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스트레스 푸는 법
[김영화칼럼] 스트레스 푸는 법
  • 송지숙
  • 승인 2016.1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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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어려워요” “명치 아래 뭐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머리가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쑤시고 아파요”

진료실에서 이런 호소를 하시는 분들은 처음엔 다른 과에서 많은 검사를 받고 오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에겐 스트레스장애란 진단보다는 화병이란 진단이 훨씬 더 와 닿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가슴에 쌓아두었는지 풀어내는 대화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에 쌓아두고 결국 몇 년 뒤 화병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나라 안팎의 일들 때문에 화병이 생겼다고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세월호 트라우마에 이어 최순실게이트라 불리는 일련의 정치사회적 혼란 속에 국민의 절반이상이 불안과 분노, 불면의 국민화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질병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처방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스트레스와 화병을 극복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질병 

19세기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에서는 괴질 호열자(콜레라)가 경남 일대를 휩쓸어 하동 평사리 마을 사람들이 모두 속수무책으로 죽어갑니다. 호열자는 수인성 전염병이고, 음식물을 끓여 먹으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의학과 공중보건이 전 세계적으로 발달하여 20대 젊은 나이에 패혈증이나 장티푸스로 1주일 내 사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1918년 미국에서는 역사상 가장 사망자가 많다는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감기로 인한 사망자가 많았다는 사실은 지금은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어떤 병에 시달리고 어떤 병 때문에 죽어가는 것일까요?

현대인들은 우리 선조들과는 다른 질병에 시달리고 또한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고, 2, 3위는 뇌혈관질환, 심장병입니다. 이 세 가지 질병과 자살은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만 해도 폐렴과 결핵, 감염이 주 사망원인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암과 심장병 그리고 뇌질환은 하루하루 걱정이란 스트레스가 쌓여 손상이 몸에 천천히 축적되어 생기는 병입니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질환인 불면증도 최근 5년 사이에 거의 2배로 증가했습니다.

스카이콩콩을 타고 있는 코끼리를 상상해보죠. 과연 이 코끼리는 균형을 잘 맞추며 놀이를 즐길 수 있을까요? 코끼리는 단 일초도 스카이 콩콩 위에서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설사 최고의 노력으로 버틴다 해도 모든 에너지를 균형 맞추는 데만 쓰기 때문에 다른 일은 하기 힘들게 됩니다.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잘 다룬다는 것은 코끼리가 균형을 잡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현대인이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은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평생 접한 정보의 양과 비슷한 양입니다. 

우리의 뇌가 이를 다 받아들이는 것은 스카이콩콩 위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코끼리와 같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부, 취업, 교통체증, 집세, 연금, 승진, 인간관계, 그리고 그림에서처럼 마지막 남은 커피 한잔 때문에 서로 싸우는 스트레스에 가득 차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만 해도 격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불안, 분노 때문에 자신의 몸이 서서히 병들어가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 로버트 롱고, 무제, 1981년 /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더블 라떼 커피 한잔을 두고 싸우는 두 여피족 (출처=http://www.robertlongo.com)

 


스트레스 푸는 법

영국 서섹스대학교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독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됐고, 심박수가 낮아지며 근육 긴장이 풀어졌습니다. 

“무슨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작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에 푹 빠져, 일상의 걱정 근심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니까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것’이 비결입니다. 그 다음으로 음악 감상(61%), 커피 마시기(54%)와 산책(42%)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실을 잊을 뿐 아니라 더 창조적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카고대학에서 40년간 재직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교수는 ‘몰입(FLOW)’이란 저서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각자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방편으로 플로우상태를 권하고 있습니다. 

무용가나 암벽 등반가, 바둑이나 체스 선수들이 완전한 집중상태에서 물 흐르듯 에너지가 흘러가고(플로우상태)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이 되듯이 정신없이 한 가지에 몰입하여 삼매경에 빠져보라고 권합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 매일 15~30분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명상하는 것은 교감신경의 긴장을 떨어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남몰래 행하는 작은 자선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사실 우리말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말들이 많습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맺힌 마음을 풀어주고 마음을 늦추고 내려놓고 어루만지는 것입니다. ‘나는 내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는지’ 내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화병치료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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