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조현병과 형사책임
[오빛나라의 LAW칼럼] 조현병과 형사책임
  • 송지숙
  • 승인 2017.04.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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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동춘동 사건으로 본 조현병과 형사책임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 17살 소녀가 8살 초등학생을 유괴하여 살인하고, 시체를 토막 내어 유기하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다. 피해자가 아직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연약한 아동이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그런데 이 소녀가 범행동기에 대하여 묵묵부답을 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어 사회적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형법 제10조에 의하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며, 심산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 등으로 인하여 가해자의 ①사물변별능력(합법과 불법을 구별할 수 있는 통찰능력) 또는 ②의사결정능력(불법의 통찰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지배할 수 있는 조종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면 형을 감면받는다. 

이처럼 형법이 범행을 저지른 자의 형을 감면해주는 것은 책임능력과 관련이 있다. 형법에서 ‘책임’이란 행위자가 범죄 이외에 다른 행위를 할 능력이 있었는데 범행충동을 억제하지 않고 위법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행위자에게 가해지는 비난가능성을 말한다. 

그런데 행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약해서 비난가능성 또한 낮아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여 처벌을 하지 않거나 약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가해자가 정신질환인 조현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위 형법 조항에 의하여 처벌받지 않거나, 형이 감경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게 되었다. 

그렇지만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하여 가해자의 형을 항상 감면해주는 것은 아니다. 심신장애 여부는 범행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평소 정신병이 있었더라도 범행 당시 정신병이 발현되지 않았더라면 이는 책임감면사유인 심신장애 내지는 심신미약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례도 동일한 입장으로 가해자가 평소 간질병 증세가 있었더라도 범행 당시 간질병이 발작하지 않은 경우 심신장애 내지 심신미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범행 당시 심신장애의 정도의 판단은 어떻게 할까. 가해자의 정신장애의 내용 및 그 정도 등에 관한 정신의의 감정결과를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지만 최종적으로 재판부가 결정하며, 이 때 ①범행의 경위, ②수단, ③범행 전후의 행동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범행 당시의 심신상실 여부를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범행대상을 미리 정해두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거나 미리 준비한 범행도구를 사용했다거나 범행 직후 치밀하게 사체를 은닉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범행을 저지른 자가 만 19세 미만일 경우 소년법을 적용받으므로 이에 대하여 추가로 살펴보자. 소년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자에 대하여는 최고 15년의 유기징역까지만 선고할 수 있고, 소년의 특성에 비추어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다만,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살인을 저지른 경우에는 18세 미만인 자일지라도 최고 20년까지 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한편, 심신장애자는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거나 감경되더라도 치료감호시설에 수용되어 치료를 위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치료감호법에 따라 심신장애자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치료감호에 처한다. 이 때 수용기간은 15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치료감호의 집행기간은 형 집행기간에 포함된다.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자가 진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처벌받지 않거나 형이 감경되는 상황은 일반 법 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정실질환으로 인하여 책임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지만, 피해자와 그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였을 때 정신질환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철저한 수사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前 법무법인(유한) 현 변호사
-前 법무법인 피플 변호사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안양외국어고등학교 영어과 졸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정회원
-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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