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공황장애는 연예인 병?
[김영화칼럼] 공황장애는 연예인 병?
  • 송지숙
  • 승인 2016.12.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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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마지막으로 교회를 찾아 하느님께 빌어보려 했는데 정신과과 눈에 띄어 혹시 하고 들어와 봤습니다.” 몇 년간 자신의 고통에 대해 원인을 찾지 못해 괴로워했던 공황장애 환자는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고 심장이 갑자기 심하게 뛰어서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하고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공황장애는 진단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황발작에 나타나는 특징적 신체 증상들은 환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가슴 쪽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답답하다’ ‘토할 것 같고 배가 아프다’ ‘머리가 자주 띵하거나 어지럽다’는 신체 증상은 언뜻 다른 신체질환과 비슷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내과나 신경과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극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 현기증, 가슴 두근거림, 질식감, 호흡 곤란, 가슴통증 등의 증상이 우발적으로, 또 발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공황발작’이라고도 합니다. 공황발작이 오면 환자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극심한 공포를 느낍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터널을 지나거나 다리 위를 지날 때 혹은 잠잘 때처럼 ‘실제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공황발작을 겪으면 환자들은 무척 당황하게 되고, 속수무책이란 생각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공황장애는 연예인 병?

많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은 사실을 고백하고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해서 공황장애는 연예인들의 병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개그맨 이경규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원인모를 가슴통증에 시달렸고, 초조함과 불안 때문에 서있기조차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몇 가지 검사를 통해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경규 씨뿐 아니라 최근에는 공황장애를 고백하는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그맨 김구라 씨와 가수 김장훈 씨, 배우 이병헌 씨와 차태현 씨, 장나라 씨도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했습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연예인들은 항상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하고 또 인기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 공황장애에 취약한 것입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연예인들의 병이라기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든 연령에서 나타납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절제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 때문에 연예인 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쉽게 공황장애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뭉크(1863-1944)의 절규

 


노르웨이출신의 화가인 뭉크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엄격하고 무시무시한 교육을 받고 살았습니다. 부모에게 매일같이 매질을 당하고 호되게 혼나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피를 뿜고 세상을 떠나는 끔찍한 장면까지 보게 되어 뭉크는 자라서 끔찍한 공황발작을 일으키게 되었고 ‘절규’란 명작에서 자신의 공황상태를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긴장과 스트레스뿐 아니라 트라우마로 인한 ‘멘붕’의 경험까지 잘 묘사되어 뭉크의 ‘절규’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공황장애

강남의 부유한 가정에서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A는 학교 성적이 뛰어났습니다. 항상 반에서 1등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 않고 공부에만 매달렸지만 고3이 되면서 내신 성적이 떨어지면서 명문대학에 갈 수 없다고 판단해 어느 날 화장실에서 공황발작을 일으켜 꼼짝달싹 할 수 없었습니다. 

공황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은 얼핏 보면 모범적이고 성실하기 때문에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고 아이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압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공황장애 환자는 죽음에 대한, 혹은 심각한 신체 질환에 대한 공포로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지만 신체검사에선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주변사람들에게 꾀병이나 의지박약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긴장완화를 위한 시각적 심상요법과 이완요법 

공황장애 증상은 정신과 상담과 약물 복용으로 단 며칠 만에 좋아질 수도 있는 병이기 때문에 너무 염려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히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병을 악화시키므로 하루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공황장애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와 함께 스트레스상황에서 스스로 이완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시각적 심상요법이란 두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자신을 상상한 다음 그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는 자신의 모습을 도출해 내는 것입니다. 이때 심호흡도 같이 합니다. 처음에는 실제 상황과 같은 불안을 느끼지만 점차 긴장을 풀고 반복하면 불안이 감소되어 편안해 집니다.

주먹을 꼭 쥐었다가 천천히 펴기, 눈을 세게 감았다가 살며시 뜨기, 입을 크게 벌렸다가 입술이 살짝 벌어질 정도로 편하게 풀기, 발가락을 무릎 쪽으로 당겼다가 펴기, 발가락을 아래쪽으로 말았다가 펴기, 천천히 숨 고르고 복식 호흡하기, 조용한 음악 듣기 등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좋은 이완요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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