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칼럼] 이순신 인성 핵심 DNA 9-충(忠), 나라사랑(2)
[김동철칼럼] 이순신 인성 핵심 DNA 9-충(忠), 나라사랑(2)
  • 김동철
  • 승인 2016.08.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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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철 베이비타임즈 주필·교육학 박사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주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대통령의 외유 중 경북 상주지역에 내려간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은 설명회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역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은 물병과 계란 세례를 받아야 했고 경찰청창은 눈 위 피부가 찢겨지는 부상을 당해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다.

국무총리와 국방장관은 시위꾼들에게 갇혀서 6시간 이상이나 움직이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트렉터를 동원해서 국무총리가 탄 버스를 가로막아 감금했다. 설명회장이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안보현실 현주소이다.

대통령 유고시 국가비상사태가 났을 때 국무총리는 NSC(국가안전보장위원회)의 의장이 되어 즉각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중차대한 자리이다. 그런데 국방장관과 함께 6시간이나 시위대들에 의해서 감금됐다는 것은 이 나라의 안보가 실종됐다는 증거다.

시위현장에는 초중생들도 참가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등교를 거부했다. 등교를 거부하거나 조퇴한 학생 수는 4개 초중학교 800여명에 이른다. 누구의 지시인지는 몰라도 어린 학생들이 국가안보 설명 현장에 동원된 것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나라사랑 충(忠)에 대한 교육과 함께 ‘왜 사드를 배치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차분히 말해줌으로써 학생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게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런데 시위현장에 학생들을 불러들여 국론이 분열되는 현장을 낱낱이 참관하게 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분명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1592~1598년 임진왜란의 참혹상을 겪은 뒤 낙향한 류성룡 대감은 징비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豫其懲而毖後患(예기징이비후환)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하고

知行竝進(지행병진) 알면 행하여야 하며

卽 有備無患(유비무환) 그것이 곧 유비무환 정신이다.

레이더의 전자파가 나와서 성주산 참외에 피해를 준다는 괴담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괴담을 불식시키 위해서 전문가들이 “문제가 안 된다”고 아무리 얘기를 해봐도 ‘사드 절대반대!’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고 있다. 전문가의 합당한 논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어처구니없는 막무가내 상황이다.

경북 지역 출신 일부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친박’ 입네 하면서 대통령 덕을 보려고 기를 썼다. 또 신공항 유치를 위해서 뛰어다니다가 그만 무산되자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배은망덕한 정치인의 처사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국가 안보사안을 놓고 선동하는 짓은 단연코 중단되어야 한다.

나라의 안보보다 지역 이기주의가 더 중요할까. 나라의 안위가 보장되지 않는데 어떻게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한이 사드의 설치를 절대 반대하면서 응징하겠다는데 우리나라에서 그에 맞장구치면서 동의하는 세력은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이라는 말인가.

북한은 연일 핵공격을 운운하는데 따라 이 나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국방정책에 쌍수를 들어 반대를 한다는 것은 이적행위라 단정 짓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군사기밀을 노출시키면서까지 전자파 유해가 거의 없다는 시험을 해 보였고 미군은 보안 1급 시설인 괌 기지까지 언론과 성주지역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것은 무슨 다른 꿍꿍이속이나 반대급부를 바라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독 님비(NIMBY, 지역이기주의) 현상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 뛰 뜰에는 절대로 불리한 요소(환경오염과 인체의 부정적인 영향, 재산 가치의 하락, 지역 발전의 후퇴 등)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쓰레기 소각장, 공동묘지, 방사능 폐기장, 송전탑, 유류저장소 등과 같은 시설은 발붙일 곳이 없다. 이것은 극단적 이기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지자체와 주고받는 원만한 협의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상주 설명회장의 분위기를 보면서 임진왜란 때 왜적들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이 남긴 시 한편을 소개한다.

소망(蕭望) 쓸쓸히 바라보며

소소풍우야(蕭蕭風雨夜) 비바람 부슬부슬 흩내리는 밤

경경불매시(耿耿不寐時) 마음이 초조하여 잠 못 이루고

상심여열담(傷心如裂膽) 쓸개가 찢어지는 아픈 가슴

회통사할기(懷痛似割肌) 살을 에는 쓰린 마음

장탄갱장탄(長嘆更長嘆) 긴 한숨 거듭 짓노라

누수우루수(淚垂又淚垂) 눈물만 자꾸 흐르네

회통여최담(懷痛如摧膽) 쓸개가 잘린 쓰라린 가슴

상심사할기(傷心似割肌) 살을 에는 아픈 마음

산하대참색(山河帶慘色) 산하는 참혹한 빛을 띠고

어조역음비(魚鳥亦吟悲) 물고기와 새들도 슬피 우누나

승평이백재(昇平二百載) 태평세월 이백년에

문물삼천자(文物三千姿) 화려한 문물은 삼천 가지

국유창황세(國有蒼皇勢) 나라는 갈팡질팡한 형세에

인무임전위(人無任轉危) 위기를 이겨낼 인재 없구나

경년방비책(經年防備策) 여러 해 동안 막을 계책 세우노라니

회복사제갈(恢復思諸葛) 제갈공명은 중원 회복 어떻게 했던가

장구모자의(長驅慕子儀) 적을 몰아낸 곽자의 그립구나

‘전략가’ 제갈공명은 224년 위나라를 정벌하러 나갈 때 그 유명한 출사표를 쓴 위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성공과 실패, 이익과 해로움이 어떠할지 신은 미리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제갈공명이 후출사표 때 쓴 맨 마지막 문장이다. 평소 제갈공명을 흠모하던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초 경상도로 출전할 때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서 이 문장을 인용했다. 적의 형세가 파악되지 않은 암울한 상황에서 오로지 나라를 지키려는 장군의 의지가 결연하게 비쳐지는 대목이다.

곽자의도 이순신 장군의 멘토였다.

곽자의는 문무를 겸비한 당나라 명장이었다. 756년 이광필과 함께 안녹산의 난을 진압해 유명해졌고 탕구트족, 토번의 침략을 격퇴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처럼 강직하고 용감하며 공정했지만 명장의 탄생을 두려워하는 관료들과 환관들에 의해서 시기와 모함을 당했다.

이순신 장군이 평소 흠모했던 제갈공명과 곽자의의 시호(諡號)가 충무공이라는 공통점은 흥미롭다.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험하다는 망전필위(忘戰必危)의 정신을 체화하면서 적을 치러 나갔던 고독한 충무공(忠武公)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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