다. 특히, 미혼자의 65% 가량은 자녀가 없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국육아정책연구소(KICCE)가 최근 발표한 ‘2017년도 정기 여론조사 결과 및 분석 내용’은이같은 우리국민들의 결혼 및 출산, 육아 관련 현재 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일반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기여론조사와 여유아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시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육아정책에 한정해 일반국민의 인식을 살펴본 국내 연구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관을 묻는 질문에 결혼에 긍정적 응답은 평균 56.6%(반드시 해야한다 13.6%, 하는 편이 낫다 43.0%)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10대 38.8% ▲20대 49.9% ▲30대 51.1% ▲40대 49.7%로 평균보다 낮았고, ▲50대 60.3% ▲60대 이상 78.1% 처럼 고연령층은 결혼의 필요성에 많이 동의했다.
성별에서는 남자의 67.8%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에 여자는 절반 이하인 45.1%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의 약 80%는 ‘자녀가 있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지만, 자녀를 낳기 위해 결혼을 해야 한다거나 결혼을 하면 (반드시)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는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10~30대 젊은층은 자녀를 낳아 기르려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문항에 4점 평균을 밑도는 2.8~2.9점대로 조사됐다. 미혼자 역시 2.84점에 머물렀다.
결혼을 하면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문항에도 10~30대는 1.9~2.3점대로 40대 이상의 점수(2.6~3.0점대)보다 낮았다.
응답률에서도 미혼자의 64.4%는 ‘결혼=자녀’ 등식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앞으로도 국내 출산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눈에 띄는 국민의 출산 인식으로는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1/4에 이르는 26.2% 수준으로 나타난 점이다.
즉, 미혼자나 어린 연령층일수록 ‘비(非)결혼 유(有)자녀’ 동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에서 ‘결혼=출산’의 전통적인 국민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의 부모됨 인식 및 가치를 알아보는 문항에서는 응답자들은 대체로 부모가 된다는 것에 “행복하고 기대되는 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연령대별로는 5점 평균에 3.3~3.4점대를 보인 50~60대 이상에 비교해 20~30대는 3.0점대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모됨의 기대치 결과와 달리, ‘부모가 되기 위해선 경제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문항에서 동의하는 응답층은 10대와 20대가 50~60대 이상보다 높았고, 미혼자 역시 경제적 준비의 필요성을 기혼자보다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구에 남편과 아내 간 양육 및 가사의 분담 평균 비중에서 양육 분담은 엄마 6.86 대 아빠 3.14로, 가사 분담은 엄마 6.81 대 아빠 3.19로 조사돼 여성(엄마)의 분담이 여전히 많았다.
응답자들은 이상적인 자녀양육 역할 분담으로 엄마 5.83 대 아빠 4.17로, 가사 분담은 엄마 5.84 대 아빠 4.16으로 응답해 현실적 분담과 많은 괴리를 보였다.
실제로 여성(엄마)이 느끼는 부부간 자녀양육 분담 비중에서 엄마 7.25 대 아빠 2.75, 가사 분담에서 엄마 7.26 대 아빠 2.64로 평균보다 여성 분담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들 대부분은 자녀 양육의 어려움으로는 ▲양육과 일의 병행 ▲양육 비용의 부담을 꼽았다.
응답자 90% 이상이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육체적으로 힘들고 심리적, 경제적으로 부담된다고 털어놓았다. 자녀 양육의 어려움은 남자보다 여자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높았다.
자녀양육 책임에서 젊은층은 ‘국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 지난해 10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맘앤베이비페어에서 광주시 일·가정양립지원본부의 직장맘지원센터 부스 모습.

 


여성과 젊은층의 양육 실태가 이렇다 보니 가정 내 양육 및 일-가정 양립과 관련, 자녀 돌봄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0%가 조부모에게 일정 부분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70%가 넘었고, 특히 조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과 가사 지원을 동시에 받는 20대의 비율이 40%를 웃돌았다.
기혼여성들은 일-가정 양립의 우선사항으로는 부모 육아휴직의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20대에서 더 많은 부모 육아휴직을, 40대는 수준 높은 어린이집 확충을 요구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많은 기혼남녀 근로자들은 일-양육 병행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응답자의 약 40%가 재직중인 현 직장이 자녀를 키우기에 좋지 않다고 털어놓았고, 좋은 곳이라는 응답률은 26.5%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일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적절한 근로시간으로 평균 6.56시간으로 제시했고, 특히 육아기에는 현재 법정근로시간(8시간)보다 근로시간이 짧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양육수당 지원 수준이 현재 수준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65% 이상을 차지했는데, 특히 경제적 상황이 상대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20대, 미취업, 비맞벌이 가구에서 높았다.
자녀의 성장 선호도에서는 남자가 여자와 비교해 ‘열정’보다는 ‘경제적 안정성’을 중요시하면서 희망하는 부모상으로는 ‘친구 같은 부모’보다 ‘권위있는 부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자녀가 열정적인 삶을 살길 원하고,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기를 원했다.
한편, 국가의 육아정책 설계에서 중점 둬야 할 사항으로는 남자 응답자는 ‘부모의 양육부담 경감과 지원’을, 여자는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정부의 육아지원 재정지원 우선순위에서도 ‘차별적 지원’(48.8%)이 ‘전계층 무상지원’(42.1%)을 선호하는 응답률이 다소 높았다. 그러나 낮은 연령대는 ‘무상지원’을, 40대 이상은 ‘차별적 지원’을 선호했다. 반면에 고소득일수록 ‘차별적 지원’ 응답이 많았다.
아동학대에 대처 방법으로는 전체적으로 처벌 강화와 교육, 교사의 근로환경 개선 등 요구가 많았고, 낮은 연령대에서는 처벌강화를, 높은 연령대에서는 교육실시를 선호했다.
이밖에 정부에 바라는 육아지원 정책으로는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확충 ▲서비스 질 향상 ▲육아휴직제도나 유연근무제 확대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을 위한 추가 세금부담 의향에는 수혜 가능성이 높은 40대 미만에서는 ‘추가 부담하겠다’ 비율이 더 많은 반면, 40대 이상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또한 아동수당의 지급 필요성에는 45.5%가 동의했으나, 여전히 40.7%는 도입 필요성에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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