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아이들에게 불안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김영화칼럼] 아이들에게 불안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 송지숙
  • 승인 2017.01.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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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를 앓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불안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입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양한 불안을 경험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전문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안장애’를 가지게 된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면 수줍고 겁 많은 아이가 처음 부모의 품을 벗어나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때 두려워하고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잠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 큰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기 두렵다고 자주 학교에 안 가고 억지로 보내면 배가 아프다며 조퇴를 하고 오는 경우는 심각한 경우입니다. 

부모들은 “학교 선생님이 무섭거나 못살게 구는 친구 때문에 그런가?”하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애착대상(대부분 엄마)과 떨어지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두려움에 학교를 못가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설령 학교에 간다 해도 쉬는 시간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의 안부를 확인합니다.

부모의 육아태도가 중요하다

‘분리불안’을 보이는 아이들의 부모는 대개 아이를 지나치게 과잉보호하거나 아이를 의존적인 성격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 자신이 불안하거나 공황장애를 않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부싸움 끝에 아이들 앞에서 “나가버린다”, “죽어버린다”는 말을 자주 할 경우에도 아이들은 불안해집니다. 최근에 친척이 돌아가시거나 가족 중 누군가 아파서 입원하게 된 경우, 또는 동생이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뺏기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선생님, 아기를 따로 재우면서 아무리 울어도 달래주지 않아야 하나요?” 초보 엄마, 아빠들은 심각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자주 합니다. 아이의 독립심을 키워주려면 따로 재우면서 절대 안아주지 말아야 한다는 육아서적을 읽었는데 과연 이것을 믿고 실행해도 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면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이 부모들은 요즈음 육아의 키워드인 ‘애착육아’ 서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상반된 주장이 넘쳐나는 육아법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초보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무척 곤혹스럽다고 호소합니다. 내 아이를 독립적인 아이로 키워야 할까요? 아니면 애착육아법에 따라야 할까요?

애착(attachment) 이란? 

‘애착’이란 반세기 전 영국의 정신과의사인 볼비가 주창한 이론입니다. 애착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끈끈한 정을 통해 생기는 유대관계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것입니다. 

애착형성이 제대로 되지 못할 경우, 아이는 자라서 다른 사람을 불신하게 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초도 마련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라서 우울증이나 공포증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애착형성을 위해서는 아이를 포대기로 업어주고 자주 신체접촉을 하며 자극을 주고 4~5세가 될 때까지 밤에 함께 자면서 도깨비, 귀신, 괴물에 대한 공포를 느낄 때 즉시 안심시키고 걱정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유아양육에 포대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들에게 잊혀가는 ‘podaegi’를 우리말 그대로 미국인들이 사용한다는 것은 한편으론 놀라운 일입니다.  

포대기 매는 법 동영상이 수천 건씩 조회가 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합니다. 이런 포대기 열풍의 이면에는 애착육아가 소개되어 부모들이 그 중요성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포대기는 아이에게 태내와 비슷하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주고, 아이와 엄마가 장시간 밀착하여 언제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한 최고의 애착증진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포대기를 촌스럽다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 부모들은 ‘애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이와 엄마 간에 애착이 잘 형성되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잘 자라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포대기를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장난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버지니아 엑셀린은 비지시적 놀이치료(아이와 함께 놀면서 치료자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지 않는 것)를 재창한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녀의 저서인 ‘딥스’는 다른 병원에서 자폐증으로 진단 받았으나 엑셀린과 함께 한 놀이치료를 통해 천재임이 밝혀진 한 소년의 치료과정을 보여줍니다.

딥스의 부모는 모두 고학력의 과학자들이었는데 아이를 어떻게 기를지 몰라 넘쳐나는 장난감과 책 속에서 아이를 길렀습니다. 지능발달에 좋다고 생각하는 장난감 속에서 늘 아이 혼자 놀게 내버려 두었습니다.

자기 방에 있는 장난감이나 책하고만 놀고 대화하며 자란 소년은 점차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는 엑셀린과의 놀이치료를 통해 자폐증이 아닌 것이 밝혀졌지만 아이가 같이 놀아주는 사람 없이 혼자 장난감 속에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값비싼 장난감이 아닙니다. 가장 필요한 장난감은 부모와 함께 몸을 부비고 뒹굴며 놀며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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